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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는 말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고명섭의 카이로스 날뛰는 말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에 등장하는 두 말이 끄는 마차. 마부는 이성을, 백마는 기개를, 흑마는 욕망을 상징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선조가 등극하고 2년째 되던 1568년, 퇴계 이황(1501~1570)이 열일곱 살 왕에게 책 한 권을 지어 올렸다. 조선 성리학의 독창성이 깃든 ‘성학십도’다. 이 책의 서문에서 퇴계는 절실한 마음을 담아 왕에게 주는 고언을 적었다. “군주의 마음은 만 가지 결정이 나오고 백 가지 책임이 모이는 곳이어서 사방의 온갖 욕구들이 다투어 치받고 온갖 사악이 번갈아 침투하니, 한번 태만하여 소홀하고 거기에 방종이 겹치게 되면, 산이 무너지듯 바다가 들끓듯 할 것이니 누가 막아줄 수 있겠습니까?” 퇴계는 옛 군주들의 실패..

시사, 상식 2024.03.27

한국 강경 우파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 강경 우파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요즘 독일과 프랑스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독일의 사민당은 1863년에 창립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고, 1969년에 집권하고 난 뒤 동방 정책을 펴 냉전 종식에 큰 역할을 했던 바로 그 정당이다. 그러나 찬란한 과거를 지닌 이 사민당의 현재 지지율은 약 15~16%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19~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의 경우, 극우인 국민연합의 현재 지지율(29%)은,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사회당(10%)과 공산당(3%)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무려 두 배나 높다. 극우들이 이 두 나라에서 이 정도로 좌파를 누른 것은 전후의 역사에서 최..

시사, 상식 2024.03.27

국정원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총선 앞 정치공작”

국정원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총선 앞 정치공작” 국정원 조사관, 사찰하다가 대학생들에게 붙잡혀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단 '사찰팀' 카카오톡방에 민주당 당직자, 시민단체, 노동자, 농민 사찰 정황 화장실 갔다온 사진까지…광범위한 민간인 사찰 * 국정원 요원들이 카톡방에서 주고 받은 민간인 사찰 내용.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가 화장실을 갔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까지 공유했다. 정권 비판 인사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것으로 보인다. 2024.3.23. 촛불행동 제공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광범위한 민간인 불법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 국정원법이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올해부터 경찰로 완전히 넘어갔다. 불법 사찰 행위가 확..

통일이 평화보다 자유를 앞세울 때

통일이 평화보다 자유를 앞세울 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는 김정은의 이른바 ‘전략적 전쟁 결정론’과 ‘두 개 국가론’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전자의 경우,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가능성은 있지만, 북이 ‘계획에 의한 대규모 전쟁’을 감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견해가 모이고 있다. 그러나 후자에 대해서는 공세적 전술적 대응론과 수세적 구조적 전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필자는 평양의 최근 행보를 구조적 전환으로 본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통일정책은 두 축으로 이루어져왔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지방정부, 두 개의 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연방제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시사, 상식 2024.03.25

‘영장 밖 자료’ 보관이 합법이라는 검찰의 위헌적 주장

‘영장 밖 자료’ 보관이 합법이라는 검찰의 위헌적 주장 *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검증 기사를 보도한 이 대표를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휴대전화 디지털 자료까지 통째로 보관해오다 발각됐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검찰청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서버에 저장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의 다툼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하며 합법적인 행위라는 위헌적인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버젓이 해온 것으로도 모자라, 아전인수 논리로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대검은 한겨레가 ‘언론인 압수물 무차별 수집’을 보도한 지 이틀이 지난 23일에야 보도참고자료를..

윤 대통령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짜다

윤 대통령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짜다 정권 안보 위한 허울일 뿐…사상의 자유 억압 윤석열 대통령은 틈만 나면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국의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명분 삼아 반대 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해왔다. 자유민주주의가 극우사대주의 세력의 정권 안보를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核) 인류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중세 시대 말기에 등장했다. 당시 기본 생산수단이었던 토지를 독점하고 있던 봉건 국가의 지배층인 왕족과 귀족은, 절대왕정 체제에 기초해 민중을 지배, 착취하고 그들의 반항을 억눌렀다. 그들은 중세 시대 말기에 등장한 신흥 자본가계급– 주로 도시에 거..

시사, 상식 2024.03.24

‘이종섭 대사 사건’ 위 어른거리는 워터게이트 그림자

‘이종섭 대사 사건’ 위 어른거리는 워터게이트 그림자 수사방해와 거짓말은 대통령도 쫒겨난다는 교훈 없는 한국 언론 환경은 큰 차이 ‘이종섭 호주대사 사건’이 점차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아넣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17일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가 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캐내려고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에 있는 민주당 후보 사무실 도청을 시도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사무실에 무언가를 훔치러 들어간 범인들이 경비원에 붙잡힌 단순 절도 사건인 듯했습니다. 그러나 범인들의 인적 사항을 보고 수상하게 여긴 의 새내기 기자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의 취재를 통해, 이 사건은 닉슨 진영이 조직적으로 계획해 실행한 정치 사건이라는 게 드러납..

정부는 괜찮다지만…부동산PF 시한폭탄 ‘째깍째깍’

정부는 괜찮다지만…부동산PF 시한폭탄 ‘째깍째깍’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연체율 급등 PF 대출 잔액도 3개월 새 1.4조 증가 위험 커지는데도 당국은 위기설 일축 “총선 후 숨겨진 PF 부실 드러날 수도 ” “4월 위기설은 과장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열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총선 이후 부동산 PF발 위기설을 일축했다. 4월에 PF 정상화 계획이 공표되고 5월 이후 문제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연착륙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총선 이후 부동산 PF가 터진다는 건 큰 오해”라고 주장했다. 현재 상당수 사업장을 정리하는 중이고 이는 총선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

'채 상병' 기록 경찰 이첩·회수일, 해병대사-대통령실 수차례 통화

'채 상병' 기록 경찰 이첩·회수일, 해병대사-대통령실 수차례 통화 [박정훈 대령 3차 공판]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 여부 놓고 공방 지난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조사한 해병대수사단이 경찰로 이첩했던 관련기록을 국방부가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해병대 지휘부 사이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가 있었던 사실이 재판 자료를 통해 21일 드러났다. 군형법 상 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3차 공판이 열린 서울 용산 중앙군사법원 법정에서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해병대 지휘부의 통화 기록 일부가 공개됐다. 김 사령관의 통화 기록은 이미 지난 2월 1일 열렸던 2차 공판에서 공개됐지만, 당시 기록에는 통화 상대편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았다. 재판부에 재출된 ..

방심위 '입틀막' 제재 줄패소…류희림 책임 물어야

방심위 '입틀막' 제재 줄패소…류희림 책임 물어야 MBC·JTBC에 대한 과징금 결정에 법원 '집행정지' KBS·YTN도 같은 판결 예상…MBC 4건 모두 '인용' 합의제 무시·민원사주 등 위법·권한남용도 심판해야 ‘민원 사주’라는 상상초월 수법을 이용해, 정부 비판보도를 한 방송사를 제재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류희림 방심위의 ‘입틀막’ 방송사 제재가, 위법적이며 무리한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 PD저널, 한국일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 18일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4,500만원) 부과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MBC의 주장을 받아들여 방심위가 내린 법정제재(과징금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는 ..

외국에서도 우려... 윤석열 정부 황당 장면 10가지

외국에서도 우려... 윤석열 정부 황당 장면 10가지 국제보고서엔 "독재화 진행"... 불과 2년만에 끝없이 추락한 언론 자유 ▲ 2019년 7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앞마당에서 열린 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제막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언론계에서 매우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인 광화문 프레스센터 입구에는 '굽히지 않는 펜'이란 조형물이 있다. 지난 2019년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단체와 120여 언론시민단체 등이 함께 마련하였으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지난 세월 언론자유를 위해 희생한 많은 이들의 뜻에 경의를 표하려는 상징물이다. 조형물 앞에서 즉물적으로 느껴지는 "부러질지언정 ..

시사, 상식 2024.03.21

‘입틀막’ 방송심의, 아무 말 대잔치

방심위, 책임지지 않는 권력 * 지난해 11월13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방송 장면. 문화방송 유튜브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규제를 하는 기관이다. 방송 내용을 규제한다는 것은 자칫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래서 최소 규제가 원칙이다. 방심위는 위원장과 심의위원 중심 체제이다. 그들의 임기는 3년이다. 임기제이기 때문에 심의·제재와 관련해 책임질 일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방심위가 법정 제재를 가한 몇몇 사안들이 법원에서 제재 취소 결정을 받았지만, 당시 제재를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물론 방심위의 심의 결과와 법원의 결정이 늘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법정 최고 수위의 제재를 받은 사안에 대해 법원..

시사, 상식 2024.03.21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 수정구 후보, '대선 허위폭로' 피고인 신분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 수정구 후보, '대선 허위폭로' 피고인 신분 이번 22대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장영하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인 사실이 확인됐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당선돼도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장 후보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① 이재명에게 20억 전달?... 박철민 폭로 검증 (2021.11.25) ② '이재명 뇌물 증거 편지' 조작 정황 확인 (2021.12.27) 선거 제도 훼손한 조폭 박철민의 '거짓 폭로' 2021년 10월 18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 성남 조직폭력배 출신 박철민이 '조폭 출신..

“공시가 현실화 폐지”…조세정의 근간 허무는 윤 대통령

“공시가 현실화 폐지”…조세정의 근간 허무는 윤 대통령 총선만 생각하느라 오래된 사회적 합의 파기 공시가격, 건보료 등 67개 행정·복지제도 기준 87년 민주화 이후 진보·보수 정부 모두 추진해 기존 공시가격 제도의 형평성 제고 물건너 가 총선만 생각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사고를 쳤다. 역대 정부들이 추진해오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폐지하겠다며 기염(?)을 토한 것이다. 부동산을 가진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윤 대통령의 폭주는, 기실 조세정의의 근간을 허무는 폭거에 다름아니다. 조세정의가 없는 나라에 정의가 설 자리는 없다. 윤 대통령의 폭거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가 한국사회의 오래된 합의라는 사실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를 공언한 윤석열 대통..

시사, 상식 2024.03.20

이승만 되살리기의 반(反)역사성

이승만 되살리기의 반(反)역사성 역사적으로 사장(死藏)된 인물 다시 끄집어내서야 윤석열 정권의 극단적 역사퇴행성에 올라탄 이승만 되살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상시대를 맞아 ‘건국전쟁’이라는 영화를 통한 역사 되짚기의 경박한 움직임 또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여기에 편승하여 송현동에 이승만 찬양소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발 빠름 역시 개탄스럽다. 이에 이승만에 관한 역사적, 더 엄밀히는 민족사적 평가를 체계적으로 내릴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미 1995년 3월 에 “이승만에 대한 민족사적 평가”를 내린 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짧은 글에서는 축약적인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이승만의 생애는 조선조 말 일제의 조선침략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남한 단독정부 수립..

시사, 상식 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