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시대착오적 언론관. MBC에 보도경위 제출하라는 대통령비서실

道雨 2022. 9. 28. 09:33

“취조 공문인가”…MBC에 보도경위 제출하라는 대통령비서실

 

 

 

* 대통령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해 지난 26일 오후 6시12분 <문화방송>(MBC) 사장실에 보낸 공문의 일부.

 

 

 

 

대통령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 중 한 곳인 <문화방송>(MBC)을 콕 집어 ‘보도 경위’를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문화방송은 ‘대통령비서실 공문에 대한 MBC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비서실은 어제저녁 MBC 사장실에 이른바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해석하기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발언 취지와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등 6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이 지난 26일 오후 6시12분 대외협력비서관 이름으로 보낸 해당 공문은 “보도를 위해서는 사실을 특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확인 노력과 함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입니다.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다음과 같은 질의를 드립니다”로 시작한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는지” 등 6개 항목에 관한 질의가 차례로 나온다. ‘MBC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질의도 이어진다.

 
 
 

대통령비서실은 질의 내용이 끝난 뒤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문화방송 쪽에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을 넘어 동맹관계 및 국익 훼손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책임까지 문화방송에 묻고 있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대통령비서실이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비판 보도에 대한 구체적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서자, 문화방송 노사는 강력 반발했다.

 

문화방송은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음을 MBC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고 짚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도 이날 ‘앞장서 좌표 찍은 윤 대통령, MBC 탄압 중단하라’란 제목의 성명에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명의로 보낸 공문은, 과연 2022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인지 의심케 한다”며 “최고 권력집단이 보도와 관련해 공영방송사에 이런 공문을 보내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데다, 그 내용이 과연 질의서인지 검찰 취조 조서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장만 존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공영방송사의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일갈하고, 잘못을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아무리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지만, 정당한 보도를 한 공영방송사에 취조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수 있는 건지, 그 시대착오적 언론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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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통령실이 MBC 공문까지, ‘막말 정국’ 키우나

 

 

 

국민의힘이 27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은 해프닝을 넘어 진영 간 극한 대결로 확전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막말 파동을 ‘좌파 언론의 선동 프레임’으로 대응하겠다는 여권의 무리한 시도가 초래한 결과다.

 

윤 대통령의 사과로 일단락될 수 있던 비속어 논란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지록위마 전법’ 아래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이 ××’ 발언 여부 질문에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닌 동맹국 폄훼”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해명에 이어 이젠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피해자’라는 주장인 셈이다.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들은 한술 더 떠 비속어가 아예 없었다는 주장을 펴더니,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논란을 “대통령 순방 자막사건”으로 규정했다.

140여개 언론사가 각자 판단해 보도한 내용인데 ‘문화방송 선동 프레임’만 밀어붙이는 것이다.

 

전날 윤 대통령의 “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 발언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간사는 문화방송 경영진에 자신의 의원실로 찾아와 ‘허위보도’를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대통령실이 전날 문화방송 사장실에 비속어 보도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제도들이 엄연히 있는데, 최고 권력기관이 전례 없이 추궁하는 듯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까지 위협하는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엔 ‘정치적’ 맞불 성격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대통령실이 이번 순방에 대해 겸허한 평가와 외교·안보라인 재정비 의지를 내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올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외교 참사’와 비속어 논란을 언론의 선동 및 가짜뉴스로 호도하면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끝 모를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러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심화되는 경제위기와 민생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된다. 대통령 비속어 파문, 외교 실패 등 따질 건 따지되, 지금 민생 문제 대응에 ‘실기’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유념하기 바란다.

 

 

 

[  2022. 9. 28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