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65

한덕수, 김진표 그리고 차별금지법

한덕수, 김진표 그리고 차별금지법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정부안으로 처음 발의될 때 38대 국무총리는 한덕수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치열한 2022년 48대 총리도 한덕수다. 15년 동안 세상은 돌고 돌아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차별금지법의 고단한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결자해지는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니다. 차별금지법을 앞장서 금지한 인물은 곧 국회의장이 될 운명이다. 5선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8년부터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끈질기게 저지해왔다. 2013년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을 때, 공동발의자 51명에는 문재인, 이낙연도 있었다. 법안이 발의되자 의원실마다 문자폭탄이 답지했다. 국가조찬기도회장을 지낸 김진표 의원은 차별금지법 저지를 소명으로..

시사, 상식 2022.06.15

우리가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있다면

우리가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있다면 *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대한 간략한 상상도. 죄수는 동굴을 벗어나고서야 세상의 진실을 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주저 제1부를 1883년 2월 번득이는 영감 속에 열흘 만에 썼다. 차라투스트라(자라투스트라) 이미지가 떠오른 순간을 니체는 뒷날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했다. “그다음 겨울 나는 제노바에서 멀지 않은 라팔로의 매력적이고 조용한 만에서 살았다. 나는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 겨울은 추웠고 비가 많이 내렸다. (…) 오전 오후의 이 두 산책길에서 제1부 전체가 떠올랐다. 특히 차라투스트라 자신이 하나의 유형으로 떠올랐다. 정확히는 차라투스트라가 나를 엄습했다.” 니체는 이렇게 썼지만 차라투스트라 이미지가 니체의 심중에..

시사, 상식 2022.06.15

교육은 상품(商品)인가 공공재(公共材)인가

교육은 상품(商品)인가 공공재(公共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첫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며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공급이 교육부의 첫 번째 임무다. 잠재성장력 제고를 위해선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교육부가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대통령이 평소 ‘자유’니 ‘시장경제’를 강조해 친자본주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통령에 취임한지 한 달도 채 안 돼 노골적으로 ‘교육상품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 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

누가 ‘통일을 만드는 공장’을 살해했나

누가 ‘통일을 만드는 공장’을 살해했나 [이제훈의 1991~2021] * 2016년 2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와 이튿날 북쪽의 ‘전면 폐쇄’ 맞대응에 떠밀려, 급히 개성공단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트럭 짐칸에서 물자들이 쏟아져 내린 모습을 관계자들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람 사는 세상의 일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필요한 게 정말 많다. 갈등과 혼란을 줄이려면 서로 지켜야 할 규칙도 부지기수다. 반세기 넘게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를 구축하며 따로 살아온 남과 북이 한데 어울려 부대끼며 일을 해야 하는 개성공단에선 오죽했을까.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100만평) 개발 착공 뒤 2016년 2월11일 전면 폐쇄 때까지 개성공단..

시사, 상식 2022.06.14

우크라이나 전쟁도 역사의 ‘잔인한 속임수’될까

우크라이나 전쟁도 역사의 ‘잔인한 속임수’될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50년 전 4차 중동전쟁과 닮은꼴이다. 1973년 10월6일 이집트와 시리아 등 아랍 연합국들이 이스라엘을 선공하며 발발한 4차 중동전쟁은 전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아랍 산유국들이 미국 등에 대해 석유 금수를 단행해, 석유값은 무려 4배나 급등했다. 이때부터 전세계는 극심한 물가오름세에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공황에 준하는 경기침체에 10년 동안 시달렸다. 오일쇼크는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아랍의 연대와 대의가 표면적 이유였으나, 근본 배경은 전후 선진국 자본주의 경제의 종언이었다. 2차대전 뒤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이뤄지던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이는 전후 재건이라는 ..

시사, 상식 2022.06.14

미국식 인사검증에 ‘한동훈 법무부’는 없다

미국식 인사검증에 ‘한동훈 법무부’는 없다 “설마 그 여성을 연방대법관에 지명하려는 건 아니겠죠. 그를 아는 사람은 (워싱턴 정가에) 아무도 없어요. 이건 미친 짓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법률고문 버니 누스바움의 거친 발언에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혔다. 집권 초기 바이런 화이트 대법관이 사임하자, 후임에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아는 남성 판사를 지명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연고주의 인사’라는 비판이 예상되자 이내 생각을 접었다. 다음 카드로 제이니 쇼어스 앨라배마주 대법관을 거론한 것인데, 그만 인사 참모에게 비토를 당한 것이다. 오래전에 읽은 을 새삼 뒤적인 건 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이다. “미국이 그렇게 합니다.” 인사검증을 ‘한동훈 법무부’에 맡기는 게 부적절하다..

시사, 상식 2022.06.13

조국, 가세연에 승소..."조 전 장관 일가에 5800만원 배상하라"

조국, 가세연에 승소..."조 전 장관 일가에 5800만원 배상하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송승우)는 조 전 장관과 두 자녀가 가세연과 출연진 강용석·김세의·김용호씨를 상대로 낸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0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조국에게 피고 김용호는 1천만원, 가세연·강용석·김세의는 김용호와 공동해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딸 조민씨에게는 가세연과 출연진이 함께 3천만원을 지급하고, 아들 조아무개씨에게는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부 유튜브 영상은 삭제하라고 덧붙였..

뉴스타파·셜록, 서울고검 상대 '기자단 소송' 승소

뉴스타파·셜록, 서울고검 상대 '기자단 소송' 승소 미디어오늘에 이어 '기자단 소송' 두 번째 승소... "언론 자유·알 권리 진보 기대" 언론사 뉴스타파와 셜록이 서울고등검찰청을 상대로 낸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2020년 12월 10일 및 18일 피고 서울고검이 원고 뉴스타파와 셜록에 한 기자실 사용 신청 및 출입증 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뉴스타파와 셜록은 2020년 12월 초 법조 기자단 소속 매체와 같이 서울중앙지검 내 기자실을 사용하고 출입증도 발급해달라는 신청서를 서울고검에 제출했으나 서울고검이 거부 취지로 답하자, 지난해 3월 이 거부를 취소해달라는..

외눈박이 언론

외눈박이 언론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내겠지만, 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부패없는 정권’이었다는 것을 잘 한 일의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솔직히 나는 어떤 정권이라도 경제성장, 소득분배, 안전, 복지, 문화창달, 외교, 국방 등 국정 과제에서의 능력과 성과 보다, 무슨 무슨 게이트 같은 권력형 부패가 없는 ‘청렴’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다. 어쩌면 부패하지 않은 정권이야말로 가장 잘 국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 말이 그 말일 수도 있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깨끗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언론의 활약 덕분이라고 믿는다. 언론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했기 때문에, 권력 주변의 인물들이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에 부패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기 때문..

천안함 재판 무죄확정된 신상철

천안함 재판 무죄확정된 신상철 “문재인,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신상철 진실의길 대표가 12년을 끌어 온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서 끝내 무죄를 받았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신상철 대표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 대표는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천안함 12년 재판이 끝났다는 점에 마음이 후련하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법리적 판결을 한 것에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곧바로 “저의 명예훼손 혐의가 최종 무죄가 된 것으로, 천안함 사건이 최종 종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사고의 진실, 즉 천안함 침몰사고..

천안함 관련 2022.06.10

빼앗긴 자유, 자유주의

빼앗긴 자유, 자유주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화려한 수사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무도 완수하지 않은 채 물러난 뒤, 윤석열 신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하면서 새 정권의 괄호를 열었다. 오랫동안 인신을 구속하려고 씨름했을 검사 출신이 자유의 기치를 높이 드는 역설적인 면을 보인 것이다. 그래서 이 땅의 자유는 반가웠을까? 굴곡진 현대사의 칼바람을 맞아 유린당하고 왜곡되고 버림받아온 이 땅의 자유는, 새 대통령의 입에서 자신이 거듭 호명되는 것에 반가웠을까? 약관 18살에 쓴 으로 아나키즘의 원조로 추앙받는 에티엔 드 라 보에티에 의하면, 자유는 “수많은 선 가운데 단 하나의 고결한 선”이다. 그래서 “이것을 잃어버리면 곳곳에 악이 창궐한다”..

시사, 상식 2022.06.10

지난해(2021년도)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돌파…3년 만에 증가

지난해(2021년도)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돌파…3년 만에 증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5373 달러 원·달러 환율 하락·인구감소 착시 효과 지난해 GDP 성장률 4.1%…11년래 최고 노동소득분배율 68.4%…역대 최대 GDP 디플레이터 2.5% 상승…6년래 최고 총저축률 36.3%…4년래 최고 2년간 뒷걸음질 했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지난해 3만5000 달러를 돌파하면서 3년 만에 증가 전환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속보치 보다 0.1%포인트 상향 된 4.1%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0년 국민계정(확정) 및 2021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달러 기준 3만5373 달러로 1년 전(3만2004 달..

최저임금 차등 적용한다는 윤석열 정부, 이 통계를 봐라

최저임금 차등 적용한다는 윤석열 정부, 이 통계를 봐라 [소셜 코리아] 큰 폭 인상 이후 오히려 고용 늘어… 1만 원은 사회적 합의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지 30년도 더 지났다. 도입 초기인 1990년대에는 최저임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사회적으로 별다른 관심도 끌지 못 했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제한적이고 그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축소, 분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 하다는 비판이 있을 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임금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임금 계층이 늘어나자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최저임금 수준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2000년 185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이 2022년 9160원으로 다섯 배 올랐고,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19..

시사, 상식 2022.06.09

‘이권 카르텔’ ‘권력 사유화’

검찰 독식 비판에 ‘전 정권’ 핑계 댄 윤 대통령 정부 요직에 측근 검사들을 대거 등용하는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인사 때)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또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번먼트 어토니(정부에서 일하는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했다. 사실을 호도할 뿐 아니라, 자신의 실책을 과거 정부에 덮어씌워 비판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논리다. 윤 대통령은 ‘도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문재인 정부에서 특정 단체 일색의 인사가 이뤄진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민변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 출신이 발탁됐다.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

시사, 상식 2022.06.09

국가의 품격과 ‘인혁당 빚고문’

국가의 품격과 ‘인혁당 빚고문’ 지급한 보상금이 많다며 끝까지 빼앗겠다고?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입지전적인 나라이다. ‘제2의 일본’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던 게 2002년 즈음이었는데, 해외 출장을 다녀보면 한국의 위상이 매년 달라지는 걸 실감한다. 한국 경제의 부상과 더불어 한국 문화, 케이(K)-콘텐츠의 힘 역시 최근 들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비티에스(BTS)가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 반대를 말하고, 칸영화제에선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문화 강국 이미지는 더욱 굳건해지는 추세다. 대한민국의 이런 오늘은 해와 달이 뜨고 지면서 저절로 찾아온 게 아니다. 유신독재와 그에 이은 군부독재 속에서도 끊임없는 민주화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