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에 국가 4억 배상"

道雨 2013. 8. 13. 14:13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에 국가 4억 배상"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게 국가 등이 4억원대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이건배)는 13일 김씨 등 가족 5명이 국가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에게 4억259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다만 김씨 가족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불법적인 내사와 강요를 통해 김씨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게 하고 주식을 양도하게 했다"며 "위법한 직무집행으로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적인 대표이사의 임기에 비춰 김씨가 당시로부터 3년간 근무할 수 있었다고 볼 때 급여 3억8500여만원을 손해배상 범위로 인정하고, 위자료는 400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11년 "총리실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KB한마음에서 쫓겨나고 주식 1만5000주를 헐값에 넘기는 등 경제적 손실을 당했다"면서 "정신적 손해도 함께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hacho@newsis.com

 

 

*****************************************************************************************************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두 번 죽인 법원

[주장] 진실도 정의도 외면한 일부 승소 판결... 위자료 고작 4천만원

 

 

 

그는 어제(8월 12일) 하루종일 휴대폰을 꺼놓고 있었다. 누구와도, 어떤 얘기도 나누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날은 그가 자신을 불법사찰한 (이명박 정권 때의) 국가와 그 똘마니들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낸 날인데도 그랬다.

일부라도 이겼음에도, 그는 이 판결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에게 이날 판결은 국가로부터의 또 다른 형태의 테러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한 번은 청와대로부터, 이번에는 법원으로부터... 

한 시민의 삶을 휘저어버린 국가권력

기사 관련 사진
 총리실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 KB은행 간부로 퇴직한 뒤 KB 관계회사를 차려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키워나가던 그 역시, 어느 날 느닷없이 국가권력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기 전 만해도 대한민국이 허울뿐일 망정 민주국가인 줄 알았다. 그래서 틈틈이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나 시민사회단체에 합법적으로 후원금도 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를 다 한 것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권에서 죄가 된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피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까닭을 나중에야 알았다. 자신에게 불법사찰이 행해지고 급기야 회사에까지 압박이 가중되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됐을 때 긴급 도움을 구하려 했던 정치인, 혹은 변호사들마저 외면하고 등을 돌렸다.

국가권력의 주구들이 벌인 행악은 사찰에 그치지 않았다. 아예 그의 가정과 사회생활을 뿌리째 뽑아 놓으려 했다. 자신들이 김씨에게 두었던 혐의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 진 뒤에도, 오히려 자신들의 실수를 덮는 길은 그를 더욱 핍박해 아예 매장시켜 버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김씨는 결국 2008년 9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자신이 신뢰하는 한 회사 임원에게 모두 넘겼다. KB에 압력을 가해 회사를 아주 망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었다. 주식을 넘겨받은 사람은 KB 선배로서, 회사를 차릴 때 김 대표가 영입한 사람이었다. 그는 상황이 호전되면 주식을 되돌려 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배신했다. 회사 주식을 포기하도록 협박을 가한 자들의 범죄행위가 분명히 밝혀진 뒤에도 김 대표가 회사를 되찾을 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KB한마음 주식을 헐값에 팔아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력의 만행이 밝혀진 뒤에도 검찰은 오히려 김 대표를 표적수사했다. 그를 비리기업인으로 몰아 사찰의 불법성을 희석시키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였다. 김 대표는 일본으로 망명까지 해야 했다. 이 즈음에 그를 진단한 정혜신 박사는 그의 상태를 "쌍용자동차 피해자들과 같은 정도의 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설사 자살을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중증"이라고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한 위자료로 4천만 원을 계산했다. 

김 대표의 아내는 남편을 붙들고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면서 울었다. 그의 딸은 아빠의 품안에 안겨 바들바들 떨면서 "아빠, 우리 이민가요.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라고 했다. 법원은 이런 가족들에 대한 위자료가 4천만 원에 포함된다고 했다.

법원은 오로지 김 대표가 "일반적인 대표의 임기로 미뤄 3년 동안 더 근무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3년간의 보수 3억8592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위자료 4천만 원 포함 총 4억2592만 원이다.

불법사찰이 이루어질 당시 KB한마음은 임직원이 800여 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이었다. KB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발족한 회사로, 김 대표가 KB에서 근무하면서 일군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해 오던 건실한 업체였다. 권력의 불법사찰과 전방위적 압력이 없었다면 회사가 어려워질 일도, 김종익씨가 대표를 그만 둘 일도 없었다. 한 개인이 오직 국가권력의 남용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도 법원은 이 회사 주식을 헐값에 넘긴 것이 (이명박 정권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국가의 일부'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

김종익씨는 지금도 약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건실한 대기업의 대표와 그의 가정이 국가권력의 횡포로 풍비박산이 난 것이다. 이에 대한 위자료가 4천만 원이라면 이 판결을 내린 재판관과 그의 가족이 가진 가치 역시 그 언저리일 것이다. 판사이기 때문에 한 5천만원 정도 되려나. 법이 인간을 이렇게 싸구려 취급하면 곤란하다.

미국 같은 나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김종익씨에 대한 재판에서 차용해야 마땅한 제도다. 법원은 김 대표 개인의 피해에 대한 배상으로 최소한 이날 판결의 10배인 42억5920만 원을,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그 10배인 425억9200만 원을 때렸어야 했다. 그럼으로써 김종익씨의 개인적 피해에 대한 배상말고도, 국가가 다시는 민간인 불법사찰같은 야만적인 권력남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자성과 함께 강력한 경고를 발해야 마땅했다. 법원도 국가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원은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했다. 국가권력의 한 당사자로서의 어떠한 역사적, 법철학적 고뇌의 흔적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법전은 너무 얇고 법관의 정신은 너무 얕다.

 

 

 

[ 강기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