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무속인 관여’ 부인하면서 선거조직은 왜 해체하나

道雨 2022. 1. 19. 09:45

‘무속인 관여’ 부인하면서 선거조직은 왜 해체하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당 선거대책본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아 활동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 무속인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선대본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18일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을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로,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해산은 후보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의 선대본 참여를 전면 부인해온 점에 비춰, 이번 조직 해체는 뜬금없다.

윤 후보는 전날 전씨가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윤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선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는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 “제가 당 관계자에게 그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스님으로 알고 있다. 직책은 전혀 맡고 있지 않고, 일정·메시지 관여 기사는 참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래놓고 몇시간도 되지 않아 네트워크본부를 전격 해산하는 ‘결단’을 내렸다니, 황당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권영세 본부장은 조직 해산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전씨를 고문에 공식적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 선대위에 관여했다는 부분도 우리가 점검한 바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후보 당선을 목표로 하는 선거운동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조직의 효율성과 민심의 반응 등을 기준으로 후보와 당이 결정할 문제다. 네트워크본부가 별 효용성이 없고 유권자들의 불신만 자극한다면 언제든 해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직과 관련해서 제기된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게 먼저지, 조직을 해산함으로써 의혹을 덮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국민에게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 그런 방식으론 의혹이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국민 신뢰를 받기도 어렵다. 오히려 후보 자신의 문제를 덮기 위해 조직을 희생양 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의혹이 불거지자, 멀쩡한 청와대 제2부속실과 ‘영부인’ 호칭을 없애겠다고 했고, 본인의 자질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 선대위 해산을 선언한 바 있다.

그때마다 세월호 참사 대응 실패의 비판을 피하려 ‘해경 해체’를 선언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왔던 사실을 윤 후보는 깊이 새기길 바란다.

 

[ 2022. 1. 19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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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였다…김건희 친오빠, 캠프 관여 정황

 

김건희 ‘개 사과’ 이전 SNS 담당들과 교육 정황

“캠프 엉망” “재조직해야” 김건희씨 요청에, 지난 8월 ‘7시간 통화’ 이 기자가 ‘교육’
이후 10월 인스타그램 ‘개 사과’ 논란 일어
“헤드”라 불린 친오빠도 교육 모임 참석
국민의힘 “친오빠 캠프 관여 않아” 해명

 

김건희씨가 남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 인사나 캠프 조직 등에 적극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씨의 친오빠도 함께 관여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윤 후보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하반기 캠프에 대한 불만 등을 제기하며 ‘조직 재정비’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 하나의 본거지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경선 때부터 캠프 안팎에 무자격 인사들이 활동한다는 논란을 키워온 실정이다.

 

친오빠 개입 정황은 김씨가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지난해 반년에 걸쳐 7시간여 나눈 통화에서 드러난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 등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8월말 친오빠 등 5명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7월부터 캠프 조직, 선거 관련 얘기를 나눠오던 이아무개 기자로부터 ‘맞춤형 강의’를 받았다. 

이 모임엔 친오빠뿐만 아니라, 윤 후보의 공식 경선캠프(2021년 7월초 구성된 ‘국민캠프’, 서울 안국동)에서 활동하던 인사 2명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도 참석했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건희씨는 모임 뒤 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성 직원 2명 외) 다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캠프에서 일하는 애들인데, 여기서 같이 SNS 토의도 하고 자료 같은 것도 본다”며 “(강연 때) 오빠 온다 그래가지고, 내가 좀 들으러 와라, 배울 것도 있으니까, 자기는 좋다 그러지, 현장에서 뛴 사람들도 또 그런 경험이 애네들은 없잖아. 그래서 들으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전 통화에서 그의 친오빠를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헤드”의 한 예로 소개하며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한다”(2021년 7월21일)고 말한다. 당시 김씨는 “캠프가 엉망”이라며 “재정비”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후보 쪽 사람들이) 유튜버를 전혀 모른다”는 고충도 터놓는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캠프로 오지 말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 “강의”를 해달란 요청을 하기 이른다.

 

김건희씨의 통화는 강의모임 나흘 뒤인 9월3일 이뤄졌다. 여기서 김씨는 “(캠프에서 교육받으러 온 이들은) SNS 영상도 만들고 그런 건데, 아직 어려가지고 메시지 내고 그런 건 아니고, 영상 같은 거 좀 만들고 따라다니면서 그런 거 하는 애들인데, 현장에서 소리 듣자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왔다”며 “(강연 들은 이들이) 도움이 되고 재밌다던데. 또 부르라고 하는데?” 말하기도 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캠프의 SNS 담당자들은 “젊은 애들”로 통칭되며, 코로나 때문에 휴직 중인 승무원도 있다고 김씨는 소개했다.

 
이듬달인 10월은 전두환씨 옹호 발언으로 비난을 받은 윤 후보가, ‘사과는 개나 줘버려’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때다. 당시 ‘개 사과’ 사진을 김건희씨가 촬영했다는 의혹이 일자, 윤 후보는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가 없다”며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와 교육모임에 참석했던 캠프 인사들이 이 사건에 관련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부터 SNS 중심의 대응이 논의되고 훈련되어 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화방송>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 기자가 지난해 8월30일 코바나컨텐츠에서 30분 특강을 한 뒤 김씨로부터 105만원 강의료를 받았다고 16일 보도했다. 다만 참석자와 강연 내용, 또 참석자들이 던졌을 질문 등은 여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겨레>는 이씨에게 자세한 사정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한겨레>에 “김○○(김건희씨의 오빠)씨는 기본적으로 캠프에 관여하지 않았고, 8월말 이씨가 방문한 자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이씨가 구성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0대 후반 SNS 담당자 2명이 후보자 면담 등을 위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방문했다 대기한 정도”라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