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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선 ‘제3의 교섭단체’ 반드시 필요하다

道雨 2024. 4. 15. 11:54

22대 국회에선 ‘제3의 교섭단체’ 반드시 필요하다

 

 

 

21대 때 민주당과 협력할 교섭단체가 있었다면

국힘의 ‘입법 사보타주’ 피할 돌파구 만들어야

3개 교섭단체 합의로 국회 운영되면 여러 장점

윤 대통령 무조건 거부권 행사하기도 어려워져

구성 요건 완화는 정당보조금 배분 문제 풀어야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채워주는 방식 고려할 필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아쉬운 범야권의 압승’이라 할 수 있다.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을 얻었다.

야권 192석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심판’이라는 성난 민심과는 반대로 퇴행을 거듭해온 오만과 독선의 국정 기조를 고수하고 상습적인 거부권 행사를 되풀이할 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국정 기조의 전환’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이고, 국민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선거였다. 더 이상의 무책임하고 무도한 독선·독주 국정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현 국회법(제32조 1항)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의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하게 된다. 교섭단체는 20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과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다양한 특혜가 주어진다.

정당 보조금을 우선 지급받고, 정책연구위원(국회법 34조) 및 입법지원비를 지원받고, 의사 일정 조정, 국무위원 출석 요구, 대정부 긴급현안질문, 의원 징계, 본 회의나 각종 위원회에서 발언 시간과 발언자 수 조정,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선임 등을 협의할 수 있다. 더하여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하기도 하고,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위원이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회 내의 모든 위원회에 간사 1인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두 알고 있듯 21대 국회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던 양당 간 극한대결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또는 할 수 없었던 ‘식물국회’로 조롱을 받았다.

만약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교섭단체가 하나 더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21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끌려다니다가 상원 아닌 상원 격의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지 않아도 됐고,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 준 국민의힘의 입법 사보타주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장 탈당’을 할 필요도 없었고,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라는 비난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생산성 높은 국회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22대 국회는 어떻게 될까?

원칙적으로 선거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 교섭단체 간 협상으로 원 구성을 하게 된다. 힘없는 군소정당들은 가고 싶은 상임위가 있다 해도 자의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가 끝난 후 순서가 돌아가기 때문에, 원치 않는 상임위에 강제로 배치될 수도 있다. 상원 격의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치열한 쟁투가 벌어질 것이다.

21대 국회는 개원 협상 타결 없이 180석의 집권여당 민주당이 단독으로 전체 상임위원회를 차지하면서 출범했다. 2021년 7월, 양 당은 상임위원회 재배분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하반기 원 구성과 관련하여 “상임위원회는 의석수를 반영하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돼 윤석열 정권이 등장하자, 민주당은 “정부 견제를 위해 법사위는 야당 몫”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법사위원회를 통한 여당의 의회 무력화 시도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를 책임지고 있던 거대 야당으로서 민주당은 계속되는 국회 공전과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한 비난을 감내하지 못하고, 결국 집권 여당의 법사위원장 체제에 동의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하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은 소수 여당의 집요한 시간 끌기 및 법사위를 통한 입법 방해 전술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등 주요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사문화되면서, 민주당은 180석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허울뿐인 공룡 야당’이란 비판을 들어야 했다.

 

또다시 그런 전철을 밟을 것인가?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3의 교섭단체가 필요하다.

왜 필요할까?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가장 높은 효능감을 자랑했던 국회는 1988년 13대 국회였다. 당시 법안 합의처리율이 무려 81.1%를 기록했는데, 의석비(議席比)는 국회의원 총수 299석 중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125석, DJ의 평화민주당은 70석, YS의 통일민주당은 59석, JP의 신민주공화당은 35석 등 소위 ‘황금분할’, 여소야대였다. 협치는 1990년 민정당, 통민당, 공화당의 3당 야합으로 ‘여대야소’로 바뀌면서 사라졌지만,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22대 국회야말로 효능감 높았던 13대 국회를 복원할 절호의 기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교섭단체 간 합의로 운영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13대 국회에 비해 의석비에서 훨씬 더 유리한 여소야대가 됐고, 연대할 야당 간의 관계도 정체성과 비전 측면에서 더 가깝다.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방법은 2가지이다.

 

첫 번째는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국회법 33조 1항에 따른 교섭단체 구성요건 20석을 10석 또는 15석 정도로 낮추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자금법 제 27조에 따라, 교섭단체는 정당 보조금의 50/100을 균등하게 분할하여 배분·지급받을 권리가 생긴다. 기존 교섭단체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 정당 보조금의 50% 중 1/2을 가져가던 교섭단체가 1/3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균등배분 우선비율 50%는 양당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점차 늘려 온 것인데, 지나친 교섭단체 중심의 배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조항은 거대 정당의 기득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돼 와서, 의석 비율이나 득표율을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각 당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개원 전에 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는 교섭단체 구성요건 20석은 그대로 두고, 소수 정당의 연합을 기반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은 민주당의 준(準)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채워주는 방식이다.

국회법 33조 1항에 따르면, 교섭단체는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조국혁신당(12석)을 중심으로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새로운미래(1석)가 우선 연합하고, 여기에 더불어민주연합이 2석을 채워주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달성에 실패한 자유민주연합을 위해, 당시 공동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총재 DJ)의 의원 3명을 보내서 20석 기준을 맞춰 준 적이 있다.

만약 여야 간 교섭단체가 하나씩밖에 없다면, 그 동안의 국정 기조로 봤을 때, 여야 합의를 빌미로 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거부된 법안들을 재추진한다 해도 ‘여당 반대, 야당 밀어붙이기, 대통령 재의 요구, 국회 부결’의 악순환을 무한 반복할 것이고, 22대 국회 또한 식물국회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국정 기조의 대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면, 국정 기조를 강제로라도 전환시켜야 한다. 그 출발점에 제3의 교섭단체가 있다. 제3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지혜로운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김동규 정치컨설턴트(탑위드 대표)insite21c@gmail.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