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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재 판단에도 ‘용산 집회 금지’ 고수하는 경찰

道雨 2023. 2. 2. 09:44

법원·헌재 판단에도 ‘용산 집회 금지’ 고수하는 경찰

 

 

 

용산 대통령실 앞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잇따른 판결과 가처분 결정에도, 경찰이 종전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경찰이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이며 법치에 반하는 행태다.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당한 참여연대가 경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을 현행법상 집회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로 볼 수 없다며,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서울경찰청은 지난 31일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된 만큼 법원의 이번 판결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경찰은 집무실이 여전히 관저에 포함된다는 비상식적 논리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1일에도 법원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당한 뒤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집회를 허용하도록 결정했다.

 

이처럼 경찰이 금지한 집회를 법원이 허용한 게 한두차례가 아니다. 이쯤 되면 경찰이 사법부의 판단을 경시한다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현행법조차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대통령이 거주하는 공간도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물며 국민과 소통해야 할 공간인 집무실 앞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 정부 들어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 계획인데, 서울시는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같은 날 오전 방송사 촬영이 있고 오후에 전시 행사가 열리는 등 광장 사용 일정이 중복된다는 이유라고 한다.

추모대회는 오후에 열리는 만큼 행사 간 조율을 거쳐 광장을 함께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의견을 표출하는 집회·시위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기본권이다.

우리 사회가 애써 확장시켜온 이 자유를 옥죄고 과거로 돌이킨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자유’는 헛껍데기만 남을 뿐이다.

민주주의를 퇴행시킨 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집회·시위의 자유부터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 2023. 2. 2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