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4대강 사업’ 독일에서 찾은 해답

道雨 2010. 4. 26. 16:20

 

 

 

     ‘4대강 사업’ 독일에서 찾은 해답

» 보와 갑문을 이용한 수로
임혜지 칼럼
 
 

조국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해외동포들도 지난 2년간 한반도 대운하, 4대강 사업이란 단어를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특히 독일 동포들은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지들로부터 “너는 독일에 사니까 잘 알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일도 있었겠지요?

한반도 대운하나 4대강 사업이 대체 무엇인지, 그게 어째서 독일과 관련이 있는지를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한국 소식에 늘 밝을 수 없는 동포들의 입장을 살펴서 쉽고 간단하게 얘기해드리겠습니다만, 학술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신빙성 있는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만을 말씀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먼저 한반도 대운하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06년에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독일에 다녀가면서 독일 운하에 깊은 감명을 받고,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국에도 이런 운하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며칠 안 되어 2008년 초부터 한국에선 대규모의 촛불시위가 매일 열렸습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체결하고 온 쇠고기 수입조약에서 광우병 예방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이때 한반도 대운하도 뜨거운 이슈로 함께 떠올랐습니다.

한국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인 표차로 선출했지만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의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군중시위가 좀체로 사그라지지 않던 2009년 6월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대운하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라인강 상류에 재생된 범람숲


한반도 대운하란 무엇일까요?
한국의 주요강 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서로 연결해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배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수로망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길도 막히고 기름값도 비싸지는데 연료비가 저렴한 배를 이용해서 교통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그런데 왜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했을까요?

경제성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배는 속도가 느리거든요. 독일 운하의 경우 시속 10km로 배가 다니는데 이런 속도로 다니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사흘 이상이 걸립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자전거는 시속 15km이고, 사람이 걸어가면 시속 4km입니다.)

배는 연료비가 싸지만 요즘은 시간도 돈으로 계산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집앞까지 배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물건을 부치려면 트럭에 실었다가 배에 실었다가 다시 트럭으로 옮겨 실어야 합니다. 그래서 800km 이하의 거리에서는 그냥 트럭으로 직접 보내는 게 중간에 배로 갈아타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힙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선박운송은 어떤 경우에도 수지가 맞지 않지요.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대부분의 사업체에서 느리고 비싸다는 이유로 나중에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국가라는 점입니다. 강을 서로 연결하는 물길을 만들려면 산을 뚫어야 합니다.

그리고 산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 흐르던 강에 배를 띄우려면 물길을 반듯하게 고쳐서 강바닥을 깊게 파고 콘크리트로 둑을 쌓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경사가 가파른 강에서는 배가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보(Staustufe)를 세워서 물을 막아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보가 있는 곳마다 층이 생기는 층층계 강이 됩니다.

배가 층계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갑문(Schleuse)입니다. 보를 이중으로 만들고 문을 달아서 물을 빼거나 채우는 방식으로 그 위에 뜬 배를 아랫층으로 내리거나 윗층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이 모든 대공사는 자연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킵니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지형의 산악국가인 스위스에도 운하가 없습니다.

 

 

» 재자연화 공사를 마친 뮌헨의 이자강변

게다가 장마철이란 특성이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도 문제가 됩니다.

장마철에는 강물이 넘치고 가물 때는 강바닥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의 낙동강과 독일의 라인강을 비교해보면 일 년 중 강물이 가장 많을 때와 적을 때의 비율이 라인강은 14배인데 비해 낙동강은 260배나 됩니다. 그런 조건에서 전천후로 배가 다니려면 가뭄에 대비해서 강물을 많이 저장해야 하므로 물을 막는 보의 높이와 크기가 완전히 댐 수준으로 거대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강산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강과 산에 서식하던 동식물의 세계가 과연 어떻게 변화할지, 그 변화의 후유증이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 지금 우리의 능력으로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범국민적인 반대에 부딪치자 정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관광사업에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은 성질 급한 한국인들이 자전거보다 느린 배를 타고 며칠씩 걸리는 운하 유람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또한, 외국인들이 운하를 보러 한국까지 올 것인가에도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는 홍수를 막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편으로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많은 학자는 자연 하천을 배가 다니는 뱃길로 개량하는 공사를 하면 도리어 홍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사람이 마시는 식수에 배를 띄우는데 어떻게 물이 더 깨끗해지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지하수를 수돗물로 쓰는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강물을 정화해서 수돗물로 씁니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정부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해온 학자가 양심선언을 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홍수를 방지하고 식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증거를 만들라는 상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하고, 하지만 암만 머리를 짜내어도 그런 이론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곧이어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이 된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가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지로는 어떤 경제적인 부작용과 환경적 후유증을 초래했는지를 보여주는 TV 방송들이 전파를 탔습니다. 그 방송에서 독일의 운하 전문가들은 오늘날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국민의 반대가 점점 거세어지자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대운하의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것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작년 2009년 6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로부터 석 달 후인 11월에 4대강 사업이 시작되어 지금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4대강 사업은 또 무엇일까요?

예전에 운하로 연결하려고 했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홍수를 막고 물을 깨끗하게 할 목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공사를 하는 것입니다.

민간기업의 자본으로 지으려고 했던 대운하와는 달리 4대강 사업은 국민의 안전건강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에 100% 국민의 세금으로 합니다.

그런데 공사의 내용을 보니 물을 가두는 대형 보가 16개나 되고 강의 수심을 6m로 깊게 판다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보를 세워 물길을 막고 강바닥을 파는 것은 홍수를 방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수질을 개선시키는 것과는 아예 반대 방향’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나왔던, 강을 뱃길로 만드는 공사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4대강 공사를 했다가 나중에 국민이 원할 때 서로 연결하게 해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면 된다.’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4대강을 우선 살리고 대운하가 필요하다면 다음 대통령이 하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대운하 건설공사는 두 가지 공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자연하천의 바닥을 곧고 깊게 파서 배가 뜰 수 있는 뱃길로 개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개조한 강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지금 4대강 공사를 했다가 나중에 국민이 원할 때 서로 연결시켜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 수 있다’라는 말은 ‘지금 대운하 공사를 하고 있다.’라는 말과 학술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리고 환경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자연하천을 뱃길로 개조하는 공사의 후유증은 강을 연결하는 공사의 후유증보다 훨씬 큽니다. 강을 연결하는 공사는 비록 바위산을 뚫는 난공사라 할지라도 고작 몇십 킬로미터에 해당되지 않지만, 강 자체를 건드리는 공사는 전 국토에 걸쳐 몇백 킬로미터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총 공사구간은 634㎞입니다. 환경적 후유증이 온 국토에서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이름이야 뭐라고 붙이든 간에 강에 보를 세워 물길을 막고 강바닥을 깊게 파는 공사에는 대체 어떤 후유증이 따를까요?

그 대답은 독일에 있습니다. 독일에 사는 사람들은 일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가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이 되었듯이 독일에서 운하의 역사를 살펴보면 결과까지 알 수 있습니다. 독일 운하의 역사와 과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유럽에서 라인강은 북해로 흐르는 강 중에 가장 긴 강이고, 도나우강은 반대쪽 흑해로 흐르는 강 중에 가장 긴 강입니다. 이 두 강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독일에 있지요. 라인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면 장장 3500km의 뱃길이 형성되고, 독일이 그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꿈은 이미 8세기 때부터 시도되어온 독일의 오랜 로망인데, 이것이 19년 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은 라인-마인-도나우 운하입니다. 이 운하는 순수 공사기간이 20년, 기술을 개발하는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모두 100년 걸린 대사업입니다.

그렇지만, 짓는 도중에 반대가 심해서 공사가 12년 동안이나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환경파괴가 심각했고, 또한 그 사이에 도로와 철로가 발달하여 이젠 운하가 별로 필요 없게 된 것입니다. 세상이 변한 겁니다. 운하로 인한 환경 파괴와 운하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를 비교해 보니 수지가 맞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공방 끝에 공사가 벌써 많이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결국 완공을 강행했는데, 이때 학계와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최신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서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완공 후에 경제적인 효과를 보았을까요?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운송의 양이 설계할 당시 예상치의 3분의 1밖에 안 되고, 지금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현재 운하 유지비의 7%를 통행료로 벌어들이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신속한 운송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 150년 전의 모습을 되찾은 뮌헨의 이자강변

친환경적 설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유명한 알트뮐 골짜기의 습지가 사라지고 동식물의 종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줄고 있어서 앞으로 예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지역에만 존재했던 특별한 동식물이 사라지고,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종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또 옛날에 도나우강에만 서식했던 생선과 라인강에만 서식하던 생선이 운하를 통해서 섞이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보다 환경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라인강 그 자체입니다.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길이가 171km밖에 안 되지만, 라인강은 독일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쭉 관통하며 880km를 흐르거든요. 이 라인강을 뱃길로 이용하기 위하여 독일인들은 이미 19세기부터 물길을 직선화하고 강바닥을 파는 준설공사를 했고, 20세기에는 몇 개의 갑문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후유증이 지금 만만찮습니다.

 

첫째 후유증은 홍수입니다.

독일에 사는 여러분께서는 라인강변의 도시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해마다 뉴스를 통해 보셨을 것입니다. 물이 상류에서 구불구불 흐르면서 적당한 범람으로 기세를 잃지 못하면 중류, 하류에 가서 무서운 위력을 가집니다. 예전에 구불구불 돌아오느라고 상류에서 중류까지 사흘 걸려 내려오던 홍수 물이 이제는 반듯하게 다듬은 물길을 타고 단 하루 만에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시달리는 곳이 라인강과 샛강이 만나는 지역들입니다. 모젤강, 마인강, 네카강 등의 샛강에서 불어난 물이 라인강을 통해 빠져나가기도 전에 라인강 상류에서 고속으로 오는 홍수가 덮치게 되었습니다. 옛날에 백 년에 한번 일어나던 규모의 홍수가 요즘은 몇 년 간격으로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둘째 후유증은 라인강 유역의 토지가 말라가고 지하수가 고갈되는 현상입니다.

구불구불하던 물길을 직선으로 만드니까 자연히 강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경사가 급한 꼴이 되었습니다. 너르게 흐르던 물길을 좁은 통로에 가둔데다가 경사도 급해지니까 물살이 세졌습니다.

이때 물 밑의 자갈들이 강바닥에서 통통 튈 정도로 물의 속도가 빨라지면 강바닥이 패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바닥이 패어서 깊어지니까 따라서 강의 수면도 낮아집니다. 강의 수면이 낮아지면 강변의 흙으로 스며들어가 고이는 지하수의 수면도 따라서 낮아집니다.

지하수의 수면이 낮아지면 나무들이 뿌리를 암만 깊이 뻗어도 수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되어서 숲이 말라죽습니다. 우물을 아주 깊게 파야 물이 나오니 농사를 짓기에도 나쁩니다. 라인강 유역의 지하수면은 평균 8m 낮아졌습니다.

강바닥이 패는 현상이 특히 심한 곳이 갑문이 있는 곳인데, 막아놓은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곳에서는 30년 전부터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자갈을 강바닥에 쏟아붓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몇백만 유로를 들이는 극약처방인 셈이죠. Geschiebezugabe an der Staustufe Iffezheim에 가시면 이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강바닥에 콘크리트를 치면 강바닥이 패는 현상을 막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강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지 못해서 더 악영향을 미칩니다. 라인강을 보면 바닥과 벽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구간에선 그렇지 않은 구간보다 지하수 면이 2-3m 더 낮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두 가지 환경 재앙, 홍수와 지하수 고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금 독일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강의 둑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되살리는 재자연화 공사가 한창입니다.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뜻의 Renaturierung이란 단어를 가끔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특히 라인강 상류를 자연으로 되돌리는 공사가 지금 한창 진행중인데 벌써 여러 곳에 Polder라고 불리는 범람 숲이 완성되었으니 라인강변에 사는 분들은 한번 가보셔요.

그리고 뮌헨에 사는 분들은 근래에 재자연화공사를 마친 이자강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실 것입니다. 둑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다시 재생시켜 150년 전의 모습을 되찾은 이자강변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공간이기도 하지만 완공되자마자 들이닥친 역사적인 대홍수를 훌륭하게 막아냈습니다.

이런 공사는 엄청나게 큰돈이 들기는 하지만 홍수와 지하수 감소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더 큰 액수이기에 독일에선 자연으로의 복구를 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홍수와 지하수 고갈의 원인이 과거에 강바닥을 파고 둑을 쌓은 공사에 있다는 것을 독일에선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칩니다.

 

 

» 많은 돈을 들여 자연으로 되돌린 이자강변의 오늘의 모습

4대강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에서와 같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자연법칙은 나라를 가리지 않으니까 우리나라에서 라인강 같은 공사를 하면 당연히 라인강의 피해가 일어나겠지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나라 자연조건의 어떤 점이 독일과 다르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4대강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증명했을까요?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환경조사를 해봤더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634㎞ 구간의 환경조사를 하는 데 넉 달밖에 안 걸렸습니다. 4대강 공사도 2년 안에 끝낸다고 합니다. 뮌헨에선 8㎞ 구간의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를 조사하고 준비하는데 10년 걸렸고 공사하는 데도 10년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게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난 일과 독일에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이제부터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을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독일에 사는 외국인답게 독일 흉을 잘 봅니다. 누가 저보고 성질 급한 한국사람 아니랄까봐 독일 사람들 꼼꼼하게 일하는 거 보면 제 속이 다 터져요.

그렇지만, 독일의 기술은 신뢰합니다. 저는 구두쇠지만 꼭 필요한 물건은 암만 비싸도 ‘메이드 인 저머니’를 삽니다. 품질이 틀림 없고 돈값을 하기 때문이죠.

저는 독일사람들이 실력이 없고 게을러서 8㎞ 구간의 이자강 공사를 준비하는 데 10년, 공사하는 데 10년씩이나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전국에 걸친 634㎞ 구간의 환경조사를 4개월 안에, 문화재 조사를 2개월 안에 끝내고, 4대강 공사를 2년 안에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기는커녕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조사를 정말로 한 것인지,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것인지, 한국에 사는 우리 조카, 조카 손자들이 자자손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닌지 겁이 더럭 납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공학도니까 운하에 일가견이 있어서 이런 글도 쓴다고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의 선례에 비추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데는 독일에 사는 평범한 사람이 가지는 상식 이상의 어떤 실력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자연법칙은 만국 공통이라는 걸 말하는 데는 상식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은 상식도 없는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70% 이상이 저처럼 4대강 사업을 불안해하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에는 현재 300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국민의 뜻을 이렇게 거스를 수 있는 정부를 가진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국회의 예산심의도 받지 않은 채, 세금으로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우리 정부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라는 증거입니다.

국민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금해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교수, 변호사 등 명망 있는 인사들이고 각 종교계의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이름 석 자 내걸어 뒤를 받쳐주고 있습니다. 천주교에서는 교단 차원에서 국민소송을 지지하고 있으며 다른 종교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독일에 살면서도 마음은 늘 한국을 향하는 저도 모금에 동참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반정부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민주적으로 뽑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나라 법에 어긋한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고, 반대 의사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표시하고 관철하려는 것입니다. 외국에 사는 제가 저의 신상에 아무런 손익도 없는 일에 돈을 내는 이유는 법치국가를 모국으로 둔 국제시민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북한 공산당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어르신들이 독일에도 혹시 계실는지요?

한국전쟁을 직접 겪으신 분들의 우려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동독 공산당이 비밀경찰(Stasi)을 이용해서 어떤 공포정치를 폈는지가 가욱 관청(Gauck-Behorde, 동독의 과거청산을 위해서 자료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관청)을 통해 낱낱히 밝혀지는 것을 매일같이 보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일당독재 공산체제에 우호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입니다.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공사를 이미 시작했으니 어떡하겠나? 기왕에 쓴 돈이 아까우니 그냥 완공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는지요?

잘못된 공사는 설령 99%까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나머지 1%를 막는 것이 이익입니다. 나중에 되돌리는 공사를 하려면 그 1%라도 건지는 게 엄청난 행운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공사라면 단 1m라도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을 중장비를 생각하면 몸에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4대강 사업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독일의 라인강 같은 후유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논증을 먼저 마친 후에 공사를 계속하라고 정부에 건의해주십시오.

지금 우리가 어느 나라에 살고 있건 그 정도의 수고를 바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뮌헨에서 임혜지 im1@hanamana.de >

글을 쓴 임혜지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10대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 칼스루에공과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뮌헨에서 살고 있는 임씨는 프리랜서로 독일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실측조사와 발굴연구를 하고 있다.

2003년에는 <프리드리히 바이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 주택>을 독일 유명출판사에서 펴냈고, 그동안 <인터넷한겨레> 등에 써온 글을 묶어 2008년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이 글은 임씨가 자신의 블로그(www.hanamana.de/hana)에도 실었다. 임씨의 블로그에는 좀더 다양한 글과 이 글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출처가 기록돼 있다.

편집자

 

 

 

 

 

 

 

                 국민을 모독하는 4대강 사업

 

 

 
써야할 글 숙제가 산더미 같은데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정말로 강행하면 어떡하나, 외국에 있는 내가 이걸 무슨 글을 써서 막을 수 있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첫삽을 떴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자강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뮌헨 시민들이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심 휴식처이다.

근래에 이자강은 150년 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반듯하던 강변의 제방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다시 재생시키는 재자연화 공사 덕분이다. 도심을 관통하는 8km 구간의 재자연화 공사는 10년의 조사와 준비 기간을 거친 후 10년의 공사기간을 통해 완성되었다.

홍수를 방지하고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며 강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이 공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작이다. 완공 후에 엄청난 강우량을 기록한 해에도 새로 조성한 범람지 덕분에 홍수를 비껴갈 수 있었다. 시민을 위한 휴양지로서의 가치는 누가 봐도 탐이 날 지경이어서 미국 LA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요즘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런 재자연화 공사의 직접적인 계기는 점차 심해지는 홍수와 하방침식 현상이었다. 지난 150년 사이에 물길을 반듯한 통로에 가두었던 후유증 덕분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독일에서 150년 전에 했던 실수를 21세기까지 와서 답습하려는 것일까?


나는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를 지원한 연구소에 가본 적이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외에도 1대 20의 모형을 만들어서 토사의 움직임을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하고 있었다. 모래알의 크기까지 1대 20으로 정확한 모형을 제작하는 데만 해도 서너 달이 걸린다고 했다.

독일에선 8km 구간에 대한 준비와 조사가 10년이나 걸린 것이 비해 우리나라 4대강 사업에선 634㎞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넉 달 만에 끝났다고 하니 도대체 우린 자랑스러워해야 할까?

정치권에 편승하여 기상천외한 졸속을 연출하는 학계가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말도 꺼내지 못할 지경이다. 거꾸로 가는 아이디어도 촌스럽지만 일처리도 후지기 짝이 없다.

 

4천만 국민이 눈 뜨고 보고 있는데도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모욕해도 되는가?

이상돈 교수님 이하 법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국민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나는 자존심이 회복되는 안도감을 느꼈다.

아무렴 그렇지. 우리가 그냥 이렇게 눈 뜨고 당할 리야 있겠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소송 본부가 발족하고 소송경비를 모금하는 캠페인이 시작되면 보태려고 나는 한국에다 알토란 같은 쌈짓돈을 꼬불쳐두었다.

 

<뮌헨에서 임혜지 im1@hanamana.de >

 

 

         4대강 사업 밀어붙이려고 군대까지 동원하는 정부

 

 

정부가 4대강 공사군대를 동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방부와 국토해양부는 다음달부터 내년 11월까지 경북 예천군 낙동강 바닥 준설 작업에 육군 공병단을 동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군인들은 공사장 근처에 머물면서 준설토를 나르는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부산국토관리청이 27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뿐 아니라 경북 상주의 공군사격장도 4대강 공사로 생긴 준설토 처리에 동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끝내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이로 인해 내년 10월까지 훈련마저 단축할 판이라고 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위해 갖가지 탈법·위법적 조처를 일삼아왔다. 그것도 부족해 이젠 군대까지 동원한다. 속전속결식으로 4대강을 파헤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끌어쓰겠다는 이런 발상은 과거 군사정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4대강 사업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이런 일방적인 행태일지 모른다. 반대가 심하고 논란이 많을수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환경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까지도 위협한다.

 

군 수뇌부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공병단 동원에 대해 “국책사업에 군이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앞뒤 분간을 못하는 소리다.

그러잖아도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큰 민간 사업에 참여하는 건 국민을 아예 등지기로 작심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군이 국민의 지지와 믿음을 얻는 최선의 길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본분에 어긋나는 일에 이렇게 끼어들어서는 신뢰만 깎아먹을 뿐임을 군 지도부는 알아야 한다.

 

물론 더 큰 책임은 군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 정부는 앞으론 안보논리를 내세우며 전력 증강을 외치고, 뒤에서는 군 전력과 무관한 사업에 군을 동원하는 뒤틀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제3세계 나라가 그렇듯이 군대를 그저 손쉬운 정치적 도구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정부는 이제라도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나아가 4대강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10. 5. 6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