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62

빈티지: 단순히 ‘옛것’이 아니다

빈티지: 단순히 ‘옛것’이 아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언어도 생물처럼 진화한다. 빈티지(vintage)라는 말은 포도밭에서 태어났지만, 도시 사람들의 문화적 성향을 가리키는 말로 진화했다. 빈티지는 포도 수확을 뜻하는 라틴어 빈데미아(vindemia)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말이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거치면서 조금씩 의미 변화를 일으켰는데, 프랑스어와 영어에서는 특정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뜻하는 말로 전이되기도 했다. 나아가 ‘빈티지 와인’이라는 이색적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포도 농사가 잘된 해에 양조한 고품질 포도주라는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이런 언어진화 현상은 포도주의 전통이 서구 문화에서 각별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빈티지는 포도밭을 떠나 폭넓은 문화현상에도 적용되었다. ..

시사, 상식 2024.02.14

다시 돌아온 산업정책의 시대

다시 돌아온 산업정책의 시대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왔다.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생산, 투자, 수출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규범’과 ‘안보’를 내세워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국외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는 기업을 지원해준다. 미국의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유럽연합(EU)의 ‘유럽반도체법’과 ‘그린딜산업계획’이 대표적인 예다.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자국의 디지털, 그린 관련 첨단산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산업정책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15세기 중후반 국제무역이 본격화하면서부터 수출 보조, 수입 제한, 산업 보호 등 소위 ‘중상주의’ 정책이 대세를 이뤘다. 18세기 ..

시사, 상식 2024.02.14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꼽은 '고발 사주' 남은 의혹 세 가지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꼽은 '고발 사주' 남은 의혹 세 가지 [인터뷰] 사건 전개 막전막후... "윤석열 검찰은 그때 외부 고발장이 필요했다" ▲ "고발 사주 사건의 고발장 내용은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 검찰은 외부 고발장이 필요했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2021년 9월 3일 공익신고를 위해 찾아온 조성은씨를 처음 조사한 사람이다. ⓒ 권우성 손준성 검사장 징역 1년이 선고된 '고발 사주'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조성은씨는 최근 와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꼽았다. 그는 공익신고를 위해 찾아온 조성은씨를 처음 조사한 사람이다. 2021년 9월 3일 오후 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전혀 모르는 번호가 ..

여권이 독점한 방통위와 방심위의 언론 장악 폭주

여권이 독점한 방통위와 방심위의 언론 장악 폭주 [분석] 합의제 기구 유명무실, 두 기관 비판 언론 죽이기 선봉대로... 대통령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여권'이 독점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파행적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두 기관 위원의 임명권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이 여권 추천 위원은 임명하고, 야권 추천 위원 임명은 거부하면서 합의제 기구인 두 기관은 모두 '여권 독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견제 없는 두 기관은 연일 폭주하고 있다. 방통위는 유진기업의 YTN 대주주 등극을 승인해 줬고, 방심위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 방송사에 연일 중징계 폭탄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면서 두 기관은 '용산2중대', '언론검열기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여야 위원 합..

시사, 상식 2024.02.13

조국, 신당 창당 선언 "검찰독재 종식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

조국, 신당 창당 선언 "검찰독재 종식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 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공식화... 지역구 비롯해 비례후보 출마 검토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습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13일 부산 민주주의 역사의 산 교육장인 부산민주공원을 찾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자신의 역할에서 찾았다. 자녀 입시부정, 감찰무마 혐의 항소심 선고 직후 이에 반발하며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라던 조 전 장관이 선택한 길이다. 22대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인 12일 조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 ‘홍보’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의 한 달동네에서 연탄배달 자원봉사를 했다. 이 행사에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물론 청년당원 50명이 함께 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직접 연탄배달에 나선 동네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이다 현재 이곳 또한 재개발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한 가운데, 아직 남은 사람들은 난방 연료로 연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이날 이곳에서 연탄배달 손수레를 직접 끌며 배달에 나선 한 위원장은, 토시, 목장갑 등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한 시간가량 마을 곳곳을 오가며 연탄 2천장을 배달했다. 따라서 당연하게 이런 한 위원장의 얼굴에 연탄이 묻은 채 손수레를 직접 끌고 ..

시사, 상식 2024.02.13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설 연휴 화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사과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무전술 문제로 팽팽히 나뉘었을 듯하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국민 기대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국민 정서에 무감한 것도 닮았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논란이 큰데도, 윤 대통령은 연휴 기간 해병대를 찾아 “올해는 국운이 뻗치려나 보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선수들이 돌아가다시피 사과하는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미소 천사 역할에만 열심이다. 윤 대통령의 한국방송(KBS) 대담 의도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로 인한 여론 악화를 설 전에 막아보려는 것이었다면 완전한 실패였다. 사과와 함께 최소한의 조처라 예상됐던 제2부속실 설치마저 원점으로 돌린 대담..

시사, 상식 2024.02.13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 미스’와 역사의 무거움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 미스’와 역사의 무거움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가는 구한말-대한제국 역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이 시기를 되짚어보며 거듭거듭 깨닫는 것은 사소해 보이는 우리의 ‘판단 미스’가 복잡한 연쇄 작용을 일으키며 국가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1881~1882년 고종-민씨 정권이 구식 군대에 제대로 봉급을 지급했다면, 1894년 봄 동학 농민군 진압에 실패한 고종이 청에 원병을 요청하는 대신 정치적 타협을 택했더라면, 1898년 독립협회가 주도했던 ‘입헌군주제’ 개혁이 조금씩 시행됐더라면, 우린 35년에 걸친 치욕스러운 일제 식민지배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서러운 분단의 고통에 시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후 한세기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라는 여..

시사, 상식 2024.02.13

"총선 공작용 사면…뒷골목 양아치들 같아"

"총선 공작용 사면…뒷골목 양아치들 같아" 촛불행동 "이명박근혜 세력 지지 얻으려 매표 사면" 세월호 유족, 불법 사찰 기무사 간부들 포함에 분노 민변 "반헌법적 권한 남용…대통령 법적 책임 져야" 언론노조 "마음 놓고 언론 장악하라는 조폭적 행태" 이재명 "약속 사면 처음 들어…제2 김태우 만드나" 국힘은 "민생경제·국민통합 위한 대통령 의지" 찬양 윤석열 대통령이 7일자로 특별사면을 강행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군 댓글 공작'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반국가적 비리 인사들 다수에게 면죄부를 남발하자, 시민사회 각계의 반발이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촛불행동은 성명에서 "법치는 간데없고, 총선 공작만 난무하는 작태"라며 "총선을 앞둔 대규모 ..

시사, 상식 2024.02.08

툭하면 ‘불공정’ 딱지, 방심위는 공정한가

툭하면 ‘불공정’ 딱지, 방심위는 공정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일컬어 흔히 ‘민간 독립기구’라고 한다. ‘합의제 기구’라고도 한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 말들이 허울일 뿐이라는 것을. 8일로 출범 5개월째를 맞는 ‘류희림 방심위’ 체제는 똑똑히 보여줬다. 방심위가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국가검열기구’로 전락했으며, 위원장이 소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채 사실상 ‘언론 사정기관’의 수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심위는 2008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해 초 제정된 방통위 설치법 발의안에는 ‘방송·통신의 내용 심의 기능은 방통위로부터 분리해 민간 독립기구로 설치할 필요성이 제기됨’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대통령 소속 행정기관..

시사, 상식 2024.02.08

이재명의 고육지책…준연동제·민주개혁대연합

이재명의 고육지책…준연동제·민주개혁대연합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 찾겠다" 선언 "칼든 상대,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어" "위성정당 창당하게 된 점은 깊이 사과"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 이해 바라" [기사 보강 : 오후 4시 34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해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기 않고 현행 준연동 비례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합형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시사, 상식 2024.02.06

허덕이는 국정 지지율 “문제는 경제야!”

허덕이는 국정 지지율 “문제는 경제야!”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35:60에 고착된 여론지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최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어떤 비평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년 반 넘게 고착되어 있다. 추세가 바뀐 적이 없다. 특정 여론조사 회사의 특정 시점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 비율이 40%를 넘기거나 30% 아래로 떨어진 사례는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모든 여론조사의 긍정·부정 평가 비율을 월별로 합산하면, 시계열 그래프는 각각 35%와 60% 수준에서 평행선을 그었다. 이 작업을 꾸준히 해온 데이터 전문기자를 나는 안다. 굳이 덧셈하느라 시간 쓰지 말고 그냥 믿..

시사, 상식 2024.02.05

외신에 비친 김건희는 '퍼스트 스캔들 레이디'

외신에 비친 김건희는 '퍼스트 스캔들 레이디' 명품백 사건 앞다퉈 보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건희-윤석열-윤 정권 총체적 문제 드러내기 때문 특히 '선진 민주 대한민국의 후진국적 현상'에 주목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유력 신문들도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일자 1면과 1일자 온라인판에서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다. 4일 아침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권위지인 아사히신문이 '한국의 대통령 부인 고급 가방 받았다'는 제목으로, 역시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했다. *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전하는 일본 아사히 신문의 ..

<주역>의 지도는 길만 보여주지 않는다. 길이 아닌 곳도 함께 보여준다.

의 지도는 길만 보여주지 않는다. 길이 아닌 곳도 함께 보여준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31일) 쎙떽쥐베리의 에 나오는 구절이다. “가끔 폭풍, 안개, 눈이 어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마다 너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을 생각해 봐. 그리고 이렇게 말해봐. '그들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는 문장이다.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인내와 망설임, 설움과 외로움, 그리고 마침내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갔을 때의 눈부신 쾌감을 생각하며, 끝까지 견디고 싶다. 벌써 2024년 1월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지난 한 달은 정말 알차게 보냈다. 헬스장에서 런닝 머신을 걷고 약간의 근육 운동 하기를 하루도 거르지 안 했다. 몸이 ..

자신의 수고 후에 얻은 소확행이 더 값지다

자신의 수고 후에 얻은 소확행이 더 값지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29일) 어제에 이어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이 말은 100% 다 맞는 말이 아니다. 행복이란 맛있는 거 먹고, 일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과 관련된 것들을 많이 생각하지만, 이와 같은 소소한 행복도 삶에서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 있을 때만 약속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흔히 소확행(小確幸, 사소한 것에 확실한 행복)을 이야기 한다. 이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다. 일상의 작은 일들이 주는 행복이 그가 누리는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 큰 행복에 빠져 있다가 작은 행복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작은 행복을 연료로 큰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소소하고 작은 행복이 그의 행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