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오유’ 면밀 분석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하고도 은폐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 짙은데, 서울청 “무혐의” 보도자료 작성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이 대선 당시 진보 성향 누리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늘의 유머’(오유) 누리집 운영방식 등을 면밀히 분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조작을 했다는 정황이 추가된 것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국정원에 면죄부를 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지난해 12월 인터넷 댓글 작성 등을 통한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오유’의 운영방식을 분석한 메모를 찾아냈다. 김씨는 국정원 업무를 하면서 상부 보고용이나 업무 참고용 등으로 이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메모에는 ‘반대’가 3회 이상인 게시글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고, ‘반대’가 10회 이상이면 최고 인기 게시판인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올라가지 못하는 등 오유의 운영방식에 대한 내용 등이 자세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2월14~16일 하드디스크 분석 작업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12월16일 밤 11시께 ‘국정원 직원 김씨의 혐의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이 사건의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보도자료가 올 때까지 수서경찰서의 수사팀은 김씨의 혐의가 발견됐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다. 보도자료를 받은 수서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김씨의 무혐의 근거를 요청하자, 그제야 서울경찰청은 이날 밤 ‘혐의가 없다’는 결론만 표로 작성해 나열한 A4용지 2장짜리 증거분석 보고서를 보냈다.
서울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보통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사건을 의뢰할 경우 사이버수사대는 증거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만 하지 보도자료에는 손대지 않는다. 보도자료를 써서 보내고 일선 경찰서 요청을 받아 증거분석 보고서를 나중에 보내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김씨가 작성한 ‘오유’ 운영방식 분석은 물론 △하루 4000여쪽에 이르는 과도한 인터넷 검색 기록 △김씨의 활동이 ‘오유’에 집중된 사실 △김씨가 사용한 구체적인 아이디와 닉네임 내역 등 국정원 활동에 의혹을 가질 만한 내용은 증거분석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21일 사실을 확인하려고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책임자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환봉 박현철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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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개입 은폐했던 경찰도 수사해야
경찰이 그제 국가정보원의 정치댓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고, 정작 대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는 면죄부를 줘, 부실·축소 수사라는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경찰의 문제점은 법률 적용을 잘못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 고위 간부들이 고의적으로 사건의 성격을 뒤틀거나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게 더 본질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12월16일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의 방송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밤 11시에 서울지방경찰청이 ‘무혐의’ 취지로 중간 수사 결과를 기습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청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컴퓨터 분석 작업을 16일 밤 9시15분에 끝낸 뒤, 1시간여 만인 밤 10시30분에 ‘분석결과 보고서’를 수서경찰서에 보냈다고 한다.
이어 수서경찰서는 보고서를 받은 지 30분 만에 언론에 공표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치르듯 속전속결로 움직인 것이다.
또 수서경찰서가 78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김씨의 컴퓨터를 분석하도록 서울청에 의뢰했으나, 서울청이 숫자를 줄여달라고 요구해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4개의 키워드만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서울청은 사흘도 지나지 않아 ‘댓글 흔적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78개 키워드로는 그렇게 빨리 중간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속았다는 느낌에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김용판 당시 서울청장이다. 김 전 청장은 “무혐의 수사 결과 발표는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언론에 당당히 밝힌 적이 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놓고 보면, 그의 이런 행동은 판단 착오 수준을 넘어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범인을 은닉하고 증거를 인멸하면서 수사를 방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달 29일 경찰복을 벗고 명예퇴직을 했으나, 앞으로 “영전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청와대 경호실 차장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고 한다.
김 전 청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민주통합당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돼 형사3부에 사건이 배당돼 있다.
검찰은 그제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을 다룰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이 수사팀이 국정원뿐만 아니라 김 전 서울청장과 경찰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 함께 수사해야 한다.
그것은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 2013. 4. 2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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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국정원 댓글 수사 조직적 은폐, 방해했다
하드디스크 분석자료 중간발표하고도 실무팀에 안줘
권은희 수사과장 “위법” 격렬 항의 받고 이틀뒤 넘겨
국정원 직원에 디스크 반납 시도…항의받고 철회도
서울지방경찰청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일선 수사팀에 핵심 수사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려 하고, 주요 증거물을 피의자에게 돌려주려 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당시 수사 책임자가 폭로했다.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16일 밤, 갑자기 면죄부성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사건 수사에까지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관련기사 5면
이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한겨레>와 만나 “(지난해 12월16일) 서울경찰청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아예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최종 분석자료를 우리에게 안 주려고 했다. 우리(수서경찰서 수사팀)가 ‘당신들 법 위반이다’라는 말까지 하며 격렬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 수행을 거부하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서울경찰청은 16일 밤 분석을 끝낸 자료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만 이용한 뒤, 이틀이 지난 18일 밤에야 수서경찰서에 건네줬다.
또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제출한 하드디스크 등을 김씨에게 돌려주려다가,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 과장은 “제출된 컴퓨터 등은 사실상 압수상태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물 관리에 대한 판단은 수서경찰서가 해야 한다고 서울경찰청에 주장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도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했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애초 서울경찰청에 국정원 직원 김씨의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하면서 총 78개의 키워드로 국내정치 관련 게시글·댓글 등을 찾아내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수사의 신속성’을 이유로 키워드 숫자를 줄이도록 지시했다.
권 과장은 “처음에 우리는 항의하고 반대했다. 결국 반나절 회의한 끝에 키워드를 4개(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로 줄였다”고 말했다.
더욱이 서울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고 파일을 살펴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김씨는 당시 피의자 신분이라 컴퓨터를 사실상 압수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조사 방식에)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이처럼 부실한 분석 작업을 거쳐 그 결과만 가지고 “김씨가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 과장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장을 통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상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는 새누리당 쪽에 불리한 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리지 말도록 수사팀에 지시하기도 했다. 권 과장은 “(국정원 직원 글에서) 특정 정당과 관련한 어떤 패턴이나 경향이 보인다는 분위기를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서장을 경유해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김씨는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글에 대해서만 확인한다’는 조건을 달아 컴퓨터를 임의제출했기 때문에 분석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수사팀이 의뢰한 키워드 중엔 대선과 관련성이 없는 단어가 대다수였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분석자료를 넘겨주기 위해 문서파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허재현 박현철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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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상부,국정원 선거개입 축소-은폐 지시"
경찰 내부 폭로 나와, "서울경찰청, 지속적으로 부당 개입"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초기 경찰 상부에서 수사 축소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경찰 내부 폭로가 나와,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의 수사과정을 잘 아는 경찰 A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작년 12월 민주통합당이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수사 내내 서울경찰청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수서경찰서는 작년 12월 13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 2대(노트북·PC)를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분석해 달라고 의뢰했다.
A씨는 "수서경찰서가 김씨의 컴퓨터에서 대선과 관련한 78개의 키워드를 발견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그쪽(서울청)에서 이러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수를 줄여서 다시 건네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결국 분석 의뢰된 키워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단어 4개로 축소됐고 서울청은 분석에 들어간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댓글 흔적이 없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수서경찰서는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대선을 사흘 앞둔 16일 밤 기습적으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A씨는 "애초 제출하려 했던 78개 키워드로는 그렇게 빨리 중간수사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며 "수서경찰서 실무팀은 그제야 속았다는 느낌에 망연자실했다"고 토로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주요 키워드는 당시 김씨의 주요 혐의를 밝힐 수 있는 핵심 증거였다는 점에서 상급기관인 서울청이 초기부터 수사에 개입한 정황을 방증한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키워드 제출과 관련한 당시 상황은 서울청 공식 문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청은 김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김씨에게 허락을 맡고 파일을 들춰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제출 형식으로 컴퓨터를 제출하기는 했으나 김씨는 당시 피의자 신분이라 사실상 압수수색과 다름없던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서경찰서는 복원과정에 참여했던 사이버팀장을 결국 현장에서 철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청은 증거물품인 김씨의 컴퓨터 2대도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서경찰서의 잇따른 요청에도 서울청에선 그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며 "압수한 증거품은 형사소송법상 자체 폐기를 하든 본인에게 돌려주든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가 판단할 내용이라며 적극 항의하자 마지못해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을 책임졌던 서울청 관계자는 "자리를 옮긴 지 오래됐다"며 관련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김씨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 은폐를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상부에서 김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지침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대선 관련 인터넷 게시글에서 '특정 정당과 관련한 패턴(경향성)'이 엿보인다고 언론에 밝힌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윗선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직후 전보발령된 것도 이 사건을 대하는 경찰 상부의 태도 때문이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고 <연합>은 전했다.
이같은 경찰 내부 폭로는 야당이 대선 사흘전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을 부인하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했던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최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청와대 경호실 차장 내정설이 있다"며 "만약 이런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정원 선거개입과 그 은폐의혹이 있는 김용판이 저지른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보은인사로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국정원의 불법선거운동 사건의 수혜자임을 자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청와대를 정조준했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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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정원 조직 개입 여부 수사한다고 하지만 국가 기강 문란으로 실체 밝혀낼지 미지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과잉충성’ 으로 결론날 수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혀, 결국 이번 의혹은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여론을 조작했는지 여부로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
안재경 경찰청 차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 종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초 민주통합당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이 감금당했다면서 '인권' 프레임으로 대응했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직원 김씨의 정권 홍보 및 북한 비판 등 정치 편향적인 게시글이 드러나면서 여론 조작 의혹이 높아졌다.
▷ 경찰 조직적 여론조작 밝혀낼 수 있나=
특히 경찰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직원 김씨 이외 또다른 제3의 인물인 이씨가 김씨와 같은 행태의 여론조작을 위한 게시 활동을 벌인 것이 밝혀졌고, 이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개인의 혐의로는 도저히 이번 사건의 의혹을 해소시킬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안재경 차장은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1명이 실제 국정원 직원인지 확인하기 위해 강제수사까지 갈 수 있나’라는 질문에 “필요한 수사는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공무원'이라고 밝혔을 뿐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국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한 공용번호가 국정원의 공용번호와 일치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은, 적어도 2명의 국정원 직원이 오늘의유머 사이트 등 인터넷 커뮤니트 사이트에서 여론 조작이라고 할 만한 내용들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 국정원 조직의 지시 여부가 있었느냐라는 건데, 이미 언론보도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을 통해 밝혀진 '심리정보국 제2단'이라는 조직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경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심리정보국 제2단에는 70여명이 소속돼 있고,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 댓글 내용이 담긴 '일일작업 지시서'를 전달받고, 지급받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국정원 윗선의 지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국정원의 간부급 등을 소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면 해야 할 것”이라고 답해 국정원 간부들의 소환 가능성도 열어놨다.
경찰이 조직적 개입 여부를 수사한다고 했지만, 최고 정보기관을 상대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개인 혐의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의 윗선에 대한 조사 결과, 대선에서 국정원 조직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자체로 정권에 치명타가 되는 결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경찰은 대선 직전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 대선 이후 수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특정 후보에 유리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불과 4개월 전에 경찰이 밝힌 내용과 현재 수사 진행 내용은 180도 다르다.
지난해 12월 17일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지난 1월 3일에도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오늘의 유머’(오유)에서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했다. 직접 쓴 글도 있지만 대선·정치·시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발표했고, 결국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 ||
국정원 직원 김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했던 이씨에 대한 수사도 이번 사건의 의혹을 밝혀낼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 김씨와 공범으로 이씨를 고발해 경찰이 조사했지만, 현재까지 김씨와 이씨의 연결고리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이씨가 2004년 한나라당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새누리당과 연관된 일반 시민까지 활용해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도 검증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원세훈 전 원장 수사가 관건=
국내 정치 개입 혐의로 국정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원세훈 전 원장이 여론조작을 지시했는지도 이번 사건의 태풍의 핵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지난 12일 민주당의 대리인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혐의를 밝혀내는 것은 이미 공개된 '원장 지시사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핵심이다.
일례로 원 전 원장은 지난 2011년 11월 18일 선거기간 동안 트위터·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 유포(하는데) 확실하게 대응 안 하니 국민들이 그대로 믿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지시했는데, 여론조작을 통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원 사격'으로 볼 여지가 많다.
조직적 여론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 책임자 처벌에 이어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대선 선거 결과 무효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들고 있어, 국가기관이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밝혀질 경우,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웅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 주체로 나서 원세훈 전 원장을 구속시키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웅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들만 소환해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검이 나서서 원세훈 전 원장부터 하루빨리 조사해야지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웅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정권과 무관하게 "원세훈 전 원장이 원래 MB맨이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과잉 충성"한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 민간인 사찰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
이에 더해 국정원 직원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비방했던 황모씨의 가족을 찾아가 글 작성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고, 당사자는 고소할 계획을 밝히면서, 국정원의 여론조작 의혹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국정원은 황씨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암살을 암시하고 수차례 신변을 위협한 글을 작성했다면서, 국정원법 제3조 국내 보안 정보 수집 규정에 따른 경호 업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황씨는 국정원법 제11조에 규정한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벗어난다면서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후보 경호 차원이라는 국정원의 해명에 당장 누리꾼들은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누리꾼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나섰겠느냐라며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국정원의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정원은 또한 황씨의 병력까지 조사하고 황씨의 주변 지인까지 손을 뻗쳐 신상정보를 캐물으려는 정황까지 발견되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적어도 이번 국정원의 행태는 국정원법 제11조 직권 남용의 금지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제11조에 따르면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그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황씨는 "국정원이 간첩수사를 할 수 있지만 수사 범위를 법적으로 넘어선 것"이라며 “정보기관이 할 짓이 그렇게 없나. 내 개인적인 신상정보까지 알아봤다고 하더라. 형사적으로 국정원법에 어긋난다는 부분에 대해 유죄를 입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화 변호사는 14일 통화에서 “황씨의 혐의가 대공수사와 관련한 것도 아니고,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총선, 대선 당시 글을 문제 삼아 자제를 요청한 것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람들을 겁주게 하려는 공작적인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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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정원, 대선에 조직적 개입했다"
국정원 관련자들 모두 형사처벌하기로 결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TV조선>에 따르면,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의 인터넷 게시글 작성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이모씨(39)도 국정원 직원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은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이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한 전화 번호가 국정원 공용전화 번호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 이들의 게시물과 댓글이 통상적인 국정원의 대북활동을 넘어서 개인 차원이 아닌 국정원 차원의 선거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며 관련자들은 모두 형사 처벌하기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안재경 신임 경찰청 차장은 전날 경찰청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 "종합적으로 수사를 다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국정원 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지에 대해서도 "수사팀에서 필요한 수사는 다 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이 나온다고 하면 조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6월 19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철저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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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경찰, 깃털만 뽑고 몸통은 눈 감다니"
"경찰의 권력 눈치보기, 치욕적인 사건될 것"
경실련은 19일 경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결과와 관련, "깃털만 처벌하려고 하고,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개입행위의 몸통에 대한 수사에는 눈을 감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경실련은 이날 논평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특히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담긴 국정원 내부문건이 공개됐는데도 사건과 관련된 국정원 지휘부를 포함하여 본질적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고 지시에 의해 실행한 말단 직원만을 처벌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덮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번 수사발표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위에 눈감은 경찰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경찰의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국정원뿐만 아니라 경찰 스스로도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국민과 역사 앞에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검찰에 대해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명명백백 해소해야 할 것이며,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활동을 기획했는지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마저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 한다면 또 다시 역사의 범죄 행위에 대한 공범자가 되어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지난 대선 때 '여직원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일체의 수사개입시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아울러 정보기관이 또다시 국민여론을 조작하는 국기유린의 범죄행위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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