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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감세 3년 새 5조원 증가…증명된 ‘부자 감세’

道雨 2024. 3. 12. 10:45

고소득자 감세 3년 새 5조원 증가…증명된 ‘부자 감세’

 

 

 

고소득자와 대기업 올해만 22조 세금 감면

고물가에 저소득층 소비지출은 1.6% 줄어

국민 62% “경제력 비례 형평 과세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선용 감세 공약 쏟아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보유세를 막 때리는 건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시장 경제에 아주 해롭고 궁극적으로는 서민과 중산층이 피해를 본다. 만약 보유 자체에, 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집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과세한다면 그런 집을 안 만든다. 그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고 후생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정부의 (감세) 정책의 목표는 국민 전체, 어디까지나 중산층과 서민이다.”

 

무분별한 부자 감세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낙수효과’를 근거로 감세가 중산층과 서민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불로소득에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조세 원칙이다. 대기업과 부자 감세가 투자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중산층과 서민 소득을 높일 것이라는 ‘낙수효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폐기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 자료도 나와있다. 

 

* 참여연대, 양대노총, 민달팽이유니온 등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19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벌·부자 감세 중단과 민생·복지 예산 확충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억지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경제 수장은 한술 더 뜬다. 부자 감세를 부자 감세라고 말하지 못하다 보니, 혀가 꼬이고, 뻔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이 부자 감세를 질타하자 이렇게 답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를 한 적이 없다. 내수 촉진을 위해 내수 촉진 감세를 하고 투자자를 위해 투자자 감세를 할 뿐이다. 감세 혜택이 대기업과 슈퍼 부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아니다. 대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라고 세제 지원을 한다. 대기업 투자가 늘고 수출이 늘면 고용이 창출되는 것 아니냐. 그러면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건 낙수효과가 아니다.”

 

최 장관이 이런 궤변을 늘어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그가 수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는 정반대 내용을 담은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금 감면과 비과세 정책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세지출 현황' 자료가 그것이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연 소득 78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15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방식 등으로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엔 10조 원 안팎에 그쳤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2조 5000억 원, 지난해 14조 6000억 원(전망치)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따른 고소득자 조세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전체 개인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각각 34.0%에 3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9~2021년에는 28~30%를 오르내렸다.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조세지출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수혜분은 2021년 2조 2000억 원으로 전체 조세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9%에 불과했으나, 윤석열 정부 1년 차인 2022년 3조 9000억 원으로 급증하며 비중이 16.5%로 커졌다. 지난해 4조 4000억 원으로 늘었고 비중은 16.9%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며 대기업 수혜분은 6조 6000억 원, 비중은 21.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비교하면 지출 규모는 2조 200억 원, 수혜 비중은 4.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9~2021년 대기업 조세지출 수혜 비중은 10% 안팎 수준을 유지했다.

 

 * 고소득자에 집중된 조세지출 규모. 연합뉴스.

 

 

감세 정책은 고소득자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감면 금액도 커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더해 투자세액공제 등 대기업에 수혜가 집중되는 감세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올해 조세지출 총액은 77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6조 원이 넘는 세수 부족을 메우려면,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재정 기반을 튼튼하게 해야 하는 정부의 책무에 역행하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나라 곳간이 비든 말든, 취약계층에 지원해야 할 예산이 펑크가 나든 말든, 총선용 선심성 공약을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막대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정책들이다.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경제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배치되는 정책도 한둘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민생 토론을 빙자해 각 지역에서 약속한 공약을 관련 부처가 부랴부랴 정책으로 만들려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대다수다. 그것도 계획과 일정만 있지 재원 확보 방안은 거의 없다.

예컨대 국가장학금 대상 확대와 출산장려금 전액 비과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상향 등은, 조세 원칙을 허물고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감세 정책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소득층은 지출을 늘렸으나, 저소득층은 높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전체 가구의 실질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 실질 사업소득도 1.7% 줄어 5분기째 뒷걸음질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월평균 가계지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고, 소비지출은 1.6% 줄었다.

전체 소득분위 중 가계지출이 감소한 분위는 1분위가 유일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가계지출이 8%가량 증가했다.

 

 * 소득분위별 가계지출 추이.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부자만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지만,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명백한 부자 감세로 인식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조세 재정 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감세 정책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7.9%가 그렇다고 했다. 정부의 조세정책이 경제적 능력이 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1.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참여연대는 “자산 대물림이 고착화하고 금융소득·자본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이 점차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당장 달콤한 감세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어떻게 나라 곳간을 채울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