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대통령의 막말과 증식하는 폭력

道雨 2024. 1. 19. 09:13

대통령의 막말과 증식하는 폭력

 

 

 

애초에 그에게 품격 있는 언어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취임 후에는 미국 순방 중에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심지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할 수 없어 “이 ××들이”, “×××× 어떡하나”라고 암호화해 내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누구든 비속어를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대통령이 교양 있고 단정한 말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온건하고 교양 넘치는 언어가 누군가의 훌륭한 자질을 반영한다고 믿는 것은 계급적 편견에 불과하다. 투박한 언어 속에도 진심을 담을 수 있고, 어려운 사자성어를 쓰지 않고서도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 있다. 소위 ‘못 배운 사람’도 삶에 담긴 지혜를 나누고, 이제 겨우 한글을 뗀 할머니들도 아름다운 시를 쓴다.

대통령의 막말이 갖고 있는 문제는 그의 교양 없음이 아니라, 그 막말이 노골적으로 폭력, 증오, 적대를 추동하고 이를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 사람들이 우려했던 문제도 바로 그의 막말이 불러온 폭력이었다. 이것은 정치인과 공직자에게는 단순한 근심거리를 넘어 현실적 공포였다.

트럼프 취임 이전 의원들이 받았던 위협은 연 800여건 정도로 보고되었으나, 트럼프가 급부상하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의 임기 첫해에는 위협 사건이 3천건을 훌쩍 넘겼으며, 마지막해에는 놀랍게도 거의 1만건에 달했다.

결국 그 폭력의 흐름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의사당 난입 사태’로 정점을 찍었으며, 지금도 살해 협박부터 총기 난사까지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와는 다른 색채의 막말로 갈등을 부추긴다. 그것은 바로 ‘검사의 언어’다.

그는 자의적 법치 개념과 기득권의 이념을 휘두르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선동한다. 자신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을, ‘도덕적으로 열등하고 불법을 자행하는 자’, 즉 ‘처벌받아 마땅한 자’로 명명하는 것이다. 심지어 “피의자인 야당 대표를 만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반대편을 ‘불법적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증오에 권위를 부여하고 사람들의 적대감과 처벌 심리를 극대화한다. 그의 언어는 정치인의 막말이라는 돌림병을 가져왔고 온 나라에 갈등과 폭력의 불씨가 타오르도록 만들고 있다.

 

그는 감사에 앞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이권 카르텔”로 칭했고, 연구개발(R&D) 예산을 깎기에 앞서 학자·연구자들도 카르텔로 몰아붙였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을 “반헌법세력”으로 범죄화하고, 신년사에서는 “패거리 카르텔”이라는 허구적 집단을 호명하며 이들의 처단을 외쳤다.

위법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처벌과 폭력에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전 작업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적대심을 당연한 듯 언어적·물리적 폭력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극우 유튜버들은 대통령의 말에 힘입어 “종북 주사파”를 재소환하고 있으며, 한 정치인은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한 학생들을 “사살”해야 한다고 썼다. 국가를 위협하는 범죄자에 대한 자신의 분노는 도덕적이고 그에 대한 응징도 정당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의 범인은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고 윤리적인 폭력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그냥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굉장히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뿐”이라고 했지만, 개인과 구조가 별개라고 보는 것이야말로 망상이다.

견해가 다른 이들을 공식 석상에서 범법자로 명명하고, 그들을 향한 멸시와 적개심을 표출하는 정치인의 막말은 전염 효과가 있다. 이는 증오를 퍼뜨리고 우리 사회 폭력의 총량을 증가시킨다. 이렇듯 만연해진 적대는 결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도덕적 동기로 자행되는 폭력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는지, 어떤 갈등과 폭력이 잠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정치인들은 이처럼 비뚤어진 신념 체계를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고착시키고 있다. 더 많은 폭력이 터져나오기 전에 이 끝없는 막말의 증식을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과 정치인의 막말을 지적했던가. 부디 그들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지길 바란다.

 

 

 

김정희원  |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