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방향 옳다’는 대통령, 그럼 국민이 바뀌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집권여당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그러나 국민이 심판한 일방적 국정 기조를 반성하는 대신, 또다시 ‘내가 옳다’는 아집과 독선만 드러내,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 안겨주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비공개회의에선 “국민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쇄신 방안은 없었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을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로 규정했다. 오히려 고금리·부동산·원전·청년 정책 등 그동안의 정책을 일일이 열거하며 자화자찬했다. 숱하게 보아왔던 ‘윤석열 연설’ 판박이다. 그러면서 “국민이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국정 쇄신은커녕 ‘나는 잘했는데,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국정 기조 변화나 인적 쇄신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국회를 마주한 대통령이 됐는데도,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공허한 말만 반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회담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대통령실이 스스로 심판론을 점화한 사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의-정 갈등 해법 등 국민적 관심사에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늘 그랬듯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보다 하고 싶은 말만 반복했다. 이마저도 국무위원 앞에서 읽어 내리는 방식을 택했다.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도, ‘이재명 대표와 만남 가능성 열려 있다’ 등의 보충설명도 모두 나중에 참모의 별도 설명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총선 엿새 만에 내놓은 메시지는 형식과 내용 모두 너무나 실망스럽다. 총선 전과 하나도 다른 게 없어 놀라울 정도다.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도 이를 외면한 채 ‘지금껏 하던 대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말로만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으니, 국민더러 바뀌라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지금 국민 마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 2024. 4. 1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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