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 40

안산·세월호·노동운동을 보는 심상치 않은 시선

안산·세월호·노동운동을 보는 심상치 않은 시선 * 2012년 7월 31일 경기 안산 단원구 반월공단 안 에스제이엠(SJM) 정문에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철문을 잠근 채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안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9년 경기도 안산에서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 공개 특강을 했는데, 며칠 전 어떤 이가 새삼스레 당시 해묵은 홍보 포스터와 보수언론의 사설을 엮어 인터넷에 내가 볼 수 있도록 올렸다. 사설을 훑어보니 2018년 안산지역 한 시민단체가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지원받은 사업비를 불온한 활동에 썼다는 내용이다. 사설에서는 그런 일을 한 사람들을 “천벌을 받을 사람들이다”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굳이 그 사설과 내 강연 포스터를 엮어서 내가 볼 수 있도록 올..

시사, 상식 2023.04.19

검수완박 심판의 의미 “검사는 헌법기관이라 우기지 마라”

검수완박 심판의 의미 “검사는 헌법기관이라 우기지 마라” 수사권 조정 논쟁이 결국 헌법재판소(헌재)까지 갔다 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법무부장관과 6인 검사가 이른바 ‘검수완박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 검사의 헌법상 수사권·소추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국가기관과 자치단체 간 등의 권한 다툼을 헌재가 해결하는 제도다. 수사권 조정의 연장인 검수완박은 ‘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을 뜻하나, 실제로는 완박을 향해 진행 중인 개념이다. 아직도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나 경찰의 송치사건에 대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사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등장으로 시련을 맞았다. 법무부가 검사 ..

노동정책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때

노동정책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때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에서 주인공 리키는 택배노동자로 숨 가쁘게 살아간다. 스마트 단말기를 통해 배달 동선을 분 단위로 감시당하며, 소변을 빈 음료통에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시간에 쫓긴다. 하지만 법적으론 자기 차로 배달을 대행하는 개인사업자여서, 노동자로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정해진 업무량을 못 채우면 가차 없이 벌금이 부과되기에, 말썽을 부린 아들의 학부모 상담에도 가지 못한다. 아들은 어쩌면 피할 수 있었을 정학 처분을 받는다. 어느 날 리키는 배달 물품을 노린 불량배들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다. 그런데 망가진 스마트 단말기 대금과 결근 벌금 등을 내야 한다는 얘길 듣곤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한다. 다음날 새벽 가족은 멍투성이로 일하러 나가는 그를 말리며 절..

시사, 상식 2023.04.18

중-러 관계와 에너지 지정학

중-러 관계와 에너지 지정학 중-러 관계는 ‘동맹으로의 진화’인가, 아니면 ‘불편한 결혼’인가? 지난 3월 중-러 정상회담으로 10년 동안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를 10번 방문했고, 푸틴 대통령과 양자·다자 회담을 포함, 40번 만났다.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언론은 ‘세상을 바꾼 일주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때 미국은 냉전 시대를 관리하기 위해 미·중·소 삼각관계를 활용했다. 지금 중국 역시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미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앞으로 펼쳐질 강대국 외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세월 가깝고도 먼 이웃이었다. 러시아는 중국이 세번 동맹을 맺은 유일한 나라다. 물론 동맹의 약속은 세번 모두 파기되었다. 1896년 6월 청나라 말기의 ..

시사, 상식 2023.04.17

‘검사스러운’ 굴욕 외교

‘검사스러운’ 굴욕 외교 “제3조 ①누구든지 이 법(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중략)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수사기관이든 정보기관이든 법원의 영장 없이 도·감청을 해서는 안 된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대 범죄다.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서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이 도청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문서에는 전자장비로 수집된 정보를 뜻하는 ‘SI’ 코드가 명기돼 있다. 도청 의혹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도청을 시인한 셈이다. 외국인이나 기관이 자국 영토 안에서 자..

시사, 상식 2023.04.17

한국 수출 1위국,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이동

한국 수출 1위국,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이동 한국수출, ‘구도 대전환’ 이미 깊숙히 진행중 미국 비중 20년 전 회귀해 커지고 중국은 줄어 한국 경제의 엔진 구실을 해온 수출 전선에 구조적인 도전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누적은, 경기 하강이나 특정 품목의 부진 차원을 넘어, 수년간 이어져온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본격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뚜렷해진 공급망 변화, 세계 경제의 블록화 현상 등이 한국의 수출 전선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차지해온 한국 수출 시장 1위 자리가 미국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런 구조적 흐름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수출..

반도체 탓만 할 수 없는 ‘추락’…세계수출 한국비중 3.2%→2.8%

반도체 탓만 할 수 없는 ‘추락’…세계수출 한국비중 3.2%→2.8% 2008년 이후 최저 최근의 수출 감소세 지속에 반도체경기 사이클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반도체 품목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주력품목에서도 한국 수출에 추세적이고 구조적인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수출지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전년동기대비 -44.5%)이 한국 총수출 감소(전년동기대비 -16.6%)에 미친 영향은 52.4%에 이른다. 하지만 2022년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수출액 상위 50개 품목 중에 반도체를 빼도 다른 36개 품목에서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가 무역통계데이터에서 우리의 세계수출 상위품목 중에서 일반차량(지난해 2위), 플라스틱제품(5위), 철강(6위), 철강제품(11위..

박정희는 미국 도청에 ‘관제 데모’로 항의했다

박정희는 미국 도청에 ‘관제 데모’로 항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현지시각) 미국 방문에서 한국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에 대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고는, 곧 한국에서 사생활 보호법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의 집이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많은 경우 관음증 때문이다. 관음증이란 자신의 만족감이기에 상대에 대한 ‘악의’는 아니다. 미국이 우리를 도·감청한 것은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기에 우리에 대한 ‘악의’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그는 생각하는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의 실세인 김 차장이 미국의 도·감청을 별일 아니라고 넘기는데, 한국의 사생활 보호법도 그에 맞춰서 바꿔야 할 것이다. 이런 그의 인식은 윤석열..

시사, 상식 2023.04.13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올바른 눈 - 절대선악은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올바른 눈 - 절대선악은 없다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써야되나 말아야되나....참 오랫동안 고민했다. (게시를 결심한 이 순간, 대부분의 작성된 글들을 임시저장하고 몇 주를 보낸 상태이다.) ​ 대한민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그 나라와 역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 가졌던 생각, 그리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가 겪는 경제적 충격(환율, 인플레이션) 등을 지켜보면서 이 사태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사태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고, 이 사태는 국제질서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은 의 파워게임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나는 의 입장이다. 두 세..

시사, 상식 2023.04.12

‘시험 공화국’의 짙은 그늘

‘시험 공화국’의 짙은 그늘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우리는 대개 ‘선진국’이라는 용어를 구미권 국가들에 사용하곤 하지만, 사실 산업혁명 이전 세계에서는 동아시아야말로 선진권이었다. 종이나 금속활자, 화약, 그리고 로켓과 지폐 등 주요 발명품들을 독점했던 것부터 그 선진성의 한 측면이었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선진성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나라에서 기원전 134년부터 시작되고, 신라가 788년에 독서삼품과의 형태로 수용한 시험을 통한 공무원 등용 제도는, 그 당시 세계의 어느 다른 지역에서도 시행되지 않았다. 유라시아의 다른 제국인 비잔티움이나 아랍 칼리파국, 아니면 사산왕조 등에서 공무원 등용은 주로 집안의 신분이나 인맥으로 이뤄졌지만, 동아시아는 일찌감치 보다 객관적인 등용·고과 기준을 도입했다. 그에..

시사, 상식 2023.04.12

‘결단’ 포장 굴욕 대일외교, 그나마 ‘담화 계승’도 빠졌다

‘결단’ 포장 굴욕 대일외교, 그나마 ‘담화 계승’도 빠졌다 일본 정부가 공식 외교문서에 한국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안은 기술하면서, 일본의 ‘역대 내각 역사 인식 계승'은 아예 빼버렸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담화 계승’ 언급이 ‘사죄와 반성’의 뜻이라며 의미를 부여해왔는데, 일본 정부는 그 형식적 언급마저 지워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을 “결단”으로 포장해왔지만, ‘굴욕 외교’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11일 내놓은 ‘2023 외교청서’에는, 한-일 관계 쟁점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부분이 새로 추가됐다. “3월6일 한국 정부는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 표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제3자 변제’ 방안)을..

시사, 상식 2023.04.12

미국 CIA가 확인시켜준 ‘윤석열 리스크’

미국 CIA가 확인시켜준 ‘윤석열 리스크’ 현실은 첩보영화보다 더 냉혹하고 극적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한국 외교안보 최고위 당국자들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도청해 미 국방부에 보고했다. 누군가 이 기밀문서를 몰래 찍은 사진 파일을 온라인에 퍼뜨렸고, 전세계가 한국 국가안보실의 대화를 생생하게 ‘엿듣게’ 되었다. 3월 초, 이문희 당시 외교비서관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미국에 제공하는 포탄이 우크라이나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이 문제를 압박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한 것으로 문서에 등장한다고 등은 보도했다. 이들은 왜 한미 정상통화를 걱정했을까. 윤 대통령이 ‘우크..

시사, 상식 2023.04.12

위협받는 달러 패권, 새로운 통화질서 앞당겨지나

위안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대체할 수 있을까?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신뢰도와 유동성 저하로 당분간 불가능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로이터=연합뉴스 달러화는 2차세계대전이 종료하면서 공식적인 글로벌기축통화가 되었다. 전후 세계 금융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달러화를 표준으로 해 환율을 정하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달러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금과 일정 비율로 교환할 의무가 부과됐다. 그런데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로 더 이상 달러를 금과 교환해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포기를 선언했다. 그 의미는 컸다. 이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 보유량에 상관없이 달러를 맘껏 찍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법정화폐(..

시사, 상식 2023.04.10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할 때 설득의 의도를 미리 알려야 하는가? 이는 이 분야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오랜 쟁점이었다. 찬반양론이 존재하기에 정답은 없는 셈이지만, (2023)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저자인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의도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정치적 음모론을 믿는 아버지와 논쟁을 벌일 때 이런 접근법을 활용했다. 우리는 사실을 두고 오랫동안 입씨름했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봤다. 나는 왜 아버지의 생각을 바꾸고 싶은 걸까? 나는 아버지에게 ‘저는 아버지를 사랑해요. 그래서 아버지가 잘못된 정보에 속는 게 너무 속상해요’라고 말했고, 우리..

시사, 상식 2023.04.10

우장춘 기념관 방문 사진

우장춘 기념관 방문 사진(2023. 4. 9) 얼마 전에 부산에 우장춘 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언젠가 찾아보려니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마침 시간을 내어 집사람과 함께 방문했다. 밖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안으로 들어가니 근무하시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셜명도 친절하게 상세히 해주셨다. 우리가나올 무렵에는 초등학생들도 단체로 방문을 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아마 울산에서 온 듯 하였다(밖에 주차한 버스가 울산차로 미루어 추측) 전시관이 크지는 않지만 전시실이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고, 2층에서는 동영상도 볼 수 있게 하였다. 우장춘은 일본 뿐만 이니라 세계적인 육종학자였지만, 그의 아버지 우범선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가담한 조선군 대대장이었고, 사변 후 조선의 부인을 놔두고 ..

답사 사진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