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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한 초등학교의 `화려한 변신'

道雨 2007. 8. 18. 09:04

 

 

<폐교위기 한 초등학교의 `화려한 변신'>



`공교육 개혁 모델'로 거듭난 광주 남한산초교

(광주=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폐교위기까지 내몰렸던 산골의 한 작은학교가 교직원.주민들의 노력으로 7년만에 다른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는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변신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학교는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역사유적지 남한산성내 자리잡고 있는 남한산초등학교.

400년이 넘은 두 그루의 큰 느티나무 아래 교실 8개의 작은 이 학교(1901년 개교)는 해공 신익희 선생이 한때 재학(1906-1907년)하고 전 축구국가대표 서정원 선수가 졸업한 100년 전통의 전형적인 산골학교다.

17일 학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월 이 학교는 전교생은 불과 3학급 26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인근 마을에 신생아가 없는데다 유적지내 각종 규제 등으로 주민들이 계속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전교생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적었다.

이 상태가 몇년 지속된다면 다른 지역 소규모학교와 마찬가지로 폐교가 불가피한 상황.

이 때 부천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정연탁(60)교사가 교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50대 초반으로 교장으로 첫 발령받은 정 교장은 `학교를 살려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정 교장은 "처음 도착했는데 기대하던 학교가 아니었다. 너무 작았다. 학교에 출근해보니 동창회 등에서는 폐교를 기정사실화하고 이 학교 부지에 전문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학교를 살려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당시 광주 다른 초교에 근무하며 전교조 간부로 활동하고 외국의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안순억(45) 교사를 우연히 알게된 뒤 안 교사 및 이 학교 교사 3명과 의기투합, 교육시스템을 새롭게 하는 `작은 혁명'을 시작했다.

우선 `40분 수업, 10분 휴식'이라는 기존 수업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심화수업이 어렵다고 생각, 80분 수업한 뒤 30분 쉬는 `블록제 수업'을 도입했다.

수업은 학생들이 지겹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토론과 놀이.활동중심으로 꾸몄다.

특별활동도 다른 학교와 같이 매주 특정 요일에 교사가 중심이 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전 1주일씩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이 특별활동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아닌 외부강사와 학부모들로부터 목공, 도자기, 염색, 연극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 1교시 수업시간 전 15-20분간 모든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학교 뒤 산을 산책하며 자연학습을 하거나 독서실에서 책을 읽도록 했으며 산책 등이 끝나면 역시 교사들과 함께 녹차와 음료수 등을 마시며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와 함께 모든 학생들에게 1학년 입학때부터 졸업때까지 대금, 가야금 등 국악기 1가지씩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교육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독서통장'을 만들어 주고 6년간 600권의 책을 읽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이 알려져 인근 학교에서 전학 오는 학생이 생기면서 이 학교 전교생수는 2000년말 70여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금은 모두 6학급 130여명으로 증가했고 교육환경 개선에 앞장섰던 안순억 교사는 아예 다음해인 2001년 3월 이 학교로 전근을 왔다.

올해도 학교측은 2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병설유치원 졸업생이 11명에 불과하자 9명을 다른 지역에서 받기로 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모집공고를 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 온 입학 지원자가 27명에 달해 학교측은 결국 추첨을 통해 9명을 선발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남한산초교의 학생수가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인접해 있는 성남시 은행동 지역 `동화를 읽는 어른들 모임' 회원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남한산초교 전학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인근 학교 학생들의 전학을 적극 지원하고 학교홍보에도 앞장섰으며 학교일에 내 일 처럼 나섰다.

이 같은 남한산초교의 성공사례는 공교육 개혁 모델로 꼽히면서 최근 이를 벤치마킹하는 전국의 학교가 늘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 덴마크, 호주, 대만, 스리랑카 등 외국에서 견학을 오는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또한 전국 교육대학생들의 연구대상 학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요즘도 미국 보스턴대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이 논문작성을 위해 3개월째 학교에 머물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 교장은 "시골지역의 경우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인데 최근 많은 학교들이 폐교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남한산초교 교장으로 있는 동안 교사.학부모들과 함께 이 학교를 `작지만 알찬 학교, 학생들이 즐거워 하는 학교'를 만드는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