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아버지 간첩누명 34년 만에 벗었는데 .. 성묘 갔던 큰 아들 주검으로

道雨 2017. 7. 12. 10:05




아버지 간첩누명 34년 만에 벗었는데 .. 성묘 갔던 큰 아들 주검으로





34년 만에 누명을 벗은 ‘김제가족간첩단사건’의 피해자 고(故) 최을호씨의 장남이 실종됐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 무죄 판결 소식을 알리며 한 많은 세월을 되돌아본 뒤 이틀 만이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1일 “이날 오후 3시쯤 전북 김제시 진봉면 고사마을 인근에서 실종 신고 됐던 최낙효씨가 새만금간척지 갈대밭에서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이던 경찰헬기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시신에 훼손 흔적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지난 9일 오후 12시22분쯤 남매들과 함께 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고사마을 뒷산을 찾았다. 34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은 아버지에게 무죄 판결 사실을 전하고 제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날 마을 쪽으로 혼자 이동하다가 실종됐다.


 김제가족간첩단사건은 1966년 북한으로 납치됐다가 돌아온 최을호씨가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중, 1982년 조카인 최낙전·최낙교씨를 포섭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사건이다. 
 
 이들 3명은 당시 경찰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씨 등에게 40여 일간 고문을 당하고, 서울지검 공안부에 넘겨져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최낙교씨는 구치소에서 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듬해 최을호씨에게 사형을, 최낙전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와 상고는 기각된 뒤 최을호씨는 1985년 10월 사형당했다. 최낙전씨는 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뒤, 보안관찰에 시달리다가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가 간첩죄로 잡혀간 뒤 초등 교사였던 낙효씨는 충격을 받고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다, 퇴직한 뒤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가족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된 고 최을호씨와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고 최낙전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낙효씨 남매들은 “그동안 빨갱이 가족으로 낙인 찍혀 살아온 삶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었고, 죽을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었다. 이들은 오는 16일 주민들과 함께 그동안의 회한을 풀고 위로하는 잔치를 열 계획이었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