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민간인 사찰건(장진수) 판결과 국정원 사건, 형평이 맞지 않는다.

道雨 2013. 11. 28. 18:32

 

 

 

 

"국정원 직원들 명령 따른 것뿐이라고 불기소,
증거인멸 폭로 장진수는 처벌... 형평성에 문제"

[판결] 대법, 장진수 집유확정-진경락 일부 무죄 취지 파기환송

 

 

기사 관련 사진
▲ 불법사찰 증거인멸 폭로한 장진수, 집유 확정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대법원 1부(주심 고영환 대법관)는 28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과 공용물 손상죄 혐의로 기소된 진경락 전 지원관실 과장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또 진 전 과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뒤 증거인멸 과정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행정주사)의 상고를 기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권중기 경정(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상고와 검사의 상고도 기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으로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진 전 과장은 1심에서 증거인멸과 공용물손상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증거인멸 관련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된 바 있다.

"자신의 범죄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 증거인멸죄 해당 안돼"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인멸죄는 자신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범죄사건에 대한 증거를 없애는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 전 과장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진 전 과장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사건으로 징계나 형사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진 전 과장이 사찰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행위에는 증거인멸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 판례 등을 인용하며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진 전 과장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사건으로 강요죄, 방실수색죄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 받은 사실과 진 전 과장이 인멸한 자료가 김종익 전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 자료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이므로 비록 진씨의 증거인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진 전 과장의 공용물건손상죄에 대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명백히 위법한 지시에 따를 의무 없어"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장 전 주무관과 권 경정은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는데, 이날 판결은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심이 장 전 주무관에 대해 증거인멸죄와 공용물건손상죄를 적용한 부분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장 전 주무관이 진 전 과장의 위법한 증거인멸 지시를 따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경락이 '김종익에 대한 불법 내사'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은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장진수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증거인멸 및 공용물 손상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장진수의 지위 및 경력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범행이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받은 진 전 과장은 2010년 6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고 서류 등 관련 증거를 숨겼다. 당시 검찰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이하 7명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만 기소하고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2012년 3월 재판을 받고 있던 장 전 주무관이 청와대의 증거인멸 개입 상황을 폭로하고 나섰고,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했다.

장진수 "내 폭로로 불법사찰 전모 밝혀져...대법원 참작 기대했는데"

기사 관련 사진
▲ 장진수 위로하는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오른쪽)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장 전 주무관을 포옹하며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장 전 주무관은 이날 선고가 이뤄진 대법원 2부 법정에 나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함께 판결을 경청하다 선고가 이뤄진 직후 법정을 나섰다.

장 전 주무관은 "내가 폭로한 뒤 검찰 재수사가 이뤄졌고, 새로운 증인과 증거들이 나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전모가 알려질 수 있었는데, 대법원이 그런 점을 참작해 다시 기회를 줬으면 했다"며 "저한테 삭제하라고 시킨 진 과장은 오늘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고, 저는 유죄가 확정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12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에서 장 주무관을 수차례 독점 인터뷰,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 폭로를 도운 진행자 김종배씨도 이날 대법원 판결에 실망을 나타냈다.

김씨는 트위터에 "장진수 주무관이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컴퓨터 디가우징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장 전 주무관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이 전혀 인정되지 않았고, 증거인멸사건을 양심적으로 고발했다는 점도 참작되지 않았다"고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처리와도 대조했다. 그는 "검찰이 대선공작을 한 국정원 직원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과 형평에 맞지 않다"며 "장진수 주무관을 기소한 그 원칙대로 국정원 직원들도 기소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논평했다.

[ 안홍기, 유성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