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박근혜 때도 안 그랬다…윤석열·한동훈, 4·3추념식 불참

道雨 2024. 4. 4. 10:46

박근혜 때도 안 그랬다…윤석열·한동훈, 4·3추념식 불참

 

 

 

‘건국전쟁’ 극찬 윤석열·한동훈, 제주 4·3 외면

대통령·여당대표 모두 불참, 윤 정부에서 처음

이재명 “국힘, 4·3폄훼 인사들 공천 취소해야”

 

 

 

제주4·3은 국가권력으로 인해 3만 명이 학살된 민족의 아픔이자 비극이다.

 

2003년 12월, 제주4·3 특별법을 근거로 작성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최종 책임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 이승만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 강경작전을 지시한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며, 이승만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을 위시한 극우 인사들은, 제주4·3 학살 책임자 이승만을 찬양한 영화 ‘건국전쟁’을 예찬하며, 건국 대통령 신화 만들기, 우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왜곡을 비난을 받고 있는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민국 건국 과정과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진실을 담아낸 작품”이라며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극찬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영화를 본 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에 이어 극우 성향 정치인들도 영화를 보고 이승만 예찬을 릴레이처럼 이어갔고, 급기야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주4·3이 김일성 지령을 받은 폭동’이라고 망언을 한 인물들(서울 구로을 태영호, 대전 서구갑 조수연)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후보를 공천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도 국민에게 한 표를 읍소하며 전국 유세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민은 무엇이고, 제주4·3은 어떤 의미일까.

 

*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족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24.4.3 [제주도사진기자회] 연합뉴스

 

 

 

박근혜 탄핵 때도 이렇게는 안했다

대통령·여당대표 2년 연속 4·3 외면

제주4·3 최종 책임자 이승만을 우상화한 영화 <건국전쟁>을 극찬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기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공식 외부일정이 없는데도 불참했고, 한 위원장은 선거 유세를 이유로 불참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동시에 불참한 것은, 지난해 75주기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동시에 추념식을 불참한 사례는, 제주4·3이 국가 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2014년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제주 4·3 추념식이 국가 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2014년 66주기 추념식부터 2024년 76주기 기념식까지 참석자를 조사한 결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4~2016년 4·3 국가기념일 지정에도 3년 연속 불참했지만,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총리(정홍원, 이완구)와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황우여, 김무성)가 참석했다. 박근혜 탄핵과 19대 대선이 있었던 2017년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이 추념식에 자리했다(아래 그래픽 참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고 처음 열린 2018년 70주기 추념식에, 역대 대통령으로 두 번째(최초는 2006년 노무현 대통령)로 참석했으며,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동행했다. 2019년 71주기 추념식엔 문 대통령이 불참했지만,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고, 여당에선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자리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2021년에도 문 대통령은 연속해서 추념식에 참석했으며, 여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동행했다.

대선이 끝난 직후였던 2022년 74주기 추념식엔, 대통령 당선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불참했고, 대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김부겸 국무총리가, 여당에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약속했다.

 

* 역대 대통령·여당 대표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여부. 2024.4.3. 김성진 기자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75주기 추념식은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모두 불참했을 뿐 아니라, 제주도민의 가슴을 후벼파는 일들로 얼룩졌다.

4·3추념식 바로 직전, 대구에서 프로야구 개막식 시구(2023년 4월 1일)에 나선 대통령은, 제주엔 가지 않으면서 629자짜리 추념사만 달랑보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629자짜리 대통령 추념사 가운데 201자는 격식에 맞지 않은 관광 및 정책 홍보로 채웠다. 당시 행사장에선 대통령의 추념사를 듣던 도민이 ‘아’ 하는 탄식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아울러 그해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망언을 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추념식 당일에도 “4월 3일에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당 결정이다. 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계속 주장할 것”이라며, 반성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태 의원의 영향으로 당시 제주 곳곳엔 ‘4·3 공산폭동’ 현수막이 내걸렸고, 이에 감화된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4·3 학살을 주도한 ‘서북청년단’을 단체명으로 걸고 추념식장 앞에서 난동을 부렸다.

지난해 아픔이 있었음에도 올해는 대접이 더 박했다. 이승만 영화를 극찬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위해 500만 원까지 쾌척한 윤 대통령은, 올해 행사엔 추념사조차 보내지 않았다. 정부를 대표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여당에선 한 위원장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야당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문대림(제주갑)·김한규(제주을)·위성곤(서귀포) 후보들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대통령 기념사보다 약 400자 정도 긴 1024자(공백 제외)짜리 추념사에서 도민들에게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념’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그동안의 행적을 고려할 때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4.4.3.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추념식 불참과 관련, 별도의 메시지를 내고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승만을 찬양에 동참했던 그는 “국민의힘과 정부는 제주 4·3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고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해 왔다”며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그런 실천하는 마음으로 제주 4·3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헤아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4·3추념식에서 희생자를 애도하는 사이렌이 울리던 시각, 한 위원장은 충북 제천중앙시장에서 역대 대통령 중 4·3추념식에 가장 많이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퇴임하자마자 총선 판에 파란 옷 입고 나와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는가”라며 맹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들어올렸고, 지지자들은 발언에 박수쳤다.

최근 ‘쓰레기’ ‘개같은’ 등 발언으로 문제가 된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를 ‘나베’(나경원+아베)라고 불렀다며 ‘여성혐오’라고 비난했다. ‘나베’는 나 후보가 과거 일본 자위대 창립식에 참석해 붙여진 멸칭이다. 한 위원장 스스로 ‘나베’ 단어를 소환한 것이다. 조국 대표의 40·50공약에 대해선 “4050 세대와 청년, 여성을 갈라치기한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국힘, 4·3 폄훼 인사 공천 취소해야”

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4·3 폄훼 인사 공천을 취소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대통령과 비대위원장의 불참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6주기 추념식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4·3에 대해 진정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4·3 폄훼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장을 쥐여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상을 준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4.4.3. 연합뉴스

 

 

또 이 대표는 “살상 행위나 국가 권력을 이용한 국민 억압 행위에 대해선, 형사 시효든 민사 시효든 다 폐지해, 살아있는 한 형사 책임을 지게하고, 재산 상속되는 범위 내에선 끝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거야말로, 다시는 이 땅에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슬픈 역사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4·3 왜곡 및 허위사실 유포 처벌법 제정에 대해서도 “역사에 대한 평가는 자유로울 수 있으나, 악의를 갖고 역사를 왜곡하고, 사실을 조작하고, 또 현실로 존재하는 유족과 피해자들을 고통 속으로 다시 밀어 넣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김도현 부대변인은 한덕수 총리의 추념사에서 4·3 왜곡처벌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4·3이 북한의 지시라며 제주도민들을 폄훼한 국민의힘 구로을 태영호 후보, 4·3에 대해 북의 지령을 받은 무장 폭동이라고 했던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조수연 후보 또한 버젓이 선거운동을 하며 국회의원이 되겠다 하니, (국민의힘이) 4·3 왜곡처벌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국가폭력에 의한 상처는 국정운영의 책임자들이 나서서 국민을 애도할 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며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제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과 여당대표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하며, 제주도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특히 동료 시민을 그토록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의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제주도민은 정부·여당의 동료 시민이 아닌지 묻는다”며 “조수연 후보는 과거 제주4·3 사건을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일어난 무장 폭동’으로 매도했다. 이것이 국민의힘의 4·3에 대한 공식 입장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미국 정부는 76년 만에 4·3사건을 ‘참혹한 비극’이며 ‘우리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는데, 정작 우리 정부는 4·3사건을 차갑게 외면했다”면서 “4·3 영령과 유족에 대한 도리를 거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제주도민과 국민은 차갑게 바라보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