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4대강 관련 자료 및 기사

道雨 2010. 7. 5. 14:18

 

 

 

 

 

                      침묵의 강 
 
»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떼돈 번다’는 말의 고향은 남한강이다. 정선·영월 등 강원도 산골에서 벌채한 나무를 뗏목으로 묶어 서울로 나르면 큰돈을 만질 수 있었던 데서 왔다.

 

그러나 뗏사공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했다. 물이 불어야 뗏목을 띄울 수 있는데, 영월에서 충북 충주 사이에도 큰 여울만 80곳이나 됐다.

상투비리, 황새여울, 된꼬까리, 맛바우여울, 누릅꾸지여울, 꽃바위여울, 너푼쟁이여울 등 토속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 있는가 하면, 청풍에 있는 으시시비비미여울처럼 사공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경희대 민속학연구소가 펴낸 <남한강 수운의 전통>을 보면, 심심한 남한강변 아이들은 뗏목이 나타나면 “영월 뗏강아지, 돼지울 지어라”고 놀려댔다. 센 물살과 암초에 뗏목이 잘못 들어서면 돼지우리처럼 말려 산산조각이 난다. 아이들은 신경이 곤두선 사공이 길길이 뛰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을 것이다.

 

여울목은 어른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경기 양평 모래여울, 여주 앙암, 충주 목계의 제비여울 등에서는 주민들이 갈수기에 가래 등 농기구로 여울에 너비 10~15m, 깊이 3m가량의 물골을 파 이곳을 통과하는 뗏사공으로부터 ‘골세’를 받았다.

 

남한강은 여울의 강이었다. 비탈에서 모래와 자갈을 굴리고 바위를 휘감아 세차게 흐르던 강물은 널찍한 모래밭과 절벽을 사이에 둔 소에서 느긋하게 다음 여울을 준비했다.

충주댐과 팔당댐이 건설되고 나서도 강은 이런 원형을 어느 정도 간직했다.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그런 강의 원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됐던 곳이다.

 

 

폐수나 하수 처리장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원리는 여울을 본뜬 것이다. 돌이나 모래 표면에 사는 미생물에 산소를 공급해 오염물질을 먹어치우도록 하는 것이다. 여울은 여울을 없애지 않는 한, 전기나 화학약품, 관리자 하나 없이도 이 일을 한다. 이른바 자정작용이다.

 

자정작용의 핵심은 생물이다. 산소가 풍부한 여울은 미생물, 물속벌레, 조개와 다슬기, 물고기 등 다양한 생물의 삶터이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 환경부는 여울에 사는 물고기의 다양성을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을 평가하는 잣대의 하나로 삼았다.

 

똑같이 복원한 하천이지만 단조로운 청계천은 외부에서 물고기를 공급해서 겨우 구색을 맞추는 ‘어항’으로 전락했지만, 여울과 소가 반복하도록 생태하천을 제대로 만든 전주천에서는 도심에까지 쉬리가 헤엄친다. 전주 도심인 다가교~서신교 구간의 전주천에는 공사 이전 5종이던 물고기가 현재 쉬리를 비롯해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버들치, 참갈겨니 등 22종으로 늘어났다.


4대강 전체를, 성공한 생태하천이란 말을 듣는 전북 전주천이나 서울 양재천처럼 만들 수 있을까.
도심을 지나는 일부 구간이나 오염된 지천이 흘러드는 곳을 빼면 4대강의 대부분에는 자연성이 살아있다. 4대강 사업은 수천년 동안 강을 공짜로 관리해 주던 자연을 내쫓고 로봇물고기와 조경업자와 가난한 지자체에 강을 내맡기자는 것과 다름없다.

 

여울목에서 나는 강물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시끄럽지도 지겹지도 않다. 여울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물방울이 터지면서 배음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천상의 하모니가 중단된 침묵의 강은 죽은 강이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을 비롯해 일반 시민과 지식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4대강 현장답사에 나서고 있다. 놀랍게도 강변에 처음 온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 이들은 유럽의 템스, 라인, 센, 다뉴브강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금모래, 은모래밭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늘 벙벙하게 물이 차 있는 유럽의 큰 강과 달리 철마다 표정이 바뀌는 우리 강을 실감하기도 한다. 그리고 보 건설과 준설로 사라지는 것이 여울과 모래밭뿐 아니라 우리 정서의 기반임을 아프게 깨닫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보 철거한 태화강 "샛강 함께 살려… 4대강과는 정반대"

 

"저기쯤 예전에 방사보가 있었다. 이젠 물길이 뻥 뚫려 아무 흔적도 없지만…."

4일 오후 태화강 하류 명촌교 상단.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강의 한 수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7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의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해 높이 1m의 방사보를 설치했다가 수질 오염과 홍수 조절 능력 저하 등 이유로 2006년 4월 철거했다"며 "방사보가 사라진 뒤 새들이 돌아오고 물고기가 증가하는 등 태화강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최근 국내 최대 수변생태공원으로 탄생한 울산 태화강 대공원실 개천에 발을 담그고 있다. 울산시 제공

 
 
'정부가 태화강을 4대강살리기사업 모델로 지목했다'고 운을 떼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 처장은 "4대강사업은 높이 10m가 넘는 댐 규모의 보를 줄줄이 세우는 사업이지만 이곳은 보를 헐어 강을 살렸다"며 "두 사업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보를 철거하기까지 연구 기관, 학계, 시민 단체의 많은 노력이 있었고, 시가 이를 수용했지만 4대강은 다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차를 타고 20분 가량 상류로 달려 최근 국내 최대 수변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중구 태화들(44만2,000㎡)에 당도하자 휴일을 맞아 사람들로 붐볐다. 이 공원은 태화강 복원 종합계획이 수립(2000년)된 지 10년을 넘겨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시 차를 돌려 태화강의 샛강 격인 중구 약사천을 둘러봤다. 반구1교 주변에는 소문대로 붕어들이 떼를 지어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한때 5급수까지 전락해 물고기가 살 수 없었다. 태화강이 살아난 것도 이렇게 주변 샛강을 함께 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 처장은 "태화강 복원과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4대강사업이 태화강을 벤치마킹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며 "시가 설명을 잘못했거나 정부가 이해를 못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