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아직도 설계중”인 4대강 사업

道雨 2010. 6. 7. 12:25

 

 

 

        “아직도 설계중”인 4대강 사업

 

4대강 사업이 말 그대로 질풍노도와 같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야구장 조명등 아래 포클레인이 춤추고 트럭이 적막을 가른다. 새벽이슬 맞으며 콘크리트 치는 노동자의 얼굴은 피로에 지쳐 있다. 감시용 시시티브이는 공사를 재촉하고, 누가 누가 더 빨리 공사를 진행하는지 목숨 건 속도전이 이 한밤에도 벌어지고 있다.

 

6개월 동안 밀실에서 수립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2009.6)’을 살펴보면, 예산이 당초 14조원에서 22조원으로 6개월 만에 8조원이 늘어났고, 소규모 보(댐) 5개를 설치할 당초 계획이 대규모 보 16개로 변경되었고, 또한 준설량이 2.6배나 증가하였다.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하천별로 유역종합치수계획, 사전환경성검토서, 하천기본계획, 환경영향평가서 등 약 50여종의 각종 보고서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5개월 만에 쏟아져 나온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보고서 하나를 작성하는 데 평상시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숨막히는 정도를 넘어 아찔한 속도감을 느낀다.

 

이렇게 수립된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보고서 사이에 일관성이 없고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예를 들면 유역종합치수계획과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준설량이 다르고, 공사는 진행중인데 높이를 2.5m 줄이기 위해 함안보와 합천보를 재설계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추가로 더 준설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준설량을 줄이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사업 후 홍수를 조절하기 위한 보의 운영방안을 아직도 마련하는 중이다.

6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수리모형실험은 단지 실험을 했다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하여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현재 설계중이다.

 

4대강 사업을 하는 목적은 홍수방어, 물확보, 수질개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방재협회 자료를 보면 본류에서 발생한 홍수피해액은 3.6%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지류인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한다. 그동안 정부가 본류 홍수방어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류의 홍수방어를 위해 본류의 수위를 낮추는 치수방식을 제시하는데, 교과서에서 들어도 보지도 못한 황당한 논리이다.

 

하천법에서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도에 낙동강에서는 오히려 0.1억t의 물이 남는데도 4대강 사업으로 맑은 물 10억t을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계획만 있지, 개발될 물의 사용처가 4대강 사업에는 없다.

한술 더 떠서 부산과 대구 취수원을 각각 남강댐과 안동댐으로 이전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약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맑은 물을 확보한다는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엿볼 수 있다.

 

1500쪽에 이르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달랑 4쪽을 할애해 4대강 사업을 완료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대로 믿어 달란다.

보를 건설하면 수심이 깊어져 오히려 수질이 좋아진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논리는 왜곡의 정도를 넘어섰다. 낙동강의 경우 영양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물을 정체만 시키면 부영양화가 발생한다. 수심이 깊어지면 물의 정체시간이 길어져 수질이 오히려 더 악화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정부는 지금 4대강 사업을 중지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의 간디가 말하기를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아니 방향이 잘못된 속도는 오히려 더 위험하다.

정부는 이 시점에서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에 공학적으로 검증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만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강 살리기는 2∼3년 만에 이루어질 수 없고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사업임을 염두에 둔다면, 한번쯤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너무 급하게 달려오지 않았는가.

 

 

 




<박창근 관동대 교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