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6020

날뛰는 말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고명섭의 카이로스 날뛰는 말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에 등장하는 두 말이 끄는 마차. 마부는 이성을, 백마는 기개를, 흑마는 욕망을 상징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선조가 등극하고 2년째 되던 1568년, 퇴계 이황(1501~1570)이 열일곱 살 왕에게 책 한 권을 지어 올렸다. 조선 성리학의 독창성이 깃든 ‘성학십도’다. 이 책의 서문에서 퇴계는 절실한 마음을 담아 왕에게 주는 고언을 적었다. “군주의 마음은 만 가지 결정이 나오고 백 가지 책임이 모이는 곳이어서 사방의 온갖 욕구들이 다투어 치받고 온갖 사악이 번갈아 침투하니, 한번 태만하여 소홀하고 거기에 방종이 겹치게 되면, 산이 무너지듯 바다가 들끓듯 할 것이니 누가 막아줄 수 있겠습니까?” 퇴계는 옛 군주들의 실패..

시사, 상식 2024.03.27

한국 강경 우파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 강경 우파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요즘 독일과 프랑스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독일의 사민당은 1863년에 창립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고, 1969년에 집권하고 난 뒤 동방 정책을 펴 냉전 종식에 큰 역할을 했던 바로 그 정당이다. 그러나 찬란한 과거를 지닌 이 사민당의 현재 지지율은 약 15~16%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19~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의 경우, 극우인 국민연합의 현재 지지율(29%)은,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사회당(10%)과 공산당(3%)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무려 두 배나 높다. 극우들이 이 두 나라에서 이 정도로 좌파를 누른 것은 전후의 역사에서 최..

시사, 상식 2024.03.27

통일이 평화보다 자유를 앞세울 때

통일이 평화보다 자유를 앞세울 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는 김정은의 이른바 ‘전략적 전쟁 결정론’과 ‘두 개 국가론’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전자의 경우,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가능성은 있지만, 북이 ‘계획에 의한 대규모 전쟁’을 감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견해가 모이고 있다. 그러나 후자에 대해서는 공세적 전술적 대응론과 수세적 구조적 전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필자는 평양의 최근 행보를 구조적 전환으로 본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통일정책은 두 축으로 이루어져왔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지방정부, 두 개의 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연방제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시사, 상식 2024.03.25

윤 대통령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짜다

윤 대통령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짜다 정권 안보 위한 허울일 뿐…사상의 자유 억압 윤석열 대통령은 틈만 나면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국의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명분 삼아 반대 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해왔다. 자유민주주의가 극우사대주의 세력의 정권 안보를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核) 인류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중세 시대 말기에 등장했다. 당시 기본 생산수단이었던 토지를 독점하고 있던 봉건 국가의 지배층인 왕족과 귀족은, 절대왕정 체제에 기초해 민중을 지배, 착취하고 그들의 반항을 억눌렀다. 그들은 중세 시대 말기에 등장한 신흥 자본가계급– 주로 도시에 거..

시사, 상식 2024.03.24

외국에서도 우려... 윤석열 정부 황당 장면 10가지

외국에서도 우려... 윤석열 정부 황당 장면 10가지 국제보고서엔 "독재화 진행"... 불과 2년만에 끝없이 추락한 언론 자유 ▲ 2019년 7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앞마당에서 열린 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제막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언론계에서 매우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인 광화문 프레스센터 입구에는 '굽히지 않는 펜'이란 조형물이 있다. 지난 2019년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단체와 120여 언론시민단체 등이 함께 마련하였으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지난 세월 언론자유를 위해 희생한 많은 이들의 뜻에 경의를 표하려는 상징물이다. 조형물 앞에서 즉물적으로 느껴지는 "부러질지언정 ..

시사, 상식 2024.03.21

‘입틀막’ 방송심의, 아무 말 대잔치

방심위, 책임지지 않는 권력 * 지난해 11월13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방송 장면. 문화방송 유튜브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규제를 하는 기관이다. 방송 내용을 규제한다는 것은 자칫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래서 최소 규제가 원칙이다. 방심위는 위원장과 심의위원 중심 체제이다. 그들의 임기는 3년이다. 임기제이기 때문에 심의·제재와 관련해 책임질 일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방심위가 법정 제재를 가한 몇몇 사안들이 법원에서 제재 취소 결정을 받았지만, 당시 제재를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물론 방심위의 심의 결과와 법원의 결정이 늘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법정 최고 수위의 제재를 받은 사안에 대해 법원..

시사, 상식 2024.03.21

“공시가 현실화 폐지”…조세정의 근간 허무는 윤 대통령

“공시가 현실화 폐지”…조세정의 근간 허무는 윤 대통령 총선만 생각하느라 오래된 사회적 합의 파기 공시가격, 건보료 등 67개 행정·복지제도 기준 87년 민주화 이후 진보·보수 정부 모두 추진해 기존 공시가격 제도의 형평성 제고 물건너 가 총선만 생각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사고를 쳤다. 역대 정부들이 추진해오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폐지하겠다며 기염(?)을 토한 것이다. 부동산을 가진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윤 대통령의 폭주는, 기실 조세정의의 근간을 허무는 폭거에 다름아니다. 조세정의가 없는 나라에 정의가 설 자리는 없다. 윤 대통령의 폭거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가 한국사회의 오래된 합의라는 사실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를 공언한 윤석열 대통..

시사, 상식 2024.03.20

이승만 되살리기의 반(反)역사성

이승만 되살리기의 반(反)역사성 역사적으로 사장(死藏)된 인물 다시 끄집어내서야 윤석열 정권의 극단적 역사퇴행성에 올라탄 이승만 되살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상시대를 맞아 ‘건국전쟁’이라는 영화를 통한 역사 되짚기의 경박한 움직임 또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여기에 편승하여 송현동에 이승만 찬양소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발 빠름 역시 개탄스럽다. 이에 이승만에 관한 역사적, 더 엄밀히는 민족사적 평가를 체계적으로 내릴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미 1995년 3월 에 “이승만에 대한 민족사적 평가”를 내린 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짧은 글에서는 축약적인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이승만의 생애는 조선조 말 일제의 조선침략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남한 단독정부 수립..

시사, 상식 2024.03.20

역사전쟁, 홍범도보다 더한 것이 온다

역사전쟁, 홍범도보다 더한 것이 온다 윤석열 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정희 정부에서 건국훈장이 수여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해군 잠수함에 ‘홍범도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렇게 공인된 독립운동가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소련공산당 행적을 운운하며 나라 지키는 육사에 적절한 흉상이 아니라고 폄훼했다. 60%가 넘는 반대 여론에도 끌어내겠다 결정했다. 도대체, 왜? 조선일보조차 한탄했다. “지금 홍범도 흉상 갖고 논란 벌일 때는 아니지 않은가.” 논란은 뜬금없지 않다. 뉴라이트에 장악된 윤석열 정부의 치밀한 역사전쟁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부 박민식 초대 장관은 같은 시기였던 지난해 7월, 일제 강점기 조선인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에서 장교..

시사, 상식 2024.03.20

뉼런드의 퇴장이 말하는 한국의 딜레마

뉼런드의 퇴장이 말하는 한국의 딜레마 지난 5일 발표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퇴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라는 두개의 전쟁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미국 대외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뉼런드는 그의 퇴임을 발표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말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전면적 침공과의 대결에서 필수불가결한” 작업을 이끈, 미 외교가에서 최고의 대러시아 강경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낳은 미-러 관계에서 뉼런드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대표적인 대러 강경파인 스트로브 탤벗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국무장관을 할 때 그의 비서실장으로 공직을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대외정책 요직을 수행했다. 러시아 등 경쟁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거칠고 적나라한 언사로 유명한 그는, 워싱턴에 여전한 네오..

시사, 상식 2024.03.19

2월 여조 광풍 소멸 후 조국당 태풍 왔다

2월 여조 광풍 소멸 후 조국당 태풍 왔다 경제 최악인 상황에서 윤석열 지지율이 승패 좌우 지난 번 칼럼은 데이터가 많았고 평소보다 길었다. 검찰독재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을 힘들게 했던 2월 여론조사의 실체를 분석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고 말았다. 오늘은 데이터 없이, 너무 길지 않게, 오랜만에 복고풍 문장으로 쓴다. 주제는 ‘2월 여론조사 광풍이 소멸한 후의 총선 기상도 변화’다. 선거 예측, 날씨 예보처럼 동역학(動力學) 써야 한다 선거 흐름을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려면, 정역학(靜力學, statics)이 아닌 동역학(dynamics)을 써야 한다. 날씨 예보를 하는 데 정역학인 건축학은 쓸모가 없다. 유체역학과 기상학이 필요하다. 총선 시기에는 후보 수천 명과 정당 수십 개가 동시에 움..

시사, 상식 2024.03.18

한국 반도체 주저 앉히려는 미국, 윤 대통령 정신 차려라

한국 반도체 주저 앉히려는 미국, 윤 대통령 정신 차려라 중국 수출 반도체 장비에 통제 요구...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에게 떨어진 과제 오늘은 지난 수업에서 배운 걸 복습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2023년에 가장 많은 장비를 판매한 곳은 대만이고, 2위가 중국이라고 했습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더 많은 장비를 원했고, 미국·일본·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가능한 한 많은 장비를 중국에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은 전년 대비 23.9%가 줄어서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3.2%포인트나 줄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 이게 대통령님의 탈중국 기조의 결과라고 봤습니다. ..

시사, 상식 2024.03.18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비리가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비리가 아니다 ‘법’ 하면 ‘처벌’만이 떠오를 때, 법은 감시와 억압의 도구가 된다. 누구라도 법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준수할 자신은 없을 것이므로 법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여,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고 지켜야 할 규칙이라고 법을 인식하면 많은 것이 바뀐다. 법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부터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법이 존중과 보호의 체계가 된다. 물론 현실적으론 동의한 적 없는 법을 따라야 하고, 현실과 괴리가 발생해 부당해진 법을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더디고, 꼭 필요한 법을 쉽게 만들지도 못하고, 구시대의 편견과 오류를 그대로 담은 법이 누군가의 존엄을 해하기도 한다. 법의 이상을 공..

시사, 상식 2024.03.18

비핵화의 단계론과 병행론

비핵화의 단계론과 병행론 * 미라 랩후퍼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오른쪽)이 지난 4일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소장과의 대담에서, 북한과 비핵화 중간 단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누리집 갈무리 조 바이든 정부의 북한 비핵화 단계론을 환영한다.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에 앞서 중간 조치의 검토는 외교의 시간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너무 멀어져서 이제는 잊어버렸던 협상의 말을 들으니 반갑고, 군사적 긴장으로 사라졌던 외교의 말이 들려 다행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국 내부적으로 비핵화 단계론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수준으로 외교의 시간을 열기는 턱도 없다. 단계를 부정하고 한번에 비핵화를 달성해..

시사, 상식 2024.03.18

투표의 추억

[ 안병욱 칼럼 ] 투표의 추억 어처구니없게도 손바닥 부적 王(왕) 자가 실제 상황이 돼버렸다. 선거제의 이율배반 틈새에서 이뤄진 황당한 일이다. 그로 인해 전대미문의 국정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이번 4월 총선으로 파탄을 향해 치닫는 윤석열 정권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견뎌왔다. 사회는 선거를 통해 단락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내 낙관적이었던 기대치는 민주당 후견 팬덤의 광풍에 휩쓸려버렸다. 개인적으로 역대 선거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기억들이 있다. 첫 기억은 초등학생 때, 그러니까 1960년 이승만이 3·15 부정선거를 획책할 때의 한 장면이다. 3·15 선거 며칠 전인 3월 초순 어느 날 면서기와 순경이 동네 사람들을 모두 모아 투표 연습을 시켰다. 날씨가 쌀쌀했던 터라 동..

시사, 상식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