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 이후의 세계 나는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늘 ‘천하통일’을 이상으로 내세우지만, 사후적으로 보면 역사의 진보가 가장 빨랐던 시기는 바로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던 시대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가나 도가, 법가 등이 형성된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는 분열의 시대였지만, 아마도 중국 역사상 가장 풍부한 유산을 남긴 시대이기도 했다. 중국 고전 사상의 형성뿐만 아니라, 진나라에서 상앙(기원전 390~338)의 개혁이 만든 세계 최초의 능력주의 관료국가도, 피비린내 나는 전란시대의 유의미한 사회적 실험이었을 것이다. 이 시대와 비교가 가능한 시기는 송나라(960~1279)와 요나라(916~1125), 금나라(1115~1234)처럼 한족이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