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불법사찰 ‘물타기 홍보’ 나선 뻔뻔한 청와대

道雨 2012. 6. 15. 12:26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청와대가 언론을 상대로 물타기를 시도한 흔적이 드러났다. 청와대 인사가 엊그제 몇몇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검찰 발표에 노무현 정부의 사찰 사례가 포함될 것이라고 귀띔하면서 이를 비중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삐딱한 사술로 국면을 모면하려는 청와대의 꼼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거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물타기 시도를 기본 활동이라고 말한 데서는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이 관계자는 “몇몇 언론사에 연락해 입장을 설명하고 잘 반영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기업 홍보실이 그렇듯 우리도 설명하고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곧 기업이고 홍보수석실은 기업의 홍보실이란 얘기인데, 기업가 출신 대통령과 아귀가 딱 맞는다. 기업은 수익이 우선이고, 국정은 국민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청와대는 국정과 기업을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

기업 홍보하듯 물타기에 나선 청와대이니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기색이 없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가 서면으로 딱 두 줄 논평을 내어 “송구하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드러내 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보는지, 아니면 너무 혼비백산해 뭐라 할 말이 없는지 알 길이 없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진솔한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다.

청와대와 검찰, 법무부 등이 사전에 짬짜미를 한 의혹도 짙다. 검찰은 현 정부의 사찰 내용은 수박 겉핥듯 듬성듬성 발표한 반면, 노무현 정부 때 사찰은 매우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언론에 협조 요청을 했다. 어떤 형태로든 수사 결과가 사전에 청와대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런 얄팍한 꼼수로는 국민을 속이지 못한다.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특정 세력이 특정 인사를 겨냥해 별도의 비선 조직을 만들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실의 공무원 직무감찰 위주의 사찰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곡동 사저 수사를 두고 부실이라고 정치권이 비판하는 데 대해 “그게 바로 정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다는 얘기다. 퇴임 뒤 사저 문제를 두고 물의를 빚었다면 자신의 허물부터 돌아보는 게 상식일 텐데 남에게 손가락질부터 하는 꼴이다. 민간인 사찰이든 내곡동 수사든 한결같이 적반하장, 무책임의 극치일 따름이다.

[ 2012. 6. 1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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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검찰, 불법사찰 ‘물타기’에 한통속 됐나

 

 

청와대가 검찰의 불법사찰 수사결과 발표 직전 일부 언론사에 연락해 “노무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례도 나올 테니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국기문란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만으로도 사죄해야 할 청와대가 반성하고 참회하기는커녕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청와대의 치졸하고 뻔뻔한 행태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경향신문이 복수의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수사 발표 당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들이 몇몇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과거 정부의 직권남용 사례가 발표될 것이다. 이를 (현 정부 사례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기자는 “회사에서 ‘청와대 부탁이 있으니 참여정부 사례도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기자는 “정치부장이나 국장, 사장급에서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자료에 ‘과거 정부 시절 직권남용 사례 및 경위’라는 항목으로 2000~2007년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민간인들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는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하며 시작된 재수사의 본류와 거리가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검찰이 ‘물타기’를 위해 손발을 맞췄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제 수사결과 발표 뒤 청와대는 박정하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관련됐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심정이다.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면 설명도 아닌 서면 브리핑에다 분량도 단 두 문장에 불과했다. 형식과 내용 모두 공식 사과로 받아들이기엔 매우 미흡했다. 이날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한 이명박 대통령도 불법사찰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을 두고 “그게 바로 정치”라고 응수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론을 ‘정쟁’으로 폄훼하는 특유의 어법을 유감없이 구사한 셈이다. 청와대가 불법사찰 수사결과를 두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보다 물타기에 나선 배경을 짐작할 만하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결과를 미리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사에 전화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과거 정부의 불법사찰 사례가 수사발표에 포함된다는 ‘고급 정보’를 어디서 들었다는 말인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법무부에는 발표자료를 보내지 않았고 대검찰청에만 미리 보고했다. 대검에 보고한 자료가 법무부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권재진 법무장관과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한상대 검찰총장의 합작품인가. 법무부와 대검은 수사결과 발표를 청와대와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 2012. 6. 15  경향신문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