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권력의 대기실과 집단사고의 위험

道雨 2022. 5. 6. 09:48

권력의 대기실과 집단사고의 위험

 

지난 1일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대통령실 외교안보팀 면면을 보자.

먼저 김성한 안보실장 내정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50년 지기다. 아마도 자신이 “윤 당선인의 분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김용현 경호처장 내정자는 윤 당선자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이고, 대선 때 안보 공약을 총괄했으니 “나야말로 복심”이라며 지지 않을 거다.

그러자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내정자. 윤 당선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며 목욕탕에서 만난 자신이야말로 대선을 막후에서 지원한 “실력자”라고 스스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겸임하는 실권을 쥔 김 내정자는 아직도 군 댓글공작 혐의로 재판 중이다.

신인호 안보실 2차장 내정자는 세월호 사건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으로 “전원 구조”라는 허위 정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사후에 보고 사실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부처로 시야를 확대해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현역 대령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이었다. 그때 이 후보자의 직속상관이 당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니 지금의 둘은 특수 관계이고, 김용현 경호처장이 강력히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자와 서울법대 동문이다. 세 사람은 서울법대 학회인 ‘형사법학회'에서 활동하면서 40년 지기가 됐다. 윤 당선자는 권 후보자와 연세대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를 했으며, 박 후보자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당선자와 사적 인연으로 끈끈하게 짜인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서울대’ ‘육사’ ‘이명박의 사람들’이라는 세개의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로써 일찍이 한비자가 경고했던 ‘권력의 대기실’이 탄생했다.

 

새로운 외교안보팀의 첫번째 시험대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다.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이들은 일제히 “동맹 강화”를 외쳐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을 몰아내고 러시아를 실패 국가로 만들어 다시는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이 연일 핵 위협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한·미·일 삼국 군사협력과 한국의 자체 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호응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요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 정책’은 자연스럽게 폐기되고,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로 활용될 것이다. 무장 국가 대한민국과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당연히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연대를 촉진하게 될 터이지만, 그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균형감각으로 주변을 관리하자고 말할 인사가 현 외교안보팀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외교안보팀에는 중국이나 북한을 잘 아는 인사를 찾아볼 수 없고, 동일한 집단사고의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비핵개방 3000’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며, 대륙세력과의 긴장으로 안보 비용을 한껏 높일 위험성이 매우 크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인용하지 않아도, 외교안보에서 “오로지 동맹”을 외치는 이념과 사상의 편식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지피(상대방을 아는 것)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동맹의 힘만 과신하여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무모하고 위험한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지금은 한·미·일의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 질서를 향한 단결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북·중·러가 서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안보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하여, 북한이 마음 놓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의 창문을 열었다. 이로써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가 사라지고, 더 나아가 북·중·러 연대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엄중한 상황이다.

동맹에 대한 과도한 열정으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합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엠비(MB) 정권 주역들의 귀환이 불길하다. 이들에게 보수정권에서 실패한 위기관리와 국정문란에 대한 통찰이 있는지, 또 과연 한반도 주변 정세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김종대ㅣ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