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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심판의 의미 “검사는 헌법기관이라 우기지 마라”

道雨 2023. 4. 18. 09:08

검수완박 심판의 의미 “검사는 헌법기관이라 우기지 마라”

 

 

 

수사권 조정 논쟁이 결국 헌법재판소(헌재)까지 갔다 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법무부장관과 6인 검사가 이른바 ‘검수완박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 검사의 헌법상 수사권·소추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국가기관과 자치단체 간 등의 권한 다툼을 헌재가 해결하는 제도다.

수사권 조정의 연장인 검수완박은 ‘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을 뜻하나, 실제로는 완박을 향해 진행 중인 개념이다. 아직도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나 경찰의 송치사건에 대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사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등장으로 시련을 맞았다. 법무부가 검사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 취지와 거꾸로 하위법령인 시행령으로 검사의 수사범위를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법무부장관과 검사들은 국회의 검수완박법이 장관의 검사 지휘·감독권 및 검사의 헌법상 수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침해확인 및 행위무효확인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국회가 함부로 검사 수사권 등을 손댔다는 것이다.

 

법무부장관이 제기한 심판에 대해 헌재는, 장관 권한과는 무관하다며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봤다. 이는 법무부와 검찰의 연대성 약화로도 보여 둘의 관계에 재해석 여지를 남긴다. 당장 밀착성을 전제한 법무부 검찰화의 정당성 문제에 부닥친다. 법무부 탈검찰화가 뒤따라야 하는 까닭이다.

 

검사들이 제기한 심판에 대해서도 헌재는 검사의 수사권 등이 헌법이 아닌 법률상의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검수완박법이 검사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검사의 수사권 등을 두고 벌여온 해묵은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검사들은 헌법상 영장신청권을 내세워 수사권 등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헌재는 영장신청권은 법률전문가인 검사로 하여금 다른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1962년 헌법에서 도입한 것임을 재확인했다. 검사의 수사권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경찰도 영장신청 주체였다.

 

이번 심판은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검찰청법의 취지를 왜곡한 시행령을 법 취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동시에 수사·기소분리원칙에 따른 수사권 조정을 온전히 마무리해야 할 책무를 안겨줬다.

 

둘째, 검사가 더 이상 헌법기관이라고 우길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검사 스스로는 법관과 유사한 임용방식, 탄핵 파면, 정년 등을 이유로 법관과 동일시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심판제기도 그런 인식이 한몫했다.

그러나 법관은 헌법이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는 헌법기관이나 검사는 검찰청법이 보장하는 법률기관에 불과하다. 법원과 검찰청이 나란히 설치돼 있다고 같이 볼 것은 아니다.

 

셋째, 탄핵에 의해서만 가능케 한 검사의 파면요건을 바꿔야 한다. 법률기관인 일반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징계 파면을 둬 업무특성에 따른 엄격한 중립성과 청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헌재 결정문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규문주의(소추재판 미분리주의)에서 탄핵주의(소추재판 분리주의)로 이행한 형사절차에 비춰, 수사기관이 자신의 수사대상에 대한 영장신청을 스스로 결정하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수사권과 영장신청권의 분리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나, 결국 소추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한다.

 

헌재가 수사기관 간 역할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헌재 결정으로 검수완박,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 및 검사의 지위를 재조명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심판을 두고 뒷말도 있으나, 알아야 할 것은 헌재가 검사의 수사권 등 배분은 국회의 재량임을 이미 수차례나 확인해 왔다는 사실이다.

 

 

 

최영승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