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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중독자의 오만을 제어하려면

권력중독자의 오만을 제어하려면 서양 근대사상의 문을 연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영혼과 육체, 정신과 물질의 분리, 곧 심신이원론을 처음 주창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형이상학적 원리이지만, 생각을 조금 밀고 가면 정치적 원리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분리는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분리를 내장한다. 데카르트의 원리는 데카르트 당대에 불쑥 솟아난 것이 아니다. 서양 역사의 오크통 속에서 긴 세월 동안 발효된 것이 데카르트 원리, 특히 이 원리의 정치적 성격이다. 데카르트 원리의 정치적 기원을 찾으려면, 5세기 말 교황 겔라시우스 1세가 동로마 황제 아나스타시우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아야 한다. 그 편지에서 겔라시우스 1세는 이 세상이 교황의 권..

시사, 상식 2022.09.07

정치의 사법화, 사회의 사법화

정치의 사법화, 사회의 사법화 첨예한 정치적 쟁점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 판단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개념이 ‘정치의 사법화’다.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 (…) 정치의 사법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최근 법원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비판 같지만, 아니다. 2020년 12월 법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직후 나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들이 추진하는 절차가 법원에 의해 막힐 때면 정치의 사법화를 언급한다. 법원의 견제가 반대 세력을 향했을 때는? ‘사법의 독립’이라 칭송한다.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20년이나 된 정치의 사법화 개념이 이처럼 도구적으로만 활용되다 보니 엄밀한 분석도..

시사, 상식 2022.09.07

윤석열 정부, 미국을 오판한 ‘치명적’ 친미 외교

윤석열 정부, 미국을 오판한 ‘치명적’ 친미 외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의 외교 정책을 총괄했다. 트럼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설리번이 한 일은 미국 외교와 중산층의 관계에 대한 심층 연구였다. 그가 민주당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2020년에 내놓은 82쪽짜리 보고서 는 그 결과물이다. 보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미국의) 중산층’이다. 값비싼 해외 군사 개입과 중국에 생산을 의존하는 방식의 세계화로 피해를 입은 미국 중산층을 되살려야만, 미국의 전세계 패권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설리번 등은 강조한다. 미국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 해외 투자 유치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외교적 영향력을 이용해 글로벌 공급망 규..

시사, 상식 2022.09.07

한·중 협력외교와 ‘동북아 탈냉전 청사진’ 9·19공동성명의 탄생

한·중 협력외교와 ‘동북아 탈냉전 청사진’ 9·19공동성명의 탄생 *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005년 9월19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팡페이위안(방비원)에서 6자회담 최초의 문서 합의이자 ‘동북아 탈냉전 청사진’으로 불린 9·19 공동성명 합의·채택에 성공한 뒤 환한 낯빛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 연합뉴스 4차 6자회담은, 3차 회담이 눈에 띄는 성과 없이 끝나고 13개월이 흐른 뒤에야 어렵사리 열렸다. 그사이 북한은 6자회담 참가 무기한 ..

시사, 상식 2022.09.06

‘국민의힘 코미디’의 본질, 충성 경쟁은 필패

‘국민의힘 코미디’의 본질, 충성 경쟁은 필패 * 지난 7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질문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암초 만난 ‘도로 권성동’ 비대위, 이런 코미디가 없다’. 8월30일치 사설 제목이다. 그런데 사설 내용은 웃기기보다는 집권여당의 한심한 수준에 대한 분노와 울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다. 이게 어떻게 코미디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정치가 늘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그렇게 심각하게 살다간 혈압이 치솟아 스스로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코미디로 이해하자는 무언의 배려가 담긴 사설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그렇게 보는 게 좋겠다. 나 역시 언제부턴가 정치를 그런 자세로 보기 시작했는데,..

시사, 상식 2022.09.05

'오징어 게임' 이유미 게스트상 등, 에미상 4개 부문 수상

'오징어 게임' 이유미 게스트상 등, 에미상 4개 부문 수상 비영어 드라마로 최초... 시각효과·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 석권 ▲ 이유미의 게스트상 수상을 발표하는 미 에미상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에미상 홈페이지 넷플릭스 드라마 이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에서 비영어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4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은 앞서 주제가상, 촬영상, 편집상, 프로덕션디자인상,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게스트상(단역상)..

교과서 논쟁 또 시작됐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가르쳐라 (상) 교과서 논쟁 또 시작됐다 ‘2022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이 30일 공개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대사 서술을 두고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보수진영에서 문재인 정부 때 뽑은 연구진이 개발한 시안의 일부 표현을 문제삼으며 이념 공세가 시작됐다. 조중동을 비롯한 찌라시 얼론과 수구세력들은 “새 교육과정 시안에는 1948년 8월15일이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쓰여있고, 자유민주주의, 남침이라는 표현이 빠져있다”는 이유로 “학계에서는 이대로 교육과정이 확정되면 학생들이 좌편향된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파업이 ‘웬만하면 불법’인 나라

파업이 ‘웬만하면 불법’인 나라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등 손해배상·가압류 당사자들이 지난 3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노동자의 삶 파괴하는 손해배상 금지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정욱씨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2009년 이후 하루하루가 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살고 있다”고도 했다.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 짓눌린 삶을 형벌에 비유한 것이다. 13년 전, 김씨를 포함한 쌍용차 노동자 67명은 사쪽과 경찰한테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불법’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 파업은 ‘웬만하면 불법’이다. 연..

시사, 상식 2022.09.05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녹취록 공개... 대통령 거짓말 드러났다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녹취록 공개... 대통령 거짓말 드러났다 https://youtu.be/-XB9b8hHJ6M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담당 직원 사이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에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시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은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계좌를 맡았던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격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 이후에도, 이 씨에게 자신의 다른 계좌에서 주문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줬다는 사실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김건희..

50년 전 간첩으로 몰린 납북어부의 눈물[국가폭력 224건, 그 후]

50년 전 간첩으로 몰린 납북어부의 눈물[국가폭력 224건, 그 후] 대법원 서랍 속 국가폭력의 기록 224건 추적, 그 후 * 신평옥씨 부부는 50년 전 일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지만,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 풀린 듯 한 표정을 지었다. | 전현진 기자 여수 화정면 적금리. 여수엑스포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섬마을이다. 몇 해 전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생겼다. 지난 7월 28일, 한 노인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한적한 어촌 마을의 부둣가에 차를 세워 걸음을 옮겼다. 얕은 언덕 위 빨간 지붕의 시골집 입구에 살구나무가 그늘을 드리웠다. 마당엔 깨와 고추가 널렸다. 처마 밑에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세요? 신평옥 선생님 댁인가요?.” 인사를 건..

"임대차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 보수언론 주장은 '거짓'

"임대차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 보수언론 주장은 '거짓' [팩트체크] 빗나간 '8월 전세대란' 예측... 전문가들 "전셋값 변동은 금리 탓" 검증 결과 거짓! ▲ 주요 언론은 올해 초까지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되는 8월 전세대란을 경고했지만, 막상 8월이 되자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매물이 늘면서 오히려 '역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SBS 뉴스 8월 26일 보도 '8월 전세대란은 어디로?…세입자 찾기 '비상'' ⓒ SBS [검증대상] "임대차3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 보수언론 보도 - 8월 전세대란은 어디로? … 세입자 찾기 '비상'(SBS, 8월 26일) - 강남·서초 전셋값도 '억'씩 떨어졌다··· '전세대란'은 어디에?(경향신문, 8월 28일) 많은 언론이 경고했던 '8월 전세대란'은 없었다..

'김건희 일가' 수사 담당 경찰관도 취임식 초청

'김건희 일가' 수사 담당 경찰관도 취임식 초청... 민주당 "누구 지시냐?" '초청사유는 청룡봉사상 수상' 해명과 다른 상황도 확인돼... 취임식 초청명단 논란 확산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수사팀에 소속된 경찰관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돼 참석했다는 언론보도가 31일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공흥지구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해당 경찰관을 초청한 것 아니냐"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뉴스버스'는 이날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 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수사대 소속 A경위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및 참석 사실을 보도했다. A경위 측은 '뉴스버스'와 한 인터뷰에서 취임식 참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찰청·조선일보에서 매년 범죄 ..

수돗물도 낙동강 독성물질, 4대강 사업이 빚은 참사

수돗물도 낙동강 독성물질, 4대강 사업이 빚은 참사 낙동강 물을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다량 검출됐다고 한다. 강과 농작물, 바다에 이어, 가정집의 먹는 물에까지 녹조 독성물질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은, 고도 정수처리로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만큼 원수의 수질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제 낙동강의 ‘녹조라떼’는 단순히 보기 흉하거나 악취를 풍기는 단계를 넘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차원까지 이르렀다. 말 그대로 재난 사태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이 31일 발표한 영남권 지역 수돗물 녹조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한달 남짓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지역 가정집과 식당 등 22곳의 수돗물 표본 가운데 6곳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조사 대상의 27%에 해당한다. 이 정도..

4대강 관련 2022.09.01

론스타 배상 확정되면, 관료들 민·형사 책임 물어야

론스타 배상 확정되면, 관료들 민·형사 책임 물어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국제분쟁 사건에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판정부가 손해배상금 2억1650만달러(약 2901억원)와 2011년 12월 이후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31일 판정했다. 론스타가 2010~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늦추는 바람에 손실을 봤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외환은행 지분 매매로 4조7천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둔 론스타에 이런 손해배상까지 또 해줘야 한다니 참담하다.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 자산을 3조원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으로, 애초 우리나라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었다. 이를 속이고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자로 나선 부도덕한 투기자..

시사, 상식 2022.09.01