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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 이후의 세계

미국 패권 이후의 세계 나는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늘 ‘천하통일’을 이상으로 내세우지만, 사후적으로 보면 역사의 진보가 가장 빨랐던 시기는 바로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던 시대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가나 도가, 법가 등이 형성된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는 분열의 시대였지만, 아마도 중국 역사상 가장 풍부한 유산을 남긴 시대이기도 했다. 중국 고전 사상의 형성뿐만 아니라, 진나라에서 상앙(기원전 390~338)의 개혁이 만든 세계 최초의 능력주의 관료국가도, 피비린내 나는 전란시대의 유의미한 사회적 실험이었을 것이다. 이 시대와 비교가 가능한 시기는 송나라(960~1279)와 요나라(916~1125), 금나라(1115~1234)처럼 한족이 아닌 ..

시사, 상식 2022.04.27

불복종을 위한 교육

불복종을 위한 교육 “어른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한국의 어른들은 절대 믿지 마세요. 그들은 여러분의 미래에 관심이 없습니다.”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어른들을 믿어서는 여러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도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어른들처럼 젊은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박약한 이들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지난해 9월 독일 연방의회 선거와 올해 3월 한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더욱 굳어진 확신이다. 지난 독일 총선에서 가장 큰 정치적 쟁점은 생태, 기후변화 문제였다. 선거 뒤 이뤄진 조사를 보면, 전체 선거 쟁점 가운데 무려 46%가 생태, 기후변화 관련 이슈였다. 그 결과 선거의 최대 승자는 녹색당이었다. 한마디로 지난 독일 총선은 ‘..

시사, 상식 2022.04.27

한덕수, 김앤장의 트로이 목마

한덕수, 김앤장의 트로이 목마 2011년 9월17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주코티 공원에 30여명의 청년 실업자가 모여들어 텐트를 치고, 월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탐욕에 눈먼 월가의 금융사들이 금융위기를 불러 미국 경제를 파탄 위기로 몰아가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은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고 있었다. 이들은 그런 행태에 분노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노동자들이 합세하면서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 ‘월가의 경제 지배’는 월가와 미국 행정부 간 오랜 ‘밀착’의 산물이다. 월가 출신들이 백악관 등 정부 핵심부에 대거 들어가 미국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며 월가를 살찌웠다. 그 중심에 투자은행 골드만..

시사, 상식 202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