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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고육지책…준연동제·민주개혁대연합

道雨 2024. 2. 6. 09:35

이재명의 고육지책…준연동제·민주개혁대연합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 찾겠다" 선언

"칼든 상대,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어"

"위성정당 창당하게 된 점은 깊이 사과"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 이해 바라"

 

 

[기사 보강 : 오후 4시 34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해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기 않고 현행 준연동 비례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합형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제시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준연동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 등을 놓고 당내 의견이 대립하자,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게 선거제와 관련한 전권을 위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고심 끝에 대선에서 약속한대로 준연동제를 유지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거대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이 대표의 준연동제 결단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방지법 반대와 현실적인 한계에 따른 불가항력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소수정당에 불리한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며, 이미 준연동제에 대비해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친 상태다.

기존에 제안된 위성정당 방지법도 여당 반대로 통과가 어려울 뿐더러, 원천적으로 위성정당 차단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준연동제라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제3의 길을 추진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소수정당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득표율 3%에 1석을 우선배정하는 방안이었다. 그렇게 되면 3권역에 3%씩 고루 득표하는 소수정당은 3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정당 배제 문제는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며 "그러나 여당은 소수정당 보호, 그리고 민주당이 요구한 이중등록을 끝까지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 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이미 아시는 것처럼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총선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며, 민주당 주도의 위성정당 창당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다만 이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면서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범민주·개혁·진보 세력을 규합할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을 민주당이 주도해, 위성정당 창당(상인적 현실감각)을 하면서도 준연동제 취지(서생적 문제의식)을 살리겠다는 복안으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용혜인 의원의 새진보연합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윤 개혁 최대 연합 정당으로 승리하자는 그 길과 이 대표의 제안이 같은 방향이라 믿는다"며 "가장 먼저 민주진보진영의 담대한 연합을 제안했던 당사자로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그리고 결국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거듭 고개를 숙인 뒤, "(여당처럼)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의를 따라, 국민만을 믿고 가겠다. 죽기를 각오하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민주개혁세력의 총단결로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고, 총선승리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통합형 비례정당(민주개혁선거대연합)에 대해 "절반쯤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 형태"라면서 "반반쯤 섞여 있기 때문에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반대하고 위성정당을 창당을 추진한 데 대해 언급한 뒤,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찍은 표는 100% 비례 국회의원 선출에 반영된다"며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비례 정당 투표가 봉쇄되는 결과가 돼서 표심의 왜곡, 즉 주권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권투 경기에서 칼을 들고 나오는데, 우리가 칼을 들지 말고 칼을 들 수 없게 규칙을 만들자고 했는데, 상대방이 끝까지 거부해서 칼을 들고 나오면, 똑같이 칼을 들 수는 없어도 최소한 냄비 뚜껑이라도 들어서 막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표심이 왜곡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동제를 통한 비례성 강화라고 하는 중요한 과제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선거 협력체계에 대해선 "거대 정당이든, 소수 정당이든 정당 간에 협의를 하면서 이 하나의 선거에서 특정 부분만 합의하고 특정 부분은 제외한 채 갈등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쉽지도 않다"며 "결국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서 비례 선거까지 선거에 관한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든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다만 이 대표는 "이것은 사실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정당방위적인 응급 대응 조치를 하자는 취지로, 일종의 임시 비례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정당들이 연합한 정당은 영속적인 정치 결사체인데, 선거를 위한 임시 플랫폼 정당을 합쳐버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건 할 수가 없다. 각자 존재해야 된다"며, 통합형 비례정당 체제가 총선을 위해 임시적으로 운영되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의 공천권과 관련해서도 "선거의 승패 결과도 표심의 왜곡 결과도 결국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 진영, 민주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면서 "그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다 (소수정당에) 양보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하지만, 그게 과연 도덕적이고 멋있고 합리적이냐라는 점을 보면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는 현실이고 판단과 결단과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크기에 걸맞게 맏형의 지위에 맞게 주도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등과의 연대에 대해선 추후 협의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확답을 하진 않았다.

 

지난 1일 리셋코리아행동을 공식 출범시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이준석 신당'까지 연대해 20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한 만큼 물밑 논의가 예상된다.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도 지난 달 옥중 서신에서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반(反) 윤석열·한동훈 검찰범죄정권 세력 연합을 추진한다면 큰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아직 정당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고, 또 정당의 형식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국민의 최소한의 선택 기준에 부합할지 여부도 판단해 봐야 될 것"이라며 "어떤 소수 정당이 함께 하게 될지는 또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서 추후에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행동 준비세미나 3차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시민사회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연동형 고수 결단을 환영한다. 과거 회귀와 양당제 강화의 길을 가지 않고, 어렵지만 올바른 선택을 했다"며 "깨어있는 국민들과 반윤 개혁진보세력이 똘똘 뭉쳐 신바람 선거운동을 펼치며, '멋지게 이기는 길'을 만들어낼 게 틀림없다"고 했다.

촛불행동은 성명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이는 연합정치와 국힘당의 위성정당에 맞서기 위한 현실적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선거제도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해소되고, 진보개혁 세력이 단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며 "이번 계기를 잘 살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촛불국민들과 하나로 힘을 합쳐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22대 총선을 윤석열 심판-탄핵 총선으로 만들고 압도적인 승리를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