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 리스크’의 덫에 빠지다

道雨 2022. 7. 7. 10:33

‘윤석열 리스크’의 덫에 빠지다

 

취임 두달도 안 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지지율이란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이지만, 출범 직후부터 국정운영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거나 엇비슷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건 유례없는 현상이다.

14년 전 이명박 정부 첫해에 이 대통령 지지율이 20% 선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 대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게 민심에 불을 질렀던 탓이다. 특정 사안으로 급락한 지지율은 그 사안을 해결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지금은 특별한 악재가 돌출한 것도 아닌데,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수준에서 고착화하는 징후를 보인다는 게 더 심각하다.

 

일부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 곧 ‘이준석 리스크’가 대통령까지 흔든다고 비난한다. 본말이 전도된 얘기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정치 무능’이 대표 징계 논란을 키우며 국민의힘을 아수라장으로 끌고 간다고 보는 게 맞다.

대통령 서슬이 시퍼런 임기 초반에, 집권여당이 정부를 지원할 생각은 않고 치열한 권력투쟁에 몰두한 사례가 과거에 또 있었던가. 대통령이 정치를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 틈새를 비집고 ‘윤핵관’들이 호가호위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분출하는 것이다.

0.73%포인트라는 미세한 대선 표차를 더불어민주당은 잊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잊어선 안 된다. 만약 3월9일의 경제 상황이 지금과 같았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생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윤 후보가 승리한 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좀 더 강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약점을 보완할 생각은 않고, 전 정권과의 정치투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줄곧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관한 질문에 “전 정권에서 유능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나”라고 답변한 건,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핍박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트라우마와 집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역대 어느 정부나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새로운 정책에 관한 기사가 신문 1면을 뒤덮기 마련이다. 현 정부 인수위에선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오로지 청와대 용산 이전과 검찰의 탈원전 수사 같은 정치적 갈등만 부각됐다. 인수위가 부실하니 집권 뒤에도 정책으로 믿음을 주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국회 개원 협상 와중에 여당 원내대표가 해외에 나가는 걸 사람들은 놓치지 않는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가라앉는데, 정상적이라면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여당은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뒷받침할 입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있으니, 여당인 국민의힘도 손을 놓고 국회가 문을 열든 말든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걸 계기로 ‘국가안보 문란 티에프(TF)’까지 만들며, 문재인 정부의 ‘친북 행위’를 모조리 조사하겠다는 집권세력을 보면서,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삶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민생보다 검찰개혁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 민심의 외면을 받은 전 정권이나, 경제가 수렁에 빠지는데도 검찰 출신만 중용하며 검찰공화국을 만드는 현 정권이나 국민 눈엔 다를 게 없다.

임기 첫해 지지율이 곤두박칠쳤던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경제는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지금 윤 대통령에겐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건 그에 대한 답과 같다.

러시아와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적 실리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이념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실리 외교를 기본으로 삼았다. 윤석열 정부는 선명한 친미 노선만 내세울 뿐 이것을 국익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믿는 구석은 있을 터이다. 바로 여당 못지않은 야당의 혼란상이다. 지금 여당과 야당은 ‘누가 누가 못하나’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비호감 경쟁 구도가 3월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지만, 이젠 다르다.

국민은 결국 정권을 잡은 쪽에 더 큰 책임을 묻는다. 대통령이 분명한 믿음과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야당과 전 정권을 향한 어떤 공격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 부메랑이 윤석열 자신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렸던 게 아닌가.

 

박찬수 |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