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한변호사협회의 역주행

道雨 2010. 3. 12. 11:52

 

 

 

           대한변호사협회의 역주행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의무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 가입해야 한다.

협회 누리집 화면에는 디케상과 함께 ‘인권옹호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대한변협’이라는 사진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협회 활동을 보면 설립 취지에도 역행하고 인권옹호나 사회정의와는 거리가 먼 한심한 행태를 많이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1일부터 사흘간 청주에서 열린 제63회 변호사 연수회는 제1회 인권, 환경 대회로 개최되었다.

이 대회의 ‘한국의 환경문제 및 변호사의 역할’이란 주제의 4대강 사업 관련 토론회는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되었다.

협회는 참석자들의 찬반 균형이 맞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하였다고 해명하지만, 비판적 패널이 많다는 이유로 외압이 있었다거나 회장이 충분한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취소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인권대회 3개의 세션은 북한 인권에 관한 주제 2건과 반인륜 범죄에 관한 국제형사 재판권에 대한 것이었고, 이벤트 3건도 모두 북한에 관한 것으로서 북한 인권 세미나 같은 착각이 든다.

북한 인권도 하나의 주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제1회 변호사 인권대회에서 국내의 중요한 여러 인권 현안은 다루지 않고 온통 북한 인권 문제와 이벤트만으로 채운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협회에서 발행하는 정간물은 학술지 성격의 회지인 <인권과 정의>와 소식지 성격의 <대한변협 신문>이 있다.

종래 신문 간행 규칙은 신문의 편집권은 신문 편집위원회가 갖고, 발행인은 협회장이 되며, 편집인은 공보이사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협회는 지난해 10월께 신문과 회지 간행 규칙을 개정해 두 매체의 편집권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신문의 경우 공보이사가 겸하던 편집인도 없애고, 외부인을 편집장으로 채용하고, 협회장이 발행인 겸 편집인을 겸하게 되었다.

편집권 조항 삭제와 편집인을 없애는 것에 대해 편집인과 편집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며 전원 사퇴하였다. 편집권의 독립은 모든 신문 발행의 요체이다. 제대로 된 신문에서 발행인이 편집인을 겸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법률가 단체인 협회에서 언론을 장악하려는 현 정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여 뒷맛이 씁쓸하다.

 

협회는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 사건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자, 곧바로 회원들에게 무죄판결의 타당성과 이념 편향성 여부, 우리법연구회 해체 여부를 포함한 해결책에 대한 편향적인 설문조사를 하였다.

답변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회원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성명을 발표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다. 판결을 한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원도 아니다. 또한 이 판결과, 우리법연구회나 이념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상 원리이고, 열심히 변론하여 무죄를 받고 유리한 양형을 이끌어내는 게 변호인의 본연의 임무다. 변호사 단체라면 무죄추정의 대원칙을 준수하고, 어려운 사건을 열심히 변론하여 무죄를 받은 변호인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내야지 무죄를 선고한 판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도 한심스럽다.

 

짧은 기간에 인권 신장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받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할 때 인권을 옹호하는 법률가 단체라면 인권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구 축소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해야 했다. 협회는 변호사법을 개정하여 협회에 대한 강제가입주의를 없애고 임의단체화하고, 회비납부 거부운동을 벌이자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보라.

 

<민경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