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종점 변경, 용역업체 앞세우고 뒤에 숨는 국토부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대규모로 땅을 소유한 쪽으로 변경돼 특혜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가 의혹이 이는 대목마다 찔끔찔끔 설명해온 탓도 크다. 몇차례 말이 바뀌고, 해명도 않고 그냥 넘어가곤 했다.
13일에는 ‘노선 변경이 설계업체의 제안’이라며, 타당성조사를 맡은 용역업체를 기자회견장에 앞세웠다.
1조7천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자 십수년에 걸친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민간기업 결정에 맡겼을 리 없고, 민간기업에 그럴 권한도 없다.
국토부 설명을 아무리 들어봐도, 국토부에서 누가, 언제, 왜 노선 변경안을 승인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안 나온다. 장관조차 추진 경과를 제대로 모르고 말을 하는데, 의혹이 해소되겠는가.
원희룡 장관은 애초 노선 변경이 양평군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했다.
그러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타당성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기업이 2022년 5월 용역 착수 보고에서 대안 노선으로 제시한 것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사업 백지화를 선언할 때도 이 보고서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그 용역회사 ‘동해종합기술공사’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시한 대안 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참조로 ‘자체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타당성조사 용역업체가 종점 변경안을 내고, 국토부는 그 결과에 따라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타당성조사 업체가 일을 시작한 뒤 두달 만에,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애초 노선의 절반 이상이 달라지는 대안 노선을 검토안으로 제안했고, 국토부가 ‘알겠다’고 그대로 승인했다는 게 국토부 주장이다.
납득이 되는가.
이러려면 민간업체에 다 맡기면 되지, 굳이 국토부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국토부는 대안 노선 검토 사실을, 지난 5월8일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 공개’ 때까지 1년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1차 협의 때는, 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경기도만 쏙 빼놓았다.
올해 1월 2차 협의 때는 공문 앞장 ‘사업 개요’에 애초안대로 종점을 양서면으로 표시했다.
이런 일들이 이상하다고 하면, 날조인가.
정부·여당은 노선 변경이 의심 살 만한 일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의사 결정을 한 사람이 책임 있게 나서서 소명하고, 그래도 의혹을 풀지 못하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2023. 7. 1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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