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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전 관련 문제제기에 대한 팩트체크

道雨 2021. 2. 1. 12:50

[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에 원전 USB 건넸다?

 

“원전 관련 문건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작성”

 

          ▲조선일보가 보도한 북한 원전 추진 관련 문건의 작성 시기를 보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선일보 캡처

 

                     ▲1994년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해주겠다고 합의했다. ⓒ통일부자료

 

                    ▲2018년 일부 보수언론들이 보도한 북한에 원전 지어주자는 기사 목록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원전 관련 USB를 건넸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안철수, 나경원,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들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 지사 등은 ‘대북 원전 게이트’, ‘북풍 공작’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감사와 특검까지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원전 USB를 건넸는지 사실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팩트: “원전 관련 문건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작성”

북한에 원전 건설 내용이 담긴 USB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산업부에서 나온 문서와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입모양 때문입니다. (남북정상회담 초기 입모양 분석 기사를 보면 핵무기‧미국‧트럼프라는 단어가 반복)

조선일보가 보도한 북한 원전 추진 관련 문건을 보면 작성 날짜가 2018년 5월 14일, 5월 2일입니다.

USB를 건넸다는 남북정상회담은 2018년 4월 27일입니다. 문 대통령이 아직 작성하지도 않은 북한 원전 문건을 USB에 담아 김 위원정에게 줬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봐야 합니다.


팩트: “미국은 북한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설사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발전소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문제 될 일은 아닙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전력난 해소를 위해 발전소를 건설해주겠다는 제안이 한두 번 나온 것도 아닙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 핵발전소를 건설해주기로 합의한 적도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은 핵의심국가로 의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약속합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은 ‘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KEDO)’을  만들어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재검토 대상으로 전환하고, 북한이 핵개발로 대응하자 2006년에 대북경수로 지원사업이 중단됐습니다.

한국형 표준 원전(OPR-1000 및 APR-1400) 건설에 사용된 대부분의 미국 기술들이 한국 기업에 성공적으로 이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웨스팅하우스는 여전히 한국형 표준 원전을 웨스팅하우스의 라이선스 제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으로 불리는 APR-1400을 수출할 경우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의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겠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원전 라이선스가 미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원전을 북한에 건설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 의회 보고서를 보면 라이선스가 미국에 있어 대북 수출 규제 대상으로 허락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팩트: “한국 언론들, 북한에 원전 지어주자”

산업부는 “북한 원전 관련 문서의 경우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에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작성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2018년에 한국 보수 언론들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핵무기 위협을 막기 위해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라는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언론 보도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 협력 활성화 방안 등의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산업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아이디어 차원의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산업부 내부 원전 관련 문서

서문 :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

결문 :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


산업부가 밝힌 원전 관련 문서를 보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임을 서두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결론을 보면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조치 수준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북미 합의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북미 합의와 미국의 허락이 중요한 열쇠라서, 보고서는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을 건설한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 등, 1990년대에 이미 나왔던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수준의 내부 보고서만 가지고 북한에 원전 건설 USB를 건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 임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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