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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클수록 오래 뜸을 들인다

위험은 클수록 오래 뜸을 들인다 * 2022년 8월 중부지방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침하, 정전 등 사고가 잇따랐다. 지하철 역사와 선로 등에 빗물이 들어차면서 열차가 곳곳에서 멈춰 섰고, 도로 침수 지역도 늘면서 퇴근길에는 고통스러운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치타는 발톱을 숨기고 살금살금 목표물에 다가선다. 그리고는 출발선에 선 육상선수처럼 땅을 밀쳐내려 사지의 근육에 힘을 가한다. 정지한 채로 잔뜩 웅크린 몸체는 활처럼 탄력이 붙고 정강이 부위에는 근육질이 탱탱해진 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한동안 이어진다. 먹을 것을 찾아 무리에서 이탈한 아기 사슴은 풀을 뜯으면서도 수시로 두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을 경계하건만, 들판은 갑..

시사, 상식 2023.06.26

사법에 대한 존중이 무너져 내릴 때

사법에 대한 존중이 무너져 내릴 때 법원이나 판사에 관해 흔히들 하는 착각이 ‘재판에는 정답이 있다’는 인식 같다. 하지만 법조인으로 살면서 정답이 있었던 적은 시험뿐이었던 것 같다. 실제 재판에 임하면 분명한 것이 없다. 사실인정 단계에서도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제3자인 판사가 보기에 실체적 진실은 이것이라고 명쾌하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은 많지 않다. 법 해석 단계로 들어오면, 정답은 더더욱 사라진다. 축적된 선행 판례들과 연구 결과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법 해석 자체가 고정불변의 정답을 예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째서 법 해석은 고정불변의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일까. 하나의 이유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인식과 가치 자체가 고정불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법은 그 사회의 작동 원리를 구성하기..

시사, 상식 2023.06.26

‘1원 1표’ 주주 자본주의의 허상

‘1원 1표’ 주주 자본주의의 허상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보수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서 페이스북에 장하준 런던대 교수의 신간 를 소개한 게 발단이다. “‘1원 1표’의 시장 논리 함정에 빠지지 않고, ‘1인 1표’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깨어있는 주권자가 되기 위해, 건강한 경제학 상식이 필요합니다.” 1원 1표는 가진 돈의 액수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장경제의 기본틀로 불린다. 1인 1표는 모두에게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 기본 의사결정 원리이다. 시장을 1원 1표의 자본 논리에만 맡길 경우 불평등, 빈부격차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국 사회가 시장에 민주적 통제(1인 1표)를 가미하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온 이유다. 문 전..

시사, 상식 2023.06.26

성숙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안보전략을 만드는가

성숙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안보전략을 만드는가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운데)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연정 구성원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맨 왼쪽부터),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 낸시 페저 내무장관과 함께 참석해 이날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아세안 국가에서 두명,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각 한명씩, 그리고 필자까지 다섯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독일 정계 지도자, 외교안보 분야 고위관리, 싱크탱크 연구자, 언론인 등 다양한 인사들과 집중적인 토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주제는 독일의 대중국 전략이었다. 우리가 아는 독일..

시사, 상식 202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