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무소의 뿔처럼 가야 할 ‘조국신당’

道雨 2024. 2. 21. 12:25

무소의 뿔처럼 가야 할 ‘조국신당’

 

 

힘들고 외롭지만 강한 의지와 결단력으로

 

 

 

선거에서는 구도, 이슈 혹은 바람, 인물이 판세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고 한다. 각 당의 선거캠프는 이 세 요소의 유불리를 감안해 전략을 짠다.

선거에서 이기면 뭘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정책도 중요한 요소로 꼽혀야 마땅할 텐데, 언론이나 유권자나 별로 관심이 없고 정당들도 시늉만 내는 것 같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 여부를 가릴 1 대 1 구도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에서는, 집권 여당인 국힘당과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비례 위성정당을 구축한 채, 윤석열 정권 심판이냐, 정권 안정이냐를 두고 1 대 1로 맞붙는 구도로 짜인 것 같다.

국힘당은 운동권 청산을 내세우지만, ‘운동권’이란 것이 지금의 50대가 대학생 나이였던 80년대~90년대 초반에나 존재했던 것이어서, 40대 이하에게는 운동권 청산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도 모를 것 같다. 그저 군사독재 시절을 지나오면서 민주주의라는 것을 염두에 둘 겨를도 없이, 최루탄 냄새와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며 돈과 출세에 열심이었던 일부 60·70대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전략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들먹여지던 거대 야당 심판론의 변종이다.

반면 국민 60% 이상이 공감하는 총선 이슈는 단연 윤석열 정권 심판이다. 윤 정권 밑에서 하루하루 물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나라 망가지는 꼴을 목격하고 있는 현실 아닌가.

그래서 민주당은 윤석열 심판이라는 구도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 총선 룰을 준연동형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군소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한 모든 민주세력을 하나로 묶을 결심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최근 녹색정의당이 민주당 주도의 연합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것이 이번 총선에서 국힘당과 민주당이 1 대 1로 맞붙는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 같다. 녹색정의당의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이준석 이낙연의 개혁신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 당은 여러 이질적인 집단이 연합해 출범한 이래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내분에 휩싸이며, 이제는 총선 때까지 그대로 존립할 수 있을까 여부마저 확실치 않은 지경이 됐다. 거대 양당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합류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이미 기세가 꺾였다.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 문전박대 속 가장 늦게 뛰어든 ‘조국신당’

오히려 가장 늦게 선거판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고 창당 작업에 돌입한 ‘조국신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 꽃의 비례정당 투표 지지율 조사 결과, 무려 10%를 기록했다. 컨벤션 효과가 작동했다고는 하지만, 자연인 조국 한 사람만 두드러질 뿐 아직 정당의 실체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놀라운 지지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높은 지지율이 민주당과 국힘당의 1 대 1 구도를 깨뜨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로 그 지점을 우려하며 ‘조국신당’을 분열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데, 내 생각은 그 반대다. ‘조국신당’의 참전은, 물론 민주당과 ‘조국신당’이 어느 정도로 협력과 경쟁의 묘를 살려 나아갈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전체 야권세력의 윤석열 정권 심판 구도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가칭)조국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신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2024.2.15. 연합뉴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민주당이 ‘조국신당’을 크게 환영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문전박대 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을 대표해 민주개혁선거대연합 협상을 이끌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창당 선언이 나오자마자 “설령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그는 “절체절명의 역사적 선거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라고 적개심까지 드러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조국신당’이 민주당의 선거연합 대상이 될 자격이 없고, 역사적 선거에서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민주당과 진보개혁세력의 단일 대오에 방해가 될까?

박 의원은 이런 질문에 대해 즉자적으로 ‘그렇다’고 반응한 셈이지만, 사실 그건 그 혼자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고질적인 기회주의자들, 보신주의자들의 집합적 의견을 대변한 것이다.

조중동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윤 정권과 국힘당과 싸우기를 싫어하고, 사사건건 있지도 않은 ‘역풍’이란 허깨비에 홀려 미적거리는 쫄보들 말이다.

이들이 주류 행세를 하는 한 민주당은 ‘조국신당’ 창당을 만류하고, 민주당에 받아들여 공천을 주지도, 신당 창당을 기다렸다가 비례통합당 구성에 참여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조국신당’ 후보자가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자당 후보자를 내지 않는 상황은 꿈도 꾸기 어렵다. 아예 외면한 채로 총선을 치르려 할 것이다.

‘조국신당’을 부추긴 민주당 쫄보들

어떤 이들은 “민주당에 몰빵을 하면 그 힘으로 더 강력하게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 아니냐”며, ‘조국신당’을 못마땅해한다. 나는 바로 그 지점이 오히려 ‘조국신당’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 때 검찰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가 조국이었는데, 그런 문재인 정권의 정당적 기반이 바로 180석 민주당이었다. 즉 검찰개혁은 여당인 민주당이 완수해야 할 과업이기도 했다는 말인데, 민주당은 조국만큼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끝내 조국을 지켜주지도 않았다.

그런 이들이 지금은 단체로 ‘조국신당’과 엮이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정당에게 또 검찰개혁의 기대를 품고 팔짱 끼고 지켜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

최소한 더 이상 “모든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큰소리는 치지 말아야 하고, 노무현 정신을 들먹여서도 안 된다. 노 대통령은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조국신당’은 이런 의리 없는 민주당에 대해 지킬 의리가 없다. 다만 스스로 의미 있는 정치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국이 겪은 멸문지화의 고난에 동정하는 민심이 아니라, 민주당의 개혁성 부족, 투쟁력 부족에 실망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인물을 대거 규합하고, 정책을 내세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조국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의지가 있고 역량이 있는 인물이라고 확신한다.

조국은 그 누구보다도 윤석열 정권 심판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윤석열 검찰로부터 핍박을 받기 이전에, 검찰개혁의 최일선에서 싸웠던 사람이다. 나는 그와 일면식도 없지만 오랫동안 신문과 방송을 통해 (주로 그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었지만) 그를 지켜본 결과, 그가 자신이 겪은 고난에 대한 보상 혹은 앞으로도 계속 자신에게 가해질 핍박을 대비한 피난처로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단순히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가 창당을 선언하면서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 민주당보다 더 빨리 행동하는 정당,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싸우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 바, 그런 그의 다짐에 의구심부터 표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의 모든 그의 공적 사적 행동과 발언, 경력이 그의 다짐을 보증하는 데 부족함이 있는가.

힘들고 외롭지만 강하고 끈질긴 의지와 결단력으로

‘조국신당’이 총선의 전 과정에서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 1 대 1 구도다. 녹색정의당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1 대 1 구도에서의 본진이며 큰집인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대표주자로 나가 싸우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국 자신을 포함, ‘조국신당’ 사람들은 지역구에 일절 출마하지 않고 비례투표에만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지역구 출마 흉내를 내다가는, 게(지역구)도 잃고 구럭(비례표)도 잃을 공산이 크다.

설사 민주당이 끌어들여도 섣불리 결합하면 안 된다. 그것이 오히려 두 당에 가외의 소득을 안길 것이다. ‘조국신당’은 독자적으로 비례투표에만 전념함으로써, 조국을 미워하거나 여전히 오해하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지역구나 비례에서 흔쾌히 민주당을 찍게 해야 한다.

대신 ‘조국신당’은 지역구에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었으나 비례에서는 선뜻 내켜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전체적으로 제로섬이 아닌 윈윈전략으로 가야 한다.

나는 정치를 해 본 적도 없고 정치공학자도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민주’와 ‘개혁’ 그리고 ‘상식’이란 키워드로 정치판을 들여다보면서, 나름 정치와 민심의 흐름을 꽤 알게 됐다고 자부한다.

그런 정치 고관여자의 입장에서 나는 여론조사 꽃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단연 조국 선풍이 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총선이 다가오자 이합집산 하며 날뛰기 시작하는 정상배들 사이에서, 유일한 정치인의 풍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장담하거니와 10%는 컨벤션 효과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인재를 불러 모을 때, 정책을 세우거나 전략을 짤 때, 흔들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가다 보면 말이다.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이와 같이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잔소리와 말다툼이 일어나리라.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라는 불경의 한 구절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혼자서 가는 길이 힘들고 외로울 수 있지만, 강하고 끈질긴 의지와 결단력을 가지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격려의 메시지로 읽힌다.

 

 

 

강기석 칼럼kks54223@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