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고 규제 풀어 성장’ MB시대 돌아간 경제정책
법인세 깎고 기업 규제, 총수 제재 완화
세수감소 대책 없고 투자·고용 확대 의문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 계획 단번 무력화
윤석열 정부 5년간의 ‘경제정책방향’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16일 발표했다. 과도한 규제와 정부 개입이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해 민간투자가 위축된 것을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로 보고,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없애 성장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과감한 경제운용 기조 전환’을 표방했는데, 방향은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줄푸세)는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의 공약을 받아들여 구체화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과 매우 비슷하다. 오래전 서랍에 넣어둔 것을, 경제 여건의 변화를 무시하고 다시 꺼내 온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적극적인 기업 지원책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고, 가업 승계 상속인에게는 양도·상속·증여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하겠다고 한다. 입지 규제, 경제력 집중 감시 규제 등도 고치고, 최고경영자 등을 처벌하는 경제 법령상 형벌 규정은 법인 과징금 부과 등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고쳐 경영책임자 의무 등을 명확히 하겠다는 예고는 이 법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골적인 ‘친기업’ 지원책들이 실제 민간투자를 얼마나 활성화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논리엔 성장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빠져 있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며 양극화 해소도 정책 목표에서 뺐다.
낡은 ‘낙수효과론’을 떠올리게 하는 ‘성장만 더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식의 주장은 논리가 아니라 주문에 가깝다. 세계경제의 블록화,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강화에 대한 능동적·창의적 대응 계획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더욱 심해진 자산 양극화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오래 논의해 만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하겠다면서, 증권거래세는 내년에 낮추겠다는 건 인기영합적 감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재산세는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7월엔 세율 인하안을 발표한다. 11월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수정할 계획이다. 보유세 부담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올려, 부동산 투자·투기 유인을 억제하자는 정책방향을, 아예 없던 일로 만드는 수준이다.
무주택 세대주 월세액 세액공제율 상향, 퇴직소득세 근속연수공제 확대 등 서민을 위한 감세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감세 혜택은 대기업과 자산가에게 집중된다. 이로 인해 세수가 적잖이 감소하는데 아무런 대안 없이 건전재정을 확립하겠다니 미덥지 않다. 눈앞에 닥친 고물가와 글로벌 긴축 상황도 재정의 적극적인 구실을 요구할 텐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의무·경직성 지출까지도 강력히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복지 지출에까지 손대는 것이 되면 퇴행이 아닐 수 없다. 하나하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 2022. 6. 1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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