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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후보들, 이종섭·황상무 감싼 대통령실에 “정신 못차려”

道雨 2024. 3. 19. 09:22

국힘 후보들, 이종섭·황상무 감싼 대통령실에 “정신 못차려”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정리’ 요구에 대통령실이 귀를 닫자, 18일 국민의힘은 “선거를 어떻게 치르라는 거냐”며 부글부글 끓었다.

4·10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악화하는 여론을 체감하는 이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듭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5분 간격으로 두 차례 공지를 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실은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종섭 대사의 조기 귀국과 황상무 수석의 자진 사퇴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사는 지난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축소 외압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로 ‘도피성 대사 임명’ 논란에 휩싸였고, 황 수석은 ‘비판 언론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중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위원장은 “우리 입장이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두 사람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는 데에 한 위원장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 참석자는 “한 위원장이 회의 때 대통령실 관련 얘기를 했다는 건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종섭·황상무 지키기’에 나선 대통령실에 국민의힘에선 “지금 법률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을 못 하는 게 핵심”(선대위 관계자), “대통령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영남 초선 의원)는 등의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서울의 한 후보는 “한 주민이 대통령실 입장 나온 걸 보고 ‘대통령이 국민을 이겨먹자는 소리냐’고 하더라. 이 정도면 선거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지역에서 뛰는 후보들은 힘이 쭉쭉 빠진다”고 말했다.

 

당 안에선 이 대사와 황 수석이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었다. 경기도의 한 의원은 “지역 다니다 보면, ‘대통령 왜 그러냐’는 얘기만 한다. 자진 사퇴 형식으로 이 대사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후보는 “주민들이 ‘이 대사를 왜 지금 호주로 내보냈냐’고 묻는다. 진짜 분위기가 안 좋다”며 “이 대사를 해임하는 게 제일 깔끔하다”고 주장했다.

 

 

황 수석을 두고도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한다”(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는 요구가 거듭됐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회칼 사건은)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서 흑역사인데, 그걸 기자들 앞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언론사 상대 강압·압력이 없었다’는 이날 대통령실 입장문을 두고도 “(언론에) 위해를 가했냐 안 가했냐, 물리적인 폭력이 있냐 없냐 그걸 문제 제기한 건 아니지 않으냐”며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일부 언론은 황 수석이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 사이에선 ‘이 대사는 공수처가 부르면 들어와 조사받으면 그만이지만, 황 수석은 다르다’며, 황 수석이 스스로 물러나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됐지만,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총선 후보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실발’ 논란에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연일 ‘국민 눈높이’ ‘말조심’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작 대통령실 참모의 발언이 표심을 악화시키고 있어서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대통령실 인사들도 국민 눈높이에 기준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