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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에 걸린 ‘일곱 가지 미덕’

道雨 2008. 12. 6. 09:37

 

 

 

감나무에 걸린 ‘일곱 가지 미덕’

 

 

 

시골집 마당이나 길모퉁이에는 보통 높다란 감나무가 한 그루씩 있게 마련이다.

'감 마을 인심'이란 말이 있을 만큼, 감은 풍요와 너그러운 마음의 상징이다.

한 그루에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열매가 달리는가 하면, 이웃이 따먹을 감뿐 아니라 '까치밥'은 남겨두는 것이 우리 조상의 마음 씀씀이였다.


 

한동안 인터넷에선 야구팀들의 속사정을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홍시 먹다 이 빠진다',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곶감 빼먹듯 한다', '누워서 감 떨어지기 기다린다' 등, 감과 관련한 속담만으로 절묘하게 묘사한 글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실 감과 관련한 속담이 워낙 다양해 세상일 거의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꾸미거나 고친 것이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을 때 '감쪽같다'는 말을 쓰곤 한다. 곶감의 쪽을 얼른 먹어치우는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고, 사과와 배 등 다른 과일과 달리 감은 두 쪽으로 잘랐다가 다시 붙이면 자른 면이 보이지 않고 떨어지지도 않아 '감쪽같아'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구에 가면 감삼역이라는 지하철역이 있다. 원래 감이 많이 나는 곳이었는데, 어느 날 원님이 지나가다가 감나무에 달린 붉은 감을 보고 그 탐스러움에 감탄했다. 마을 사람들이 원님께 감을 대접하면서 마을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더니 "감이 매우 달고 맛이 있어 세 개나 먹었으니 감삼동이라 하라"고 하여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지하철 공사에서 하는 이야기니 진짜일 것이다.

감은 옛날부터 별도로 과수원을 만들어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집 뜰 안에 심어 봄에는 꽃을 보고 그 꽃을 먹기도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즐기며, 겨울에는 열매를 따서 먹어 온 대표적인 정원 과수다. 밤·대추와 더불어 관혼상제 의식에 빠지지 않는데, 보잘것 없는 고욤에 접붙인 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열매를 많이 맺는 것처럼 번창하고 배움에도 힘쓰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은 감나무의 일곱 가지 미덕을 칭찬했다. 감나무에는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그늘을 만들어주고, 수명이 오래가며, 단풍이 아름답고, 낙엽은 거름에 좋고, 열매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꼭지와 잎에도 효능 있어

감은 수분이 83% 정도로 다른 과일에 비해 적지만 당분이 14% 이상으로 대단히 많다. 또 대부분 포도당과 과당이어서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곶감은 당분이 45%나 되는 그야말로 고열량 식품이다.

비타민 A 효과를 나타내는 카로틴이 많아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며 피부를 탄력 있고 강하게 한다. 비타민 C도 사과보다 6배나 더 많다.

감은 다른 과일에 없는 떫은맛을 가지고 있는데 탄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탄닌은 약리작용이 뛰어나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도 낫게 한다.

감은 열매뿐 아니라 꼭지와 잎에도 효능이 있어 버릴 게 없는 과일이다. 민간요법에서는 딸꾹질이 멎지 않을 때 물 1컵에 말린 감 꼭지 10개를 넣고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감꼭지 달인 물은 야뇨증을 앓는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감잎차는 혈압을 안정시키고 음주 뒤의 숙취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또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크며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특히 좋다고 전해진다. 꾸준히 마시면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윤덕한 < 농민신문 기자 >

 

 

 

 

*** 감꼭지의 한약재로서의 명칭은 시체(枾締)이다. 딸꾹질이 오랫동안 멎지 않을 때 쓰는 한약 처방으로 정향시체탕이라는 것이 있는데, 감꼭지가 주약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