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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道雨 2007. 9. 20. 13:07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오   봉   렬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 출신이면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여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의 발생에서 쇠망까지의, 1천년이 넘는(정확히는 1229년) 긴 역사를 서술식으로 엮어 쓴 역사서(통사)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철학과)을 졸업하자마자 이탈리아로 건너가, 지금까지 40여년을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현장을 찾아 누비며 로마사를 연구해온 작가이다.

  이 ‘로마인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가 1992년에 제 1권(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출간한 이래, 15년 동안 매년 1권씩 집필하여, 작년(2006년)에 제 15권(로마 세계의 종언)을 마지막으로 하여 끝난 책이다. 그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지만, 1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꾸준히 그러한 작업을 해 낸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없다.

  내가 이 책을 접한 것은 약 5년 전으로 10권까지 나왔을 때였으며, 그 이후로 11권, 12권을 읽고 몇 년을 쉬다가, 올해서야 13권부터 15권 마지막 까지 3권을 한꺼번에 읽게 되면서, 마침내 오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러므로 내가 읽은 기간도 5년 정도에 걸쳐 읽게 되고 보니, 오래 전에 읽은 앞부분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니, 나중에 다시 또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지금까지 ‘로마’하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카이사르(‘케사르’, 또는 ‘씨저’라고도 읽는다)와 원로원, 그리고 로마를 불태웠다는 네로 황제, 그리고 ‘벤허’라는 영화 등에서 보아온 검투사와 전차경주의 원형경기장 등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과연 로마라는 대제국의 형성과 쇠망에 대해 뭔가 느껴지는 듯 하는 정도로 친숙하게 되었다. 로마의 역사가 곧 고대 유럽의 역사이고, 지금도 EU(유럽연합)라고 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문명권에 속한 이집트와 중동, 북아프리카가 로마제국 시대에는 거의 한 집안이나 다름없는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카이사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종전에는 황제가 되려다가 브루투스 등에게 암살당한 인물이라는 단편적인 사항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카이사르가 피정복민(갈리아 등)에게도 본토의 로마인과 거의 동등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로마제국의 융성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으며, 황제의 이름 앞에는 항상 ‘카이사르’라는 호칭이 붙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독교의 유일 신앙과 로마의 전통적인 다신교와의 충돌, 그리고 기독교가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보다도 더욱 큰, 기독교도에 의한 탄압(이교도, 이단에 대한)과 박해 등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로마 쇠망의 계기가 된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에 대해서도 그 이유와 과정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역사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 갈리아를 정복한 카이사르의 전투과정에는, 상세한 설명과 그림을 넣어 전쟁사를 연구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고, 로마 원로원에 대한 새로운 긍정적인 인식(인재풀로서의 위치), 집정관이라는 직책에 대한 이해, 그리고 황제(임페라토르)에 대한 시대별(기독교를 공인, 국교화하기 전과 후) 인식의 변화, 로마사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는 로마의 가도, 동로마와 서로마의 분리과정과 서로의 관계 등등,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이 로마인이 되어 로마시대로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현장감 있는 묘사 등, 그리고 망하는지도 모르고 망해져간 로마제국의 쇠망과정을 읽다 보면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내 아들 공진이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 뒤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시오노 나나미’를 꼽기도 했던 그러한 책이다.

  나 또한 서양의 책들을 읽을 때는 이름이 헷갈려서 뭔가 불편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꼭 읽기를 권유하고 싶다. 역사공부를 따로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유럽의 고대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길고 방대한 역사(더욱이 자기 고국도 아닌)의 현장을 소개하고, 그 배경과 과정, 결과를 낱낱이 파헤쳐가며 15년을 집필해온 작가(시오노 나나미)에 대해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언제쯤에나 재독을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