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규제풀기’ 누가 좋은 세상이 될까?
규제없는 세상은 무법천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기 바쁘게 한 말이 “국민들 잘 먹고 잘 사는 게 모든 것”이라며 “제 임기 중에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며 “제가 직접 규제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도약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에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세상’이 가능한가?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은 ‘자본천국 노동지옥’”이라면서 “평생 적게 받고 많이 일해 자본의 곳간을 채우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관계란 상충되는 가치다.
‘고용유연화’란 사용자가 고용인을 맘대로 채용하고 맘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란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가?
윤 대통령은 ‘규제를 푼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일까?
규제란 가깝게는 친구 사이, 이웃 사이에 이해관계의 충돌을 사전에 막기 위한 약속이다. 넓게는 등산이나 스포츠 모임의 ‘회칙’이요 더 넓게는 경기의 규칙도 규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이나 단체가 양보하고 이해하기 위해 만든게 조례이고 더 넓게는 법이나 조약, 보다 더 넓게는 헌법도 규제다. 규제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규제없는 세상은 누가 살기 좋은 세상일까?
<규제없는 세상은 무법천지>
법은 상호권익을 침해하지 않고 개개인의 독립적인 삶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 진 규제다. 우리는 지난 6.25 전쟁 때 북의 남침으로 남의 법도 북의 법도 적용되지 않는 무법천지를 경험했던 일이 있다. ‘법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고 질서가 문란한 세상’을 일컬어 ‘무법천지(無法天地)’라고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힘의 논리가 아닌 상호이해와 배려 양보와 타협으로 충돌없이 살자고 만든게 규제다.
자연의 섭리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양육강식의 세계가 자연의 세계다.
법의 원리는 ‘정의’와 ‘합목적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이다.
‘한겨레 21’이 정계·시민사회·학계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손꼽히는 인사 37명에게 물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의는 무엇입니까?”
답변은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의 답변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공정함’이었다. 기회든, 분배든, 자유와 권리든 못 가진 사람을 좀 더 배려받는 게 공정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이를 이루기 위한 ‘기회균등·공정분배’였다. 각기 표현은 달랐지만 절반 가까운 16명이 이를 꼽았다. 강자가 불리함을 다소 감수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정의라고들 했다.
어떤 이는 ‘기회의 평등, 출발의 평등’을, 다른이는 ‘양극화 해소’가 정의라고 답했다.
헌법 제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지며, 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했다.
<약자보호가 정의다>
우리 사회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남자와 여자, 어린이와 노인, 건강한 사람과 병약한 사람, 사용자와 고용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유식한 사람과 무식한 사람, 이해심이 많은 사람과 고집불통인 사람, 권리를 가진 사람과 아무런 권리도 없는 백성...이런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지키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규제요, 법이다. 법이 없는 무법천지에는 누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가?
사람이 사회를 만들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약자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조소앙은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에 균등생활을 실시하기 위해, 완전균등을 대전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경제적·교육적 균등을 건국이념으로하는 삼균주의(三均主義)를 건국강령에 담았다. 삼균주의의 대전제는 ‘완전균등’으로,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간의 완전균등을 표방하였다.
건국 강령에 담긴 삼균주의는 정치·경제·교육의 균등과 독립·자주·균치(均治)를 동시에 실시할 것”을 명시하였으며, 개인과 개인간의 균등은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통해 이룩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보통선거제·국유제·국비의무학제를 실행해 각각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건국강령을 반대한 자 등에게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규정까지 두었다.
삼균주의 이념은 제헌헌법에서부터 현행 9차 헌법 34조에 담겨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세상은 막가파 세상이다. 풀 수 있는 규제를 다 풀겠다는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 김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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