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딥페이크와 페이크 사이

道雨 2024. 2. 27. 09:51

딥페이크와 페이크 사이

 

 

 

페이크(fake)는 가짜, 거짓, 사기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힘들게 교묘히 만든 거짓 뉴스, 사진, 영상 등을 뜻하기도 한다.

‘페이크 뉴스’는 우리말로 ‘가짜뉴스’라 번역하곤 하는데,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은 가짜뉴스를 “언론 보도의 형식을 띠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거짓 뉴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의도로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정의한다.

 

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의 합성어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진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 뉴스, 이미지, 영상 등을 뜻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인간의 글, 이미지 등을 학습해 인간의 주문대로 글, 이미지, 영상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더 쉽게, 더 정교하게 ‘페이크’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을 뿐 ‘페이크’와 기본 개념은 같다.

 

‘페이크’의 기준이 제대로 서지 않은 사회일수록 ‘딥페이크’에 대한 대응이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페이크’를 통제하고자 했던 욕망이 강할수록 그 혼란은 더 커진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언론 통제가 심한 국가일수록 ‘가짜뉴스’를 빌미로 디지털 공간을 감시·억압·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2022년 보고서에서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방송통신위원회를 필두로 ‘가짜뉴스 잡기’에 나섰지만, 정작 네이버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와 제휴해 5년 동안 제공해온 ‘팩트체크’ 서비스는 정부·여당 비판이 많다며 문제 삼았다.

 

지난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에 대해 접속 차단 조처 결정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틱톡 등을 중심으로 떠돌던 영상에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벌어진 일이다.

가짜임이 티가 나는 영상이 차단되면서 ‘입틀막’(입 틀어막기) 논란도 일고 있다.

 

경찰은 개정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90일 전부터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니, 정교함이 다소 떨어져도 딥페이크로 볼 수 있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교하지 않아도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 ‘딥페이크’라면 차단해야 한다’는 말은 기준이 될까?

‘딥페이크’ 혼란 시대다.

 

 

 

임지선 빅테크팀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