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39

'국민투표'의 어두운 역사, 군부독재시절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

'국민투표'의 어두운 역사, 군부독재시절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 박정희·전두환, 정권 위기 때마다 국민투표 발의... 윤석열 측 제안에 의구심 드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27일 윤석열 당선인 측이 '국민투표'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7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다수의 폭거에 대해 당연히 현 대통령께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지만 그럼에도 민주당과 야합을 한다면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당선인 비서실은 대통령 당선인께 국민투표를 부치는 안을 보고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투표 시점'에 대해 "비용적 측면에서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

시사, 상식 2022.04.29

검사의 말, 대통령의 말, ‘진보’의 말

검사의 말, 대통령의 말, ‘진보’의 말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외교를 해내야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중수교 이후 30년 동안 한국 외교의 틀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북핵 문제는 미·중과 협력해 풀어간다’는 것이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를 ‘분단’시키면서, 그 틀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안보와 경제가 하나로 얽히고 있는데,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과하게 높고, 북한 핵 위협도 더욱 위험해졌다. 난제를 해결할 쉬운 길은 없을 것이다. 대중국 포위망의 최전선에 앞장서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국제질서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나갈 지도자의 신중한 언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더욱 강한 정치적 입장을..

시사, 상식 2022.04.29

미국 패권 이후의 세계

미국 패권 이후의 세계 나는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늘 ‘천하통일’을 이상으로 내세우지만, 사후적으로 보면 역사의 진보가 가장 빨랐던 시기는 바로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던 시대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가나 도가, 법가 등이 형성된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는 분열의 시대였지만, 아마도 중국 역사상 가장 풍부한 유산을 남긴 시대이기도 했다. 중국 고전 사상의 형성뿐만 아니라, 진나라에서 상앙(기원전 390~338)의 개혁이 만든 세계 최초의 능력주의 관료국가도, 피비린내 나는 전란시대의 유의미한 사회적 실험이었을 것이다. 이 시대와 비교가 가능한 시기는 송나라(960~1279)와 요나라(916~1125), 금나라(1115~1234)처럼 한족이 아닌 ..

시사, 상식 2022.04.27

불복종을 위한 교육

불복종을 위한 교육 “어른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한국의 어른들은 절대 믿지 마세요. 그들은 여러분의 미래에 관심이 없습니다.”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어른들을 믿어서는 여러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도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어른들처럼 젊은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박약한 이들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지난해 9월 독일 연방의회 선거와 올해 3월 한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더욱 굳어진 확신이다. 지난 독일 총선에서 가장 큰 정치적 쟁점은 생태, 기후변화 문제였다. 선거 뒤 이뤄진 조사를 보면, 전체 선거 쟁점 가운데 무려 46%가 생태, 기후변화 관련 이슈였다. 그 결과 선거의 최대 승자는 녹색당이었다. 한마디로 지난 독일 총선은 ‘..

시사, 상식 2022.04.27

한덕수, 김앤장의 트로이 목마

한덕수, 김앤장의 트로이 목마 2011년 9월17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주코티 공원에 30여명의 청년 실업자가 모여들어 텐트를 치고, 월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탐욕에 눈먼 월가의 금융사들이 금융위기를 불러 미국 경제를 파탄 위기로 몰아가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은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고 있었다. 이들은 그런 행태에 분노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노동자들이 합세하면서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 ‘월가의 경제 지배’는 월가와 미국 행정부 간 오랜 ‘밀착’의 산물이다. 월가 출신들이 백악관 등 정부 핵심부에 대거 들어가 미국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며 월가를 살찌웠다. 그 중심에 투자은행 골드만..

시사, 상식 2022.04.27

박용만, 윤석열과 정치

박용만, 윤석열과 정치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첫 총리 후보설 ,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설에 대해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1년 전 박 전 회장이 상의 회장을 그만두기 직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총리 기용설이 돌았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를 마다하는 이유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평생을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기업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정치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낭비라고 볼 수 없다. 그런 국민도 돌보고 품어야 하는 게 정치다. 효율성이나 생산성의 논리를 강하게 가진 사람은 정치를 하면 위험하다.” 박 전 회장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자유인 박용만’이라는 명판이 놓..

시사, 상식 2022.04.25

윤석열의 ‘스핀 닥터’ 한동훈

윤석열의 ‘스핀 닥터’ 한동훈 대검찰청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에 반대 의견을 내놨던 지난 8일 저녁.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기자들이 의견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고… 응?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뭐 이렇게 해서 하면 되고. 나는 국민들 먹고사는 것만 신경쓸랍니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3월4일 사직한 ‘직전 검찰총장’이다. 사직 전날엔 대구고·지검을 방문해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했다. 검수완박 입법을 사퇴의 명분으로 들었던 그가, 민주당의 입법 재개에 할 말이 없을 리 없다. 여전히 검사의 피가 흐르는 이해당사자로서 대통령까지 된 마당에, ..

반미감정과 무임승차

반미감정과 무임승차 이건 언젠가 써야겠다고 작심하고 있던 얘기다. 진영 내 ‘멍석말이’를 다소간 각오하고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눌러 적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최근 글을 읽고 한동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 언론이 영미 언론의 전황 보도를 ‘짜깁기’하고 있다는 핵심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거나,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민중의 고통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 전체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주류를 구성하는 이른바 ‘진보 86’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독특한 정서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서를 구성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뿌리 깊은 반미감정과 한반도에만 불똥이 튀지 않기 바라는 ‘프리라이딩’(무임승차) 기질이 아닐까 한다. ..

시사, 상식 2022.04.21

윤석열 인수위, 위험한 부동산 불장난

윤석열 인수위, 위험한 부동산 불장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대선 직전 주간 상승률이 -0.03%까지 떨어졌지만, 대선 이후에는 보합세로 전환되고, 강남 4구는 결국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대선 결과를 좌우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윤석열 당선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안정돼가던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쑤셔놓았다. 그리고 인수위는 아무런 대책도 내지 못한 채 정책 발표를 뒤로 미루며 집값 불안만 키우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유세 기간에 문재인..

한미 정상회담 장소도 오리무중, 혼란의 집무실 이전

한미 정상회담 장소도 오리무중, 혼란의 집무실 이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과 관저 이전을 둘러싼 우왕좌왕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당선자가 직접 관저 이전 장소로 발표했던 육군참모총잠 공관이 ‘노후화’ 되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외교장관 공관을 새 후보지로 검토한다고 한다. 논란 많은 집무실 용산 이전에 이어, 졸속이전 문제를 또한번 드러낸 소식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20일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임시 관저의)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고,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애초 후보지였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은 “1975년도에 지어져 너무 노후화돼 종합적으로 많은 불합리한 점이 발견됐다”는 이유를 댔다. “비도 새고 거의 재건축을 해야할 수준”이라고 한다. 윤 당선자가 지난달..

"우린 끄떡없다" 믿었던 日, 최악 위기 전망에 '쇼크'

"우린 끄떡없다" 믿었던 日, 최악 위기 전망에 '쇼크' 일본이 흔들린다 (1) 경상수지 42년 만에 적자 엔저·경상적자 악몽...일본이 휘청인다 엔화가치 20년 만에 최저치 경상수지는 43년 만에 적자 인구 1년 만에 65만명 감소 소비·생산·투자 부진 악순환 * 일본이 지난해 7년 만에 최대 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는 소식에 엔·달러 환율이 장중 129엔대까지 치솟았다. 20일 일본 도쿄에 있는 증권사의 증시와 환율 전광판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1990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를 근근이 버티던 일본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7년 만의 최대 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42년간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

시사, 상식 2022.04.21

‘검찰공화국’ 등장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검찰공화국’ 등장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우리는 지금 새로운 차원의 검찰공화국의 출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을 직할하는 검찰공화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검찰을 동원해 현 정권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통령의 통치권을 뒷배로 둔 강력한 검찰의 발호. 차기 정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이런 염려에 휩싸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단행된 검찰개혁의 핵심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일정 부분 검찰 권한을 분산시켰고, 검사들도 견제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개혁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다. 검찰은 기소권 외에 중요 사건에 대한 직접..

시사, 상식 2022.04.19

윤석열 당선자, 정치협상 나서야 한다

윤석열 당선자, 정치협상 나서야 한다 1987년 대선 이후 당선자 지지도는 득표율보다 훨씬 높았다. 당선자를 찍은 유권자들의 지지에 찍지 않은 유권자들의 승복과 기대가 더해졌다. “내가 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대략 50% 선이다. 대선 득표율 48.56%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유가 뭘까? 실제로 잘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장관 인사 등 하는 일마다 너무 독선적이다. 당선자 신분으로 대구·경북을 방문해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했다. 심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윤석열 당선자를 찍지 않은 유권자 상당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 판단이 틀렸..

시사, 상식 2022.04.19

김정일-클린턴 정상회담, 신기루처럼 사라지다

김정일-클린턴 정상회담, 신기루처럼 사라지다 * 2000년 10월23일 오후 3시7분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찾았다. 이는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방문이었다. 평양/AP 연합뉴스 2000년 10월 “김정일 최고사령관의 특사”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워싱턴 방문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은 북-미 양국의 의지와 협의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다. 오랜 냉전 적대로 얼어붙은 펌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게 한 마중물이 있다. 넓게는 그 넉달 전 남북정상회담, 좀더 구체적으로는 ‘외교의 달인’ 김대중 대통령이다. 한국의 자화자찬만은 아니다. 북-미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조명록은 2000년 ..

시사, 상식 2022.04.19

아마존과 삼성, 21세기 노조의 과제

아마존과 삼성, 21세기 노조의 과제 * 지난 1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찬성표가 나오자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가운데 빨간 옷을 입은 이가 크리스천 스몰스다. 이곳 스태튼섬의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은 이날 투표를 통해 1994년 이후 무노조 경영을 해왔던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출범시켰다. 브루클린/EPA 연합뉴스 “이것은 골리앗에 대항한 다윗의 역사적 승리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스태튼섬의 아마존 물류창고 제이에프케이에이트(JFK8)에서 노조 결성 투표가 가결되자, 에서 25년간 노동 분야를 취재했던 스티븐 그린하우스가 트위터에 쓴 말이다. 1994년 창사 뒤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온 아마존은 조합 설립을 막..

시사, 상식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