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임기 5년이 뭐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道雨 2022. 9. 29. 08:29

“임기 5년이 뭐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 처음 떨어진 건 딱 두달 전이다. 7월26~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8%를 기록했다. 취임 석달이 채 안 돼 30% 선이 무너진 건 ‘희한한 일’이라고 <조선일보> 사설은 썼다. 이제 관심은 윤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어떻게 벗어날까에 쏠렸다.

 

돌이켜 보면 8월17일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이 5년간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 보여준 날이고,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또렷하게 각인시킨 날이었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하듯이 국정을 운영하는 길을 택했고, 그 정점이 바로 뉴욕 비속어 파문에 대한 적반하장식 강공 드라이브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소주성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제를 정상화했다”며,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둔 양 자화자찬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전 정부 때부터 오래 준비해온 국책사업인 누리호 발사마저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서 우주 경제비전을 선포했다”고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역대급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데 대한 성찰은 찾을 수 없었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대통령의 성향은 그때 이미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을 떠올리면, 뉴욕 비속어 파문에 한마디 사과 없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 역공한 건 뜻밖의 행동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인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대선 연장전’이라 불렀지만, 정말 임기 5년 내내 선거운동 하듯이 국정을 끌고 갈 태세를 갖춘 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이 파문을 낳자,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들이 즉각 “이재명 대표가 더 심했다”고 공격하고, <문화방송>을 겨냥해선 ‘조작된 광우병 사태를 다시 획책하려는 무리들’이라 비난한 건 단적인 예다.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야당과 언론에 대한 반격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발상은 집권 이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선거운동 하듯이 팩트를 취사선택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국정의 성공을 가져오진 못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비판과 “그래도 민주당보다 낫다”는 비교우위론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현 집권세력이, 야당 시절의 행태를 그대로 반복하는 건 더 이상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고 언론과 시민사회를 ‘선동 세력’으로 몰아붙인다고 해서, 한·일 정상의 비상식적 만남과 한-미 간 경제현안 타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점점 더 타오르는 ‘비속어 파문’ 속에서, 원-달러 환율 급등과 주식시장 폭락,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대통령의 국정 우선순위에서 까맣게 잊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대통령 권력은 유한하고 책임은 무한하다”고 말한 건 바로 대선후보 시절의 윤 대통령 자신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과 여당은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은 무한할 거라 여기면서 국정 책임은 깃털만큼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애꿎은 외교부 장관을 ‘해임 건의’라는 정쟁의 최전선에 세울지언정, 대통령은 검사 특유의 오기와 자존심을 한치도 굽히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위태로운 대한민국 외교의 길을 개척하기란 얼마나 어려울까 싶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을 겨냥해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정말 5년이란 시간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너무 겁 없이 행동하고 발언하는 해바라기 인사들이 여의도와 용산에 넘쳐난다. 그 중심엔 윤 대통령이 서 있다는 걸 깨닫고는 있을까.

 

국정 운영은 선거운동과 다르다. 효과적으로 반격해서 점수를 얻는 건 선거운동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젠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과 정책으로 성과를 내고,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논란 속에,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절실한 국민 통합과 협치의 노력은 물밑으로 이미 가라앉고 있다. 그 책임은 결국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에 전례 없는 분열과 선동의 길을 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입으로는 ‘몰락한 미국 중산층의 삶’을 되돌리겠다는 걸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윤 대통령에게선 허울뿐인 ‘자유’가 아닌, 국민 삶과 직결된 정책 목표와 실행 의지를 언제쯤이나 들을 수 있게 될까 몹시 궁금하다.

 

 

 

박찬수ㅣ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