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6029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 미스’와 역사의 무거움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 미스’와 역사의 무거움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가는 구한말-대한제국 역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이 시기를 되짚어보며 거듭거듭 깨닫는 것은 사소해 보이는 우리의 ‘판단 미스’가 복잡한 연쇄 작용을 일으키며 국가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1881~1882년 고종-민씨 정권이 구식 군대에 제대로 봉급을 지급했다면, 1894년 봄 동학 농민군 진압에 실패한 고종이 청에 원병을 요청하는 대신 정치적 타협을 택했더라면, 1898년 독립협회가 주도했던 ‘입헌군주제’ 개혁이 조금씩 시행됐더라면, 우린 35년에 걸친 치욕스러운 일제 식민지배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서러운 분단의 고통에 시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후 한세기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라는 여..

시사, 상식 2024.02.13

"총선 공작용 사면…뒷골목 양아치들 같아"

"총선 공작용 사면…뒷골목 양아치들 같아" 촛불행동 "이명박근혜 세력 지지 얻으려 매표 사면" 세월호 유족, 불법 사찰 기무사 간부들 포함에 분노 민변 "반헌법적 권한 남용…대통령 법적 책임 져야" 언론노조 "마음 놓고 언론 장악하라는 조폭적 행태" 이재명 "약속 사면 처음 들어…제2 김태우 만드나" 국힘은 "민생경제·국민통합 위한 대통령 의지" 찬양 윤석열 대통령이 7일자로 특별사면을 강행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군 댓글 공작'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반국가적 비리 인사들 다수에게 면죄부를 남발하자, 시민사회 각계의 반발이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촛불행동은 성명에서 "법치는 간데없고, 총선 공작만 난무하는 작태"라며 "총선을 앞둔 대규모 ..

시사, 상식 2024.02.08

툭하면 ‘불공정’ 딱지, 방심위는 공정한가

툭하면 ‘불공정’ 딱지, 방심위는 공정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일컬어 흔히 ‘민간 독립기구’라고 한다. ‘합의제 기구’라고도 한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 말들이 허울일 뿐이라는 것을. 8일로 출범 5개월째를 맞는 ‘류희림 방심위’ 체제는 똑똑히 보여줬다. 방심위가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국가검열기구’로 전락했으며, 위원장이 소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채 사실상 ‘언론 사정기관’의 수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심위는 2008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해 초 제정된 방통위 설치법 발의안에는 ‘방송·통신의 내용 심의 기능은 방통위로부터 분리해 민간 독립기구로 설치할 필요성이 제기됨’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대통령 소속 행정기관..

시사, 상식 2024.02.08

이재명의 고육지책…준연동제·민주개혁대연합

이재명의 고육지책…준연동제·민주개혁대연합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 찾겠다" 선언 "칼든 상대,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어" "위성정당 창당하게 된 점은 깊이 사과"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 이해 바라" [기사 보강 : 오후 4시 34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해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기 않고 현행 준연동 비례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합형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시사, 상식 2024.02.06

허덕이는 국정 지지율 “문제는 경제야!”

허덕이는 국정 지지율 “문제는 경제야!”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35:60에 고착된 여론지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최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어떤 비평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년 반 넘게 고착되어 있다. 추세가 바뀐 적이 없다. 특정 여론조사 회사의 특정 시점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 비율이 40%를 넘기거나 30% 아래로 떨어진 사례는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모든 여론조사의 긍정·부정 평가 비율을 월별로 합산하면, 시계열 그래프는 각각 35%와 60% 수준에서 평행선을 그었다. 이 작업을 꾸준히 해온 데이터 전문기자를 나는 안다. 굳이 덧셈하느라 시간 쓰지 말고 그냥 믿..

시사, 상식 2024.02.05

민족주의의 종언

민족주의의 종언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남과 북이라고,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은 말했다. 그런데 올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했다. 인식의 전환은 남북 관계 악화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실 민족주의적 접근은 오래전에 이미 끝났다. 황혼의 남은 한줌 빛이 이제 꺼졌을 뿐이다. 북한의 민족 개념은 두개다. 하나는 통일 담론으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의 ‘민족 대단결’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의 ‘우리 민족끼리’, 2018년 정상회담의 ‘하나의 민족’까지 이어졌다. 다른 하나는 ‘한민족’이 아니라 ‘북한 민족’이다. 김정일 ..

시사, 상식 2024.02.05

방송에 편파를 허하라

방송에 편파를 허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그야말로 막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말 류희림 방심위원장 가족과 지인들이 특정 방송 관련 민원을 대거 넣었다는 이른바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류 위원장 사퇴 여론이 불거졌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방심위 내부와 언론계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전체의 절반 넘는 방심위 직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류희림 청부민원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오히려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고발장을 받아든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심위 민원상담팀과 운영지원팀을 압수수색했다. 물론 류 위원장 청부민원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앞서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언론계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시사, 상식 2024.01.31

민주당, 병립형 선거제 퇴행으론 검찰정권 심판 못한다

민주당, 병립형 선거제 퇴행으론 검찰정권 심판 못한다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에게 의외의 우군은 민주당이다. 선거제도를 놓고 ‘병립 회귀론’이 다시 야당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총선이 “여유 부리며 의석 나눠 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라고 강변하며, 병립형(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 회귀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선거제 변경의 열쇠는 민주당 지도부가 쥐고 있다. 회귀든 유지든 선거제를 통해 도출되는 결과에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현재 거론하는 3대 권역별 병립형 개악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며, 민주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근거는 다섯 가지다. 첫째,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병립형 회귀는 현행 준연동형(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

시사, 상식 2024.01.30

‘감세의 낙수효과’는 이미 깨진 신화다

‘감세의 낙수효과’는 이미 깨진 신화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데이비드 호프와 줄리언 림버그 교수는, 2022년 1월 ‘소시오이코노믹 리뷰’에 ‘주요 부자 감세의 경제적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18개 나라가 50년(1965~2015) 동안 부유층의 세금을 줄여준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결론은 이렇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등 보수파 정부가 줄기차게 외친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s)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금을 줄여줘도 그 혜택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현상’은 없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대로 상위 1% 부자들이 국민소득에서 가져가는 몫이 늘어나는 등 불평등은 심해졌다. 이 논문은 토마 피케티..

시사, 상식 2024.01.30

‘정권 보위용’ 정치심의 남발 방심위, 존재 이유 있나

‘정권 보위용’ 정치심의 남발 방심위, 존재 이유 있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취임 이후 방송사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제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모호한 규정 탓에 남용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온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 조항을 적용한 심의 비율이, 류 위원장 체제에서 압도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심의 권력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옥죄는 데 악용해온 방심위의 ‘정치 심의’ 행태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정권 보위를 위한 언론 검열 기구로 전락한 방심위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한겨레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방심위의 ‘1∼5기 보도·교양 프로그램 법정제재 현황’(2008~2023년)에 대한 분석 결과를 29일치에 보도했다. 내용을 보..

시사, 상식 2024.01.30

[전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인터뷰 : 한반도 위기, 진단과 해법

[전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인터뷰 : 한반도 위기, 진단과 해법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전쟁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이러다가 전쟁 터지는 것 아닌가’라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남북한 지도자들은 ‘치킨 게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하지도 않겠다”는 식의 말폭탄과 무력시위를 주고받고 있다. 한편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 관계 및 미중관계, 그리고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거대한 럭비공’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

시사, 상식 2024.01.29

근거 없는 ‘썰’에 휘둘린 세제 개악

근거 없는 ‘썰’에 휘둘린 세제 개악 윤석열 대통령이 연말과 연초 쉴 새 없이 우리나라 세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주주의 연말 매도 폭탄을 막아 증시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1월2일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국민 자산 형성이 그 명분이다. 이어 17일에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개최한 4차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상속세 완화 뜻을 내비쳤다. 증시 변동성 감소, 국민의 자산 형성 기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사, 상식 2024.01.29

누가 대통령 귀에 ‘엉터리 경제이론’을 속삭이는가

누가 대통령 귀에 ‘엉터리 경제이론’을 속삭이는가 “장관님들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이 (반도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셔서.” 지난 15일 열린 이른바 ‘민생토론회’ 세번째 시간에 첫 토론자로 나선 이우경 에이에스엠엘(ASML)코리아 사장이 한 말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저도 전문가이긴 합니다만, 입시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께) 제가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2023년 6월19일 당정협의)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토론회 서두에 16분에 걸쳐 한 발언으로 미루어보면 뿌듯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윤 대통령은 어떤 일이든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갖고 추진한다. 문제는 엉터리일 때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경제 관련 사..

시사, 상식 2024.01.29

꾼 같은 범인, 감추는 경찰, 입 닫은 언론이 가리키는 것

꾼 같은 범인, 감추는 경찰, 입 닫은 언론이 가리키는 것 [김태형 칼럼] 내가 본 이재명 암살 미수사건 새해 벽두에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암살하려다 실패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극우세력과 언론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를 피습사건으로, 범인을 습격범으로 지칭했다. 심지어 상당수 언론은 범인을 습격을 당한 범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피습범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런 명칭들은 이번 사건을 유력 정치인을 암살하려고 한 사건이 아닌, 단순한 증오범죄나 우발적 범행으로 왜곡하려는 시도이다. 암살미수 사건을 피습사건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암살미수는 해방정국에서 발생했던 김구나 여운형 선생에 대한 암살과 맥을 같이하는 정치인 암살(미수)사건이다. 어떤 이들은 범인이 복면을 쓰고 공격한 ..

시사, 상식 2024.01.22

전쟁할 결심, 대화할 결심

전쟁할 결심, 대화할 결심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 얼마 전 만난 한 선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게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호기심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였다. 올해 퇴직하는 선배는 귀농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가 농사지을 곳은 접경지역이라 서울보다 북한이 훨씬 가깝다. 요즘 북한이 전쟁을 입에 올리면서 그의 귀농 계획도 흔들리고 있었다. 새해 들어 전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력한 보복 의지를 보여줘 전쟁 자체를 막겠다는 데 초점을 둔 ‘응징적 억제’ 메시지다. 국가 위기관리의 중점을 응징적 억제에 둘 경우 도발 예방 효과는 높지만..

시사, 상식 202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