간첩, 용공(조작) 사건

검찰, ‘조작 간첩 피해자’ 김승효씨에 이례적인 무죄 구형

道雨 2018. 8. 29. 10:24




검찰, ‘조작 간첩 피해자’ 김승효씨에 이례적인 무죄 구형

 



<자백> 주인공 김승효씨 재심 재판부에
검찰 “무죄 선고 바란다” 의견서 제출
“불법구금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핵심 기소내용 자백 외 증거 없어”
임은정 검사 재심 무죄 구형에 징계하고
재심 개시 적극 반대했던 검찰의 ‘변화’


영화 자백 주인공 김승효. 영화 자백 갈무리
영화 자백 주인공 김승효. 영화 자백 갈무리



조작 간첩 사건 피해자를 다룬 영화 <자백>의 주인공인 김승효(68)씨의 재심에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김씨 사건 재심 자체를 반대했던 검찰이 2년여 만에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정권교체 뒤 과거사 사건에 대한 법무·검찰의 전향적 태도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서울고검은 지난 23일 김씨 사건 재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영진)에 “재심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란다”는 구형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1974년 5월3일 피고인이 임의동행된 후, 같은 달 21일 구속영장 발부 시까지 19일 동안 불구속 상태에 있었다는 자료가 없는 반면, 그 기간 동안 중앙정보부에서 진술서 작성 및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점에서 불법 구금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불법구금 등 공무원의 불법행위는 재심 사유 중 하나다.

검찰은 이어 “핵심 기소 내용인 ‘반국가단체 가입 후 북한 공작원에 포섭되어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했다’는 부분에 대해, 피고인의 자백 이외에 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무죄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재일동포였던 김씨는 1974년 중앙정보부 수사관에 끌려갔고, 고문을 못 이겨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1975년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복역 뒤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고문 후유증에 김씨는 정신병원을 전전했다. 김씨는 2015년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는 지난 6월 “피고인은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런데 검찰은 2016년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불법구금을 부인하며 “재심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했다. 당시 서울고검 박두순 검사는 “불법구금을 주장하나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학식과 인품이 잘 알려진 선배 법조인들이 최선을 다해서 수사, 기소, 재판을 했다. 재심제도 남용은 사법제도 신뢰를 손상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간 검찰은 재심 사유가 명백한 사건에서도 과거 선배 검찰의 과오를 인정하는 대신, 마지못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백지 구형을 해왔다. 2012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임은정 검사가 박형규 목사의 재심에서 ‘백지 구형’이 아닌 ‘무죄 구형’을 했다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사건이나 조작 간첩 사건에서 직접 재심을 청구하기 시작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9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국가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한다. 백지 구형은 잘못된 관행으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는 무죄라고 판단되면 무죄 구형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고 무죄 구형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4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불법구금이나 자백의 임의성이 문제되는 재심 사건에서는 무죄 구형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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