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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거짓말 잔치’로 끝날 자영업자 지원 공약

道雨 2022. 1. 5. 10:37

‘황당한 거짓말 잔치’로 끝날 자영업자 지원 공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7일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말했다.

처음엔 ‘50조원’이란 액수에 놀라서, 이미 공약한 ‘금융 지원 50조원’을 잘못 말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틀렸다.

윤 후보는 1월2일 “(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50조원을 조성해, 그중 43조원을 손실보상에 투입하고, 나머지 7조원은 신용보증보험 수수료로 사용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액수가 크니 좋다고 해야 할까? 내 생각엔 ‘자영업자 50조원 지원’은 불가능하고, 불합리하다. 우선 지출 구조조정으로 올해 예산 607조원에서 절반가량인 재량 지출의 약 16%를 떼어내 50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건 기적이 열번 일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어떤 예산을 줄일지 단 1분이라도 생각해보았을까 의심스럽다.

추가 지원에 50조원이나 필요한가?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서비스 업종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은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행 국민계정 추계에서 2020년 소득분배 내역을 보면, 자영업자 소득(가계 영업잉여와 준법인기업 소득인출의 합)은 전년 대비 9조6천억원 감소했다. 2021년까지 2년간 소득 감소액은 20조∼30조원가량일 것이다.

손실보상법 시행 이전에는 새희망자금(3조4천억원), 버팀목플러스(7조3천억원), 희망회복자금(5조3천억원)을 지원했고, 3분기부터는 손실보상법에 따라 분기당 2조원가량 보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입은 타격에 비해 지금까지 지원과 보상이 크게 부족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50조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자영업자 지원 공약이 ‘희망 고문’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서 재정 소요를 계산하고, 조달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얼마를 늘리겠다가 아니라, 손실보상법과 시행령, 지침을 어떻게 고치자는 책임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손실보상제도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영업제한이나 집합금지 조처를 취한 업종이 대상이다. 연말에 정부가 인원제한 업종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연매출이 일정액 이하(숙박·음식점업 10억원, 여가·스포츠 30억원)인 소상공인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 시기에 비해 매출이 줄었을 경우, 감소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손실로 치고, 그 80%를 분기당 50만원에서 1억원 한도로 보상한다. 손실보상의 대상(매출액 규모, 행정조처 내용)을 두고, 손실액 계산법을 두고, 손실보상 비율을 두고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손보느냐가 지원액의 규모를 좌우한다. 물론 손실보상법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으므로, 방역지원금 지급 같은 별도의 지원도 의미가 있다.

 

윤석열 후보는 2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열린 ‘자영업 피해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자영업자 지원 공약을 거론했다.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윤 후보는 “지원이 아니라 손실보상이라는 개념을 제가 정치인으로서 처음 들고나왔다, 8월달부터”라는 이상한 말도 했다. 손실보상법은 지난해 7월1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원 규모 말고 구체적인 얘기는 딱 하나 더 있었다. 윤 후보는 자영업자들에게 3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5천만원까지 대출해주고, 임대료와 공과금 납부에 쓰면 대출액의 절반까지 상환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건 주먹구구다. 임대료는 손실액 계산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임대료 부분을 떼서 선지원하는 것은 건물주들이 더 좋아할 지원책이다.

 

여당 의원들의 ‘100조원 추경’ 주장도 황당하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3일 당 소속 국회의원 74명의 동의를 얻어, 코로나 손실보상 및 지원을 위한 10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제출했다. ‘과장을 할 바엔 크게 하는 게 좋다’는 것인가?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진정 공감한다면, 그들이 무엇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나랏돈을 어떻게 얼마나 써야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 고민하고 의논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구실인데, 정치는 보이지 않고 ‘뻥’ 소리만 들린다.

 

 

정남구 | 논설위원

jeje@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5938.html#csidxbf43c7ef31d36d098d2f096a08cae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