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상생소비지원금이라는 이름의 마법

道雨 2021. 9. 29. 10:22

상생소비지원금이라는 이름의 마법

 

 

말 많았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국민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대략 88%의 국민한테 지급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현재 신청을 마치고 지급받은 국민들은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희소한 재정의 효율적인 사용을 내세운 홍남기 부총리의 의지가 관철되었다.

 

그럼 상위 계층한테는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가?

여기서 명시적으로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상생소비지원금으로 이름 붙여진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이 등장한다. 아마도 고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해도 소비로 거의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상생소비지원금 보도자료에서 제시된 사업 목적의 첫번째 문단은 “코로나로 그간 축적된 가계저축을 소비로 유도”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2019년 가계순저축률은 6.9%였는데 2020년에는 11.9%로 증가한 만큼 유인을 제공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고자산 계층은 이미 저축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지원을 통해 소비를 끌어올리는 대신, 실제 일어난 소비에 대해 지원해주면 좀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런 연유로 국민의 88% 이하는 국민지원금으로, 그 이상은 상생소비지원금으로 지원한다는 큰 그림이 짜였다.

 

그런데 상생소비지원금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먼저,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다. 19살 이상이라는 연령 제한이 있고, 무엇보다도 올해 2분기 중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 사용 실적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민지원금에는 연령 제한이 없는데 상생소비지원금에 연령 제한을 두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국민을 배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 어떤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제도가 간단하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전달 경로도 짧은 게 좋다. 상생소비지원금의 경우 월간 카드 사용액이 2분기 월평균 사용액보다 3% 이상 늘어야 한다. 이럴 경우 초과분의 10%를 현금성 충전금의 형태로 환급(캐시백)해준다. 글로 설명하기도 어려운데, 이걸 국민이 쉽게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셋째, 소비 대상도 일관성이 없다. 국민지원금은 주로 골목상권을 지원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 상생소비지원금도 유사한 대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맞고, 최초 발표에는 그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상생소비지원금이 잘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니, 비대면 소비를 포함해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소비 대상을 확대하였다. 국민지원금 방식으로 소비처를 제한할 경우 국민들의 참여 부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넷째, 상생소비지원금 제도가 소비 확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는 점이다. 가계 소비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반응한다고 해도 그건 4분기에 소비할 것을 3분기로 앞당기는 것일 뿐, 연간 소비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상생소비지원금의 사용 실적이 는다면 이는 우연히 2분기에 견줘 3분기 소비가 높은 가구의 이른바 계절성 때문이지 정책의 효과로 보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 설명 과정에서 드러났다. 기재부는 언론을 상대로 상생소비지원금이 지원액 대비 약 10배의 소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였다. 2분기 월평균 사용액이 100만원이라고 할 때, 10만원의 혜택을 보려면 103만원을 추가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10배 가까운 정책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정책의 인과관계를 오인한 잘못된 설명이다. 어떤 소비자가 10만원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 그동안 하지 않던 소비를 103만원 늘린다는 것인가. 다만 우연히 103만원 소비를 늘린 가계에서 10만원의 횡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는 10만원을 집어넣고, 가계는 103만원의 소비를 증가시키고, 정부는 9만3천원의 부가가치세 세수를 얻을 수 있다. 순지출 7천원으로 103만원의 소비를 늘리는 마법을 행하겠다는 이야기다. 무한동력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이 기재부에서 의사결정자 사이에서 나왔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생소비지원금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돌려 상위 계층에 차등 지급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소비효과와 비교해본다면, 기재부의 고집으로 시작된 상생소비지원금은 재정정책 역사상 굉장히 이상한 정책임은 틀림없다.

 

우석진ㅣ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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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3077.html#csidxc3bac5aeb43683c91e1e48faacd7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